"문화관광부 김명곤 장관이 지난 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장관의 이력 때문에 취임 소식이 전해졌을 때 관광업계는 환영보다 관광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그 동안 관광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담회도 갖고 한중일 관광회담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와 애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문화관광부 장관 취임 100일을 넘긴 김 장관이 생각하는 관광산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지난 6일 서면으로 들었다.

정리=김기남 기자

- 부임 이후 줄 곳, 현장 중심의 행정을 강조하고 있는 데 최근 1차 회의를 가진 문화관광부 정책자문위원회에 거는 기대(관광 업무 관련)나 바라는 점 등은 무엇입니까?

▲주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좋은 관광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취임하고 곧 관광업계 분들을 만나 업계의 전반적인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전경련 내에 설립된 관광산업특별위원회 창립회의에도 참석해 한국관광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관광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12일 발족한 정책자문위원회는 모두 5개의 분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광분과에는 자원개발, 마케팅, 관광산업 등 각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어,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정책 대안 발굴을 위해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특히, 현안 중심의 단기 과제뿐 아니라 앞으로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광진흥 전략에 대한 밑그림도 이 자문회의를 통해 그려 볼 참입니다. 그동안 정책 자문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설립된 위원회는 좀 다를 것입니다. 매월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결과를 정리한 정책 보고서도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책 보고서가 축적이 되면 이를 갖고 관광 학계, 업계, 지자체 등과 공개 토론회도 개최해 정책의 투명성과 현실성도 더욱 높여 나갈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 한중일 관광회담이 7월 홋카이도에서 개최됐습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관광의 역할과 한국 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우리나라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한·중·일 3국의 관광교류 중심에 있으며 중국, 일본과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동북아 관광시장을 다양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더 위기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본,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일본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사업체 경쟁력, 관광인프라 시설, 개방적 분위기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 한·중·일 관광장관 회담을 계기로 3국간 관광교류를 확대하고 역외 해외 공동홍보 활동 등을 강화해 3국 역외 국민의 역내 관광 유치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3국간 관광교류 확대를 위해 3국을 경유하는 크루즈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청소년 교류, 문화·스포츠 교류, 지방자치단체 협력을 관광교류와 연계하며 이러한 관광교류를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실무적인 협의도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역외 국민의 3국 관광 유치를 증대하기 위해 역외에서 개최되는 관광박람회 등에 3국의 공동참가, 역외 크루즈 관광 유치를 위한 공동 홍보, 공동사업 개발을 원활히 하기 위한 관광정보 교류 및 관광교육 등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 평소 국내 관광 산업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는지요. 그리고 임기 중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관광 정책은 무엇입니까?

▲국내 관광산업 발전의 제약 요소는 근본적으로는 동북아 관광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겠습니다만, 국제 경쟁력이 있는 핵심 관광시설 확충 미비, 숙박이나 안내, 출입국 절차 등 관광 인프라의 문제와 더불어 관광산업 시장의 양적 규모에 비해 시장 구조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업체가 부족한 산업구조의 낙후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관광산업이 과거 사치성 향락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조세 등 각종 지원에서 제외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전반적인 관광진흥정책과 더불어 특히 국민관광활성화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국내관광의 경쟁력을 제고해 해외여행수요를 국내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외래 관광객 유치 증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을 여행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인바운드 기반 시설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이나 소도시 들은 거의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관광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대책이 있으신지요?

▲관광 숙박시설의 공급부족 및 지역적 편중 문제를 해결키 위해 일반 숙박시설의 서비스 향상을 통해 중저가 관광 숙박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관광호텔의 서비스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브랜드 개발에 의한 관광호텔 체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금년부터 일반 숙박시설의 서비스 환경 개선을 위해 ‘굿 스테이’라는 브랜드로 우수숙박시설 인증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관광안내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광안내소 및 통역안내소 설치와 운영 강화, 관광안내표지판 설치 확대와 중국어 등 외국어 병기 추진, 문화관광해설사의 기능 강화 등 관광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모바일 등 다양한 정보 기술을 이용해 지역관광 안내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U-Travel City’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업 모델의 확산을 통해 우리의 전반적인 관광 안내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의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역사,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존과 개발이 어우러진 친환경,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의 개발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생태녹색 관광자원, 예를 들면 갯벌, 철새, 곤충, 동굴, 습지, 화석 등 특색있는 관광자원을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 엔화 가치 하락과 같은 환율 문제는 관광객 유치뿐만이 아니라 여행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에서 예상하는 올해 출국객과 입국객 규모와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요?

▲올해 정부의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는 전년대비 4.7%가 증가한 630만명입니다. 환율하락, 유가 상승, 북한 미사일 위기 등의 악재가 겹쳐 올해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만, 중국 시장 확대와 일본 시장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과 양 국가와의 협력을 증진시켜 금년도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국인 해외여행 규모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금년 4월까지 추세를 감안한다면 1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광수지 적자도 지난해에 비해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과 지리적인 위치 그리고 인구규모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 기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다만, 적자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어 국민경제에 부담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관광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관광수입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외래 관광객 수를 늘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코스와 상품을 다양화해 1인당 지출액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템플 스테이, 의료관광, 국제회의 등이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해외여행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전한 해외여행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 실시하고, 특히 초저가 상품 판매, 옵션 투어 등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계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과 코스 개발 및 인프라 확충에도 힘써 해외여행에 대한 국내여행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미 FTA 체결은 공공 서비스 부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거대 자본의 공세가 시작되면 여행사처럼 영세한 규모의 업종은 많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FTA 체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한-미 FTA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관광분야는 WTO/DDA 협상에서 대부분 개방된 분야이기 때문에 현재 민감한 쟁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미국의 거대자본이 유입된다면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에 자극받은 우리 여행업계가 자구노력에 의해 구조조정을 하고 체질 개선을 이룬다면 궁극적으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일부에서는 장관님의 이력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관광 분야가 소홀히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장관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제가 주로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을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관광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죠. 관광산업이야말로 앞으로 우리나라 국가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관광 업무 전반에 대해 다 파악한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추구해야 할 관광정책의 우선순위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구상을 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한국 관광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평소 관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지난 3개월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관광정책을 수행하며 느낀 것은 관광산업이야말로 전형적인 복합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관광 업무만큼 여러 부처와 연관을 맺고 있는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광진흥 정책들을 문화관광부 혼자서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자주 느꼈습니다.

한 가지 예로 부가세 영세율과 같은 관광업계에서 계속 요구하고 있는 제도개선 사항들의 대부분은 다른 부처에서 동의를 해주어야만 가능한 것들이더군요. 따라서 관광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간 긴밀한 협조뿐만 아니라 지자체, 업계, 관광종사원, 그리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관광정책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열심히 노력하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