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매주 월요일 금기형 서기관의 ‘방콕에서 온 편지’를 연재합니다. 방콕에서 온 편지는 그 동안 금 서기관이 유네스코와 태국에서 생활하며 겪은 단상과 여행의 이야기를 전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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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총행복지수

히말라야 산맥 한 자락에 부탄왕국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할지 몰라도, 이곳은 힐튼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잃어버린 지평선’ 속의 이상향 ‘샹그리라’의 땅으로 믿기는 곳이다.

이것이 사실일까, 부탄인은 삶의 우선가치로 행복을 중시하는 것 같다. 부탄에는 국민총생산(GNP)과 대비되는 국민총행복(GNH) 개념이 중요하다. 최근 왕위를 아들에게 선양한 왕축(Wangchuk) 왕은 1972년 즉위 후 국가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이 조화된, 즉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룬 경제공동체 건설을 강조했고, 이후 GNH는 부탄사회를 이해하는 기본철학으로 유지됐다.

따라서 관광정책에도 색다른 면을 보인다. 부탄은 연간 자국내 해외관광객을 5000여명 내외로 제한한다. 배낭객 같은 개별여행은 허용치 않고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또한 일인당 일박에 최소 미화 20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하며 그럼에도 3주 이상 연속체류는 원칙적으로 불허다. 현재 많은 국가가 관광산업을 경제발전의 성장 엔진으로 보고 가급적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이려고 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지배 이데올로기를 호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근래 부탄정부는 국가정체성 보호란 명목 하에 자국내 10만명의 불법체류 네팔인을 추방했다. 이웃한 2천만 힌두왕국 네팔인의 불법 유입은 70만 인구의 불교왕국 부탄에게 간과키 어려운 위협이었을 것이다. 부탄은 이 조치로 GNP는 감소했을지 몰라도 GNH(Gross National Happiness)는 줄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우리는 일련의 국가별이나 직업군별 행복도 비교조사 결과가 예상과 다른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누아트나 도미니카 등 남태평양 또는 카리비안 도서국가의 행복지수가 북구 또는 서구 선진국보다 높다거나, 헤어드레서나 요리사 같은 직군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화이트 칼러 직종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경우도 많다. 물론 이에 대해 모두가 일치된 합의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부가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며 소유의 크기로 행복을 서열화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나마 이것이 다행인 것은 ‘행복’을 구성하는 속성의 복잡다양성이 바로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로 공존할 수 있고, 각자의 색깔로 행복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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