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화려함과 행복한 조우

기대는 종종 실망으로 돌아온다. 막상 눈앞에서 피라미드를 봤을 때도 그랬다.

그 옛날 세워진 이 불가사의한 건축물의 거대함을 확인했을 때 머리 속은 놀라웠지만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감동은 없었다.

대단하고 볼만했지만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기대가 너무 컸다. 뜻밖의 감동이나 기쁨을 주는 여행지는 종종 있지만 기대 이상의 그 곳을 만나기는 그래서 쉽지 않다.

-물의 도시 그 유니크함에 빠지다

베네치아는 달랐다. 유명세는 피라미드만큼이나 기대치를 올려놨지만 이 독특한 도시와의 첫 만남은 머리와 가슴 모두에 놀라움의 신호를 보내온다.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같고 물 속에 잠겨 있는 듯도 한 베네치아는 범상치 않은 모습처럼 도시의 생성부터 특이하다. 살기 좋은 땅을 찾아 시작된 대부분의 도시와 달리 베네치아의 처음은 피난처라는 절박함이 우선이었다.

외부의 침략을 피해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이주해 오면서 베네치아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땅으로 몸을 숨긴 이들은 얕은 바다 위에 건물을 지었다. 100개가 넘는 섬과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했다. 자연히 도로는 없어지고 집과 광장, 이웃과 이웃 사이에는 물 길이 놓였다.

그 후 동서를 잇는 해상 무역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번영을 누렸던 베네치아는 나폴레옹과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거쳐 이제 이탈리아 관광의 중심에 서 있다. 물론 지금도 베네치아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지반은 침하되고 겨울이면 바닷물이 범람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한다.

길이 없는 베네치아는 차가 없는 도시다. 소방차도 경찰차도 없다. 택시도 버스도 배가 대신한다. 독특한 도시 구조 때문에 이 곳 사람들은 손바닥만한 마당도 가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베네치아를 오늘날 ‘물 반, 관광객 반’의 명소로 만들었다. 차 대신 배를 타고 횡단보도 대신 다리를 건너야 하는 베네치아의 이런 모습은 죽기 전에 꼭 가볼만한 이국적인 풍경이 됐다.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 대운하

물이 많은 베네치아 여행은 대운하(Canal Grande)에서 시작한다. 대운하는 S자형(정확히 말하면 뒤집어 놓은 S자다)으로 베네치아 시가지 중앙을 빠져나간다. 운하의 위쪽 시작지점에는 산타루치아 기차역이 있고 운하가 바다와 접하는 지점에는 그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이 있다. 산타루치아역 맞은편에는 버스 등이 주차하는 로마 광장이 있다.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대운하를 경험하는 교통수단은 바포레토(Vaporetto)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는 대운하를 오가며 산타루치아역에서 산 마르코 광장 사이의 주요 관관광지에 정차하고 완행과 급행 등으로 나뉜다. 베네치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이나 주데카 섬 등 주변 섬으로도 갈 수 있다. 바포레토를 타면 운하 주변에 길게 늘어선 건물들을 느긋하게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베네치아의 건물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으며 건물마다 지어진 양식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동방과의 교역이 활발하다보니 베네치아는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은 물론 아랍 스타일의 발코니나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 뒤엉켜 도시 전체가 커다란 건축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산마르코 대성당의 원형 지붕도 동로마제국의 영향을 받은 비잔틴 양식의 예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는 100여 개의 섬과 그 보다 훨씬 많은 다리로 이어져 있다. 혹자는 117개의 섬이라 하고 누구는 118개의 섬이라고 한다. 다리의 수도 400개에서 440개까지 제 각각이다. 책자마다 숫자가 틀려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섬과 다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중 대운하에는 총 3개의 다리가 놓여 있는 데 가장 유명한 다리는 단연 리알토 다리다. 돌로 만들어진 리알토 다리는 다리 자체의 아름다움외에 한 눈에 들어오는 대운하의 전경이 압권이다. 예로부터 베네치아 상권의 중심이었던 리알토 지역은 이제 수많은 관광객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기념품 상점이 차지했다. 다리 아래 아케이드에는 악세사리와 장식품, 가방, 기념품, 가면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대운하를 따라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도 많아 다리쉼을 하기 좋다.

대운하의 중간 지점인 리알토를 벗어나 마저 내려가면 드디어 산 마르코 광장이다. 광장에는 99m 높이의 대종루가 우뚝 서 있고 뒤편으로 산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이 나란히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베네치아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지중해 너머 곳곳의 정복지에서 가져 온 예술품들로 꾸며져 있다. 정문 아치 위에 있는 말 조각을 비롯해 침략지에서 가져 온 각종 보물과 부조 등으로 장식된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아름다움은 무자비한 약탈의 흔적을 함께 지니고 있다. 성당 옆 두칼레 궁전은 감옥과 연결돼 있어 죄수들이 탄식을 지으며 건넜다는 ‘탄식의 다리’와 대의원 회의실 천장의 대형 유화 등이 유명하다. 궁전 앞 선착장에는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가 쉼없이 오고 간다.

산 마르코 광장외에도 베네치아에는 골목골목 크고 작은 열린 공간이 많다. 다만 산 마르코 이외의 나머지는 모두 광장의 형태를 갖췄다고 해도 피아차(Piazza) 대신 캄포(Campo)라는 이름을 붙인다. 수상도시인 탓에 주위에 물은 많지만 정장 마실 물은 귀한 베네치아는 이들 캄포마다 빗물을 받아두는 연못이 있다. 연못의 깊이는 보통 6m 정도. 진흙으로 벽을 메워 빗물을 모아두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다. 이마저도 가물면 외지에서 물을 사와야 했다.

-리틀 베네치아 트레비죠

베네치아 여행을 마치고 여유가 되면 베네치아에서 20-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트레비죠를 찾아보자. 리틀 베네치아라는 별칭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베네치아까지 이어지는 강이 도심을 흐르는 트레비죠는 골목골목 물길이 흐르는 모습이 베네치아를 닮았다.

베네치아 풍의 건물이 많지만 2차 대전 때 많이 파괴되면서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네통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곳이기도 한 이 도시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0년 간 트레비죠에서 가이드를 한 베테랑 가이드가 지금까지 안내한 한국 관광객이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은 매주 이 곳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베네치아 영화제가 열리거나 여름 성수기에는 숙소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 때는 산타루치아역(Venezia S. Lucia)보다 한 정거장 전인 베네치아 메스트레역(Venezia Mestre) 인근에서 숙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체인 호텔인 NH Laguna Palace(www.nh-hotels.com) 호텔은 마르코 폴로 공항에서 15분, 메스트레 역에서 5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4성급으로 시설이 깨끗하고 베네치아까지는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택시나 보트, 미니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124유로 부터.

★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어울리는 곤돌라는 베네치아하면 빠질 수 없는 상징이 다. 곤돌라는 협회가 있어 에누리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데 어느 정도까지는 협상이 가능하다. 인원수 따라 다르며 2사람 기준으로 50분 가량 타는 데 1인당 60유로를 부르다가 한 번 돌아서면 40유로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야간에는 가격이 오른다.



★ 베네치아에서 길 찾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인들도 종종 길을 잃는다는 베네치아에서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시도는 상당한 인내력과 뛰어난 방향감각, 넉넉한 시간이 있을 때만 도전하자. 목적지를 정한 다음 지도가 아닌 건물 벽에 붙어있는 안내판을 따라 가는 편이 보다 정확하다.

★ 바포레토 승차권은 승강장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요금은 60분 1회 탑승이 5유로, 1일권은 12유로다.

★기념품 가게 어느 곳에서나 판매하는 카니발 가면의 가격은 10~20유로 사이가 일반적이지만 수제품은 최소 50유로 이상을 주어야 한다.


취재협조〓이탈리아관광청 www.enit.or.kr
베네치아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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