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서 비로소 얻은 리조트 ‘정글래프트’



칸차나부리 콰이강변에 30년을 지키고 선 리조트가 있다.
유럽인들은 꽤 거쳐갔다지만 한국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던 리조트다.
거금을 줘가며 불편을 감내할 만한 이유도, 여유도 없었던 그곳.
세월이 흐른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곳에서 여유를 만난다.

리조트에서 마련한 사설 선착장인 리조텔 피어에서 롱테일보트로 20분. 거침 없이 콰이강을 달린 보트가 닿은 곳은 정글래프트(Jungle Rafts)다. 정글래프트는 정글과 래프트를 합쳐 만든 리조트의 이름. 이름 그대로 풀어보자면 정글 속의 뗏목이라는 뜻이다. 실제 정글래프트는 깐짜나부리 싸이욕 국립공원 정글의 콰이강 위에 뗏목을 엮어 만든 리조트다.

강 위에 지은 집이라 정글래프트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배다. 바다 위에 리조트를 지어 경비행기로 드나드는 요즘,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지만 정글래프트는 여느 리조트와는 조금 다르다.

‘2006 독일 월드컵’ 독일과 이탈리아의 4강전이 열리던 이 날, 정글래프트는 새벽의 적막에 휩싸였다. 숱한 이방인들 틈에 독일이나 이탈리아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이곳에서는 가느다란 함성 한 번 들을 수 없었다. 정글래프트의 밤을 맞는 건 오로지 물소리였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글래프트의 낮도 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서 흙빛 머금은 콰이강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해먹에 누워 잠을 청했다. 책을 읽거나 콰이강을 수영장 삼아 수영을 즐겼다.

편리(便利)를 버린 정글래프트에서는 사실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정글래프트에는 그 흔한 TV는 물론 냉장고도 에어컨도 전화도 없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로밍해 온 핸드폰도 무용지물이다. 방과 화장실을 오가려면 호롱불을 들어야 하고,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에는 물을 퍼부어야 한다. 불편함을 일일이 꼽아 말하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편리를 버려서 얻은 것도 있다. 정글래프트의 자연 바람은 에어컨보다 상쾌하다. 없으면 못살 것 같았던 기계들이 내는 미세한 소음조차 사라져 그야말로 최상의 고요와 만나게 된다. 물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그리하여 정글래프트에서 배가돼 다가온다.
하루면 족하다. 하루가 지나 정글래프트에 익숙해진 이들은, 원시적이라면 원시적인 생활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선다. 몬족 마을도 그 중 하나다.

정글래프트의 부교를 건너 10분 정도 숲길을 걸으면 몬족 마을이다. 몬족은 미얀마와 태국 중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소수민족에 속하긴 하지만 몬족은 미얀마가 원류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백단나무 가루를 얼굴에 바른 이들에게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미얀마에서는 이를 ‘다나까’라고 부른다. 다나까는 정글래프트에 도착하자마자 체험해 봤다. 리조트에서는 배에서 내린 손님들에게 일종의 환영식처럼 얼굴에 백단나무 가루를 발라준다. 일부에서는 액운을 없애는 행위라고 하지만 이는 자외선차단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 몬족 마을의 주민은 120여 명이다. 몬족 학교를 다니는 3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남녀노소, 구성원은 다양하다. 그 중 10여 명은 정글래프트에서 몬족 댄스를 선보이는 이들이다. 몬족 마을을 가장 편하게 돌아보려면 코끼리 트래킹이 좋다. 코끼리는 30분 가량 몬족 마을의 숲을 돌며 집과 사원 등을 보여준다.

카약과 뱀부 래프팅도 놓칠 수 없다. 골골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콰이강에서는 카약이나 래프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물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뱀부 래프팅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한다.

■리버콰이 정글래프트·리버콰이 리조텔 찾아가기

싸이욕 너이 폭포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사설 선착장인 리조텔 피어가 있다. 이곳에서 롱테일보트를 타고 15분 가량 가면 리버콰이 리조텔, 20분 가량 가면 리버콰이 정글래프트다.
문의: 방콕사무소 66-02-642-6361~2, www.riverkwaifloatel.com


★ 콰이강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는 태국에서 미얀마까지 415km를 연결하던 죽음의 철도 중 한 구간이다. 목조로 만들어진 교량은 1943년 2월에 최초로 기차가 지나간 후 3개월 후에 철교로 바뀐다. 이 다리는 1944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후, 종전 이후 다시 복구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은 미얀마를 포함한 서부 아시아를 점령하기 위해 태국에서 미얀마를 잇는 철도를 1942년 9월부터 건설하기 시작했다. 철도 건설을 위해 동남아 지역에서 전쟁 포로가 된 6만 명 이상의 연합군 포로가 공사에 투입됐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를 포함해 약 20만 명의 아시아 노동자가 투입됐다. 전쟁에 다급해진 일본은 난 코스의 공사를 강행해 1만 6000명의 연합군 포로와 10만 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몰아넣으며 16개월 만에 철로를 완공시켰다. 그리고 이 구간의 철로는 ‘죽음의 철도’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철로는 일본이 항복하는 1945년 8월까지 약 20개월간 사용됐다. 일본 패망 이후 태국 정부는 쓰리 파고다 패스에서 남똑 구간까지의 철로를 제거했다. 현재 철로는 남똑 역에서 끝이 난다.

콰이강의 다리 주변에는 다시 포로 수용소를 재연해 만든 야외 박물관인 제스 전쟁 박물관과 2차 세계대전 박물관 등이 자리했다. 죽음의 철도 공사에 투입돼 사망한 전쟁포로 중 6982구의 유해를 안치한 유엔군 묘지도 많은 이들이 찾는 편이다.


++주변볼거리++



■ 싸이욕 너이 폭포
정글래프트와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폭포다. 남똑 역과 가까워 일반 여행자들도 자주 찾는 편이다. 너이(Noi)는 태국어로 작다는 뜻. 싸이욕 국립공원 내의 작은 폭포라는 뜻이지만 수량도 풍부하고 웅장한 편이다.

■ 깐짜나부리 사파리 파크
깐짜나부리 시내에서 4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평일에는 거의 찾는 이들이 없다. 그래도 호랑이, 사자, 곰, 기린, 사슴, 얼룩말, 낙타 등 보유한 동물은 많은 편이다. 기린이나 낙타는 버스에서 먹이를 주면 고개를 들이밀 정도로 적극적이다. 관람시간 09:00~18:00 요금 어른 120바트

■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
방콕에서 깐짜나부리로 가는 길 중간에 자리한 수상시장이다. 방콕이 성장하면서 톤부리의 수상시장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담넌 사두억은 물의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왔다. 담넌 사두억 시장에서 가장 번성한 시장은 백 년 이상 된 톤 켐 시장. 수로를 따라 연결된 가옥 사이를 지나는 배들은 시장의 기능을 대신한다. 배를 빌려 수로를 따라가며 기념품, 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 또 다른 숙소 - 리버콰이 리조텔

콰이강의 정취에 편리함을 더한 리조트다. 정글래프트와 롱테일보트로 5분여 가량 떨어져 있지만 객실에 TV, 에어컨, 냉장고 등 갖출 건 다 갖췄다. 쿠킹 클래스와 라와 동굴 탐사 등 리조트 안팎에서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허니무너나 단체여행객을 위해 캠프파이어나 태국 북부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콤러이를 준비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콤러이는 등에 불을 켜 소원을 빈 후 하늘로 날리는 행사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전문 랜드사인 마타하리에서 리조텔과 정글래프트의 한국 총판 대리점 계약을 맺고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가이드, 기사팁 등이 포함된 올인크루시브 개념으로 코끼리 트레킹과 뗏목 트레킹 등이 기본 일정에 들어가 있다. 리조텔에 머물 경우 3박5일 일정의 판매가가 89만9,000원이며 쿠킹 클레스도 체험할 수 있다. 정글 래프트 이용 상품은 10만원이 저렴하다. 리조텔에서 숙박하는 허니문 상품(129만원)도 있다.

Travie writer 이진경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마타하리 02-765-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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