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 ‘경주’는 나에게 편견으로 가득 찬 지역이었다. 고등학교 때 설레며 떠났던 수학여행에서 맛없는 음식, 피곤한 버스, 불결한 대단위 숙박, 더구나 아무설명 없이 지나치던 거대한 왕릉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도 던져주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그 지역대학에서 고고미술학을 공부한 친구의 초청으로 ‘경주남산’을 오르며 바위에 음각된 부처와 산길에 떨어진 부서진 기와 등의 설명을 들으며 새로운 경주여행은 흥미를 넘어 재미로 다가올 수 있었다.

여행은 문화적 습관이다. 새로운 지식습득, 일상에 대한 변화, 사회적 교류, 엔터테인먼트 및 자신에 대한 성찰 등을 위한 개개인의 여행 동기가 충족되었을 때, 여행은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된다. 수학여행은 학생들이 경험하는 구조화된 여행기회이고 비교적 생애초기에 접하는 본격적인 여행형태이다. 따라서 수학여행 경험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교육적, 인성적 측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여행에 대한 인식과 성인이 된 후의 여행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험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수학여행 시장은 중학생 201만 명, 고등학생은 약 176만 명이다. 이중 한 학년만 수학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 해 약 120만 명이 넘는 지속적 여행시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학여행은 학생측면에서 볼 때, 타율적 진행과 통제에 의해 여행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선생님의 측면에서는 본 업무 이외의 과중한 일과의 하나이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단체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관광분야에서도 구체적 산업영역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프로그램과 상품개발 및 산업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수학여행 담당 선생님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전문해설자의 부족, 수학여행에 대한 인식부족, 콘텐츠의 부족, 재정 및 제도적 차원의 정부지원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결과로 향후 희망 여행지로 제주도를 41%가 원하고 있지만, 두 번째인 해외 수학여행을 희망하는 비율이 29%나 나타나고 있어, 세 번째 설악권에 대한 13%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국내 수학여행의 문제는 점점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더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수학여행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인프라, 운영에 대한 체계적 정비는 한국관광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오히려 외국 학생과 청소년을 유치하는 전략적 투자가 될 것이다. 각 학교단위의 수학여행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문화관광부가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학교와 여행사를 연계할 수 있는 수학여행마트와 정보체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교육체험의 확산으로 인식해 수학여행의 일정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수학여행 바우처 제도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여행비 전액지원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여행의 질을 높이고 여행산업과 결합하게 만들어 인트라바운드와 인바운드 청소년관광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에게 새로운 의미와 재미로 다가온 늦은 경주여행의 경험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후배들 누구나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한국관광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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