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의 항공자유화 확산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와의 항공자유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5월에는 태국, 6월에 중국, 9월에 캄보디아와 미얀마, 11월에 우크라이나 및 독일에 이르기까지 건설교통부는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하늘길을 넓히기 위해 항공자유화를 단계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는 국가들을 늘려감에 따라 한 노선에 다양한 항공편이 생겨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며, 더욱이 항공사간 자율경쟁 구도를 마련함으로써 적정한 수준의 요금을 산정할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항공자유화 확산정책의 취지를 밝혔다.

-자유화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반면에 지속되는 항공자유화로 인해 여행업계는 진통을 앓고 있다. 운항횟수, 지정항공사 등의 규제가 완화되거나 사라짐에 따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항을 추진하다 실패한다든지, 갑작스러운 항공공급 증대가 이뤄져 공급을 따라올 만큼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과도한 가격경쟁이 유발되는 등 전반적으로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자유화가 이뤄지면 그간 타 항공사가 단독으로 취항하던 노선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하지만 자유화됐다고 해서 분별없이 너도나도 신규노선을 취항한다면 이는 결국 시장 자체를 흐트러뜨리게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로서 요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수익성 저하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한 여행사 담당자도 “자리가 없어서 못 파는 성수기에는 자유화에 따른 공급증대가 반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화 이후 공급의 급격한 증대를 수요가 따라주지 못한다든지 비수기에 넘치는 좌석을 채우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항공사들이 하드블록을 일반화함에 따라 그 어려움이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남아 ‘취항실패’ 중국 ‘과당경쟁’

실제로 동남아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의 신규취항을 추진하는 외항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저마다 ‘자유로워진 하늘길 운영’에 동참하고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건설교통부에 취항을 신청하는 등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신규취항이 이뤄진 항공사는 극히 드물다.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기 때문.
이에 대해 한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의 경우 특히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내세워 ‘별일 없겠지…’ 혹은 ‘가까운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등의 안일한 생각으로 시장분석및 사전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취항을 신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하면서 “넉넉하게 취항일정을 잡고 단계를 밟아 최종승인이 이뤄진 이후에 홍보 및 판매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혼란을 겪고 있는 지역은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6월 단계적 항공자유화에 합의한 이후 양국 항공사들은 대대적인 증편을 통해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그 여파가 이번 겨울 시즌을 맞아 전사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시장에 직격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미 베이징·상하이 주요노선에 10만원대 항공요금이 나온 것은 물론, 갑자기 늘어난 공급을 채우지 못해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태국의 경우 지정항공사를 4개로 제한한다든지 신규취항 신청규제를 강화하는 등 어느 정도 단계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항공자유화 역시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무조건 오픈만 해두고 놔둘 것이 아니라 적응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저가항공 취항 등 새로운 이슈

한편 항공자유화에 따른 몇몇 사안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저가항공사들의 신규 진출이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자유화 이후 저가항공사들이 곧바로 한국에 들어오기는 어렵겠지만 5년 안에는 반드시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분명히 차별성이 있긴 하지만 요금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항공자유화가 되지 않길 바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계 항공의 블록화, 권역화도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공동체(EU)가 항공협정시 EU 자체를 단일국가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수년 내에 동남아시아연합(ASEAN) 역시 하나의 묶음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렇게 될 경우 단일국가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따라 향후 항공 시장 움직임에 전세계 관심이 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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