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경상북도 - 경주 남산 ㅣ 수학여행 때 몰랐던 경주 이야기
[현지취재] 경상북도 - 경주 남산 ㅣ 수학여행 때 몰랐던 경주 이야기
  • 여행신문
  • 승인 2007.0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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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어른이 돼 다시 읽었을 때, 예전의 그것과 다른 의미와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여행지도 이와 유사한 감회로 다가오는 곳들이 있다. 시조 박혁거세를 기준으로 서기 57년부터 경순왕대에서 멸망한 935년까지 약 1000여년을 지속했고,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왕릉 등 그 유산이 오늘날까지 경주 사방에 펼쳐져 있는 신라라는 고대국가는 그 존재 자체가 매력적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곳, 일본 학생들도 수학여행으로 오는 곳, 그리고 외국인들도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 경주다. 그럼에도 다시 경주를 찾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이들에게 수학여행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경주의 매력을 소개키로 한다.

★ 새롭게 주목하는 ‘남산’

지금 경주에서 이른바 가장 뜨는 목적지가 어디냐고 한다면, 남산을 꼽을 수 있다. 사실 남산의 중요성은 새삼스럽지 않다. 신라 때부터 영험함이 있는 산, 경주를 지켜주는 산으로 숭배돼 온 곳이 바로 남산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산을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 아니라, 조금 더 신라와 신라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깊이가 요구된다.

신라 역사에서 이름 꽤나 알려진 사람치고 남산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 당장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이 위치한 곳 역시 남산 기슭이다. 또 나정 인근에는 박혁거세를 왕으로 세운 6부 촌장의 위패를 모신 양산재도 있다.

이밖에 삼국유사에 남산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서출지, 남산신성, 비파골, 천룡사, 월정교, 포석정 등에 관한 이야기 등 무수하다. 민간에서 전해지는 상사바위, 열반골, 일천바위, 부엉골, 효불효교, 도심왕릉, 김유신과 천관여인 등 전설과 설화도 많다. 이 때문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경주 남산’이라는 검색어를 찾아보면 많은 전문 서적을 발견할 수 있다. 숱한 유적 중에 남산팔경으로 불리는 냉골암봉, 칠불암과 신선암, 천룡고원, 용장계곡, 황금대, 남산부석, 늠비봉, 삼릉송림 등은 명불허전을 실감케 하는 풍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진정한 남산의 매력은 이러한 대표명소 외에도 숱한 사연들을 구석구석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남산 동북쪽에 자리한 탑골을 방문하면 감동을 느끼곤 한다. 탑골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우선 이곳에 9층 목탑과 7층 목탑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9층 목탑이 황룡사 9층탑을 새긴 것으로 본다. 본래 통일신라시대에 신인사(神印寺)라는 절이 위치했던 곳으로, 탑골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남쪽에 3층 석탑이 있어서이다. 또 마애조상군이라고도 부르는데, 가장 넓은 바위면에 새겨진 목탑 그림 외에 암벽 사방에 여러 부처상이 새겨져 있어서이다.

사람들이 이 바위에 이렇게 많은 부처를 새긴 것은 우리 조상들이 바위를 신성시 여기던 토속신앙과도 관련이 깊다. 신라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가운데는, 허름한 옷을 입은 거지가 어리석은 이들을 꾸짖고는 휘황찬란한 부처의 모습을 드러낸 후 바위 속으로 사라졌다는 내용이 여럿 있다. 그래서 바위에 부처를 새기면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 무엇을 이루고 싶었던 것일까. 인자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부처의 모습을 보면 어떤 소원이든 이뤄졌을 것만 같다.

북쪽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바위를 따라 올라가보면 바위에 새겨진 삼존상 외에도 3층 석탑과 여래입상을 만날 수 있다. 여래입상은 얼굴 부위가 많이 훼손 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풍만한 인상이다. 발을 함께 조각하지 않고 받침 돌에 이를 새겨서 안정감을 더했다. 뒤 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남근석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자식을 기원하기 위해 이 부처를 찾는다. 삼층석탑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북쪽에서도 보인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불국정토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 배움 - 고도서 잔을 대하는 마음

개인차는 있겠지만 경주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사게 되는 기념품이 바로 ‘잔’이다. 밥그릇이나 접시 등과 달리 단품이다보니 우선 가격 부담이 적다. 또 물잔으로 찻잔으로 일상에서 늘 사용하기 때문에 장식품과 달리 실용적이다. 여러 개 있어도 무방하고, 새로운 것을 더하면 기분이 좋다. 특히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은 대체로 스스로 산 것이거나 어디서 얻었더라도 그저 단순한 모양의 머그잔인 경우가 많아서, 예쁜 잔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몇 번이라도 작지 않다.

경주에서 제대로 된 도예품을 하나 구할 요량이라면 민속공예촌을 추천한다. 이 곳의 대표 공예품은 신라토기의 재현이다. 기원전 1세기부터 경주지방에 다량으로 매장돼 있는 점토를 원료로 만들어졌으며, 용도에 따라 일상 생활용품인 장경호, 고배, 각배, 영배 등도 있고 사자를 위한 골호 그리고 명기인 신구형토기, 차형토기, 기마인물토기 등 수십종에 달한다. 천마총, 황남대총, 금관총 등 신라고분에서 수천점 출토된 바 있으며, 역사책 등을 통해서도 그 모양이 친숙하다.

특히 지난 1991년 도자기 명장으로 선정된 배용석 명장이 운영하는 보산도예에 방문하면 옛 신라토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옛 신라인들의 마음까지 느껴볼 수 있다. 직접 방문객들에게 토기 만들기를 지도해주는 배용석 명장은 “신라인들은 누구나가 자신들이 사용할 토기를 직접 만들어 썼다”며 “인간이 먹고 마시는 그릇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이고, 되도록이면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나무 또는 흙으로 빚은 도자기가 좋다”고 말한다. 토기 만들기는 도자기 등에 비해 그 기술이 단순하기 이를데 없지만, 공예체험에 참가한 이들의 얼굴은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만들던 천년전 신라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만든 토기는 이름과 주소 등을 남기면 가마에서 구워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054-771-6617

★ 맛 - 눈도 입도 즐거운 ‘茶由’

굳이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상큼한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외식을 선택할 때도 그렇고 더군다나 외지에 나가면 고기를 중심으로 메뉴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색식당 다유(茶由)는 별미 채식요리를 맛본 후, 후식으로 전통차를 제공한다. 점심이라면 무겁지 않은 식단이라서 좋고, 저녁이라면 식사 후 다과와 더불어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곳.

대표 메뉴는 콩고기밥(1만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콩으로 만든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가 주요 재료다. 떡갈비처럼 쫀득쫀득한가 싶으면, 불고기처럼 달콤하면서도 고기의 맛과 조화를 이룬다. 또 색색이 아름다운 각종 채소를 보기 좋게 보쌈해놓은 것도 눈을 즐겁게 한다. 야채나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깜빡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1인분 단위로 정성스레 담겨져 나오며, 함께 나오는 밥 역시 찹쌀이랑 검은 쌀이랑 각종 잡곡이 섞여 있어 씹을수록 달콤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또 하나의 즐거움은 그릇이다. 놋그릇과 수저를 사용해서 밥을 먹을 때 미묘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풍경 또는 종이 울리는 것처럼 느껴져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 식사와 더불어 전통차가 후식으로 포함돼 있다. 전통 다기에 담아져 나오는 녹차는 평소에 티백 등으로 마시던 것과 색다른 맛을 전한다. 한과와 귤 등도 함께 제공된다.

음식 못지않게 분위기 역시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보문단지 한화콘도 쪽에서 천북면사무소 방향으로 약 7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소나무와 전원이 어우러져 있어 창 밖 풍경도 멋지다. 식당 내부 역시 각종 다기와 녹색 식물, 전통 가구 등으로 멋을 더한다. 054-773-8866

경주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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