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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는 광장시장.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4가와 5가 사이에 자리한 광장시장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재래시장이라는 명성답게 광장시장에 들어서면 재래시장의 깊은 멋이 폭폭 풍겨난다. 한복과 원단 등으로 유명하다지만 일반인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정없이 끌어당기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광장시장 먹자골목이다. 지글지글 부침개 굽는 맛있는 냄새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구수한 말소리가 시장 안을 가득 채우면 마치 잔치 집에라도 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어디 부침개뿐이랴. 순대, 매운탕, 순대국밥, 양푼 비빔밥, 떡, 죽, 회, 손만두 등 육해공 산해진미들이 모조리 모여 있고 낯선 이들끼리 좁은 의자에 엉덩이 맞닿은 채로 앉아서 함께 음식을 먹는다.



-직접 빚은 쫀득쫀득한 찹쌀떡

광장시장 입구에 들어서 옷가게들을 지나는데 왼쪽 편으로 떡 노점이 보인다. 많은 떡가게 중 그 노점이 기자의 눈에 포착된 이유는 그릇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동그란 단팥 소들 때문이다.

김 기자 “이거 뭐에 쓰시는 거예요?”
아주머니 “뭐에 쓰긴. 찹쌀떡 만들 때 쓰지.”
김 기자 “찹쌀떡을 직접 손으로 만드신다고요?”
아주머니 “그럼. 따뜻하게 준비해 놓은 찹쌀과 직접 만든 단팥 소를 빚어서 만들지.”
김 기자 “만드는 모습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아주머니 “그래.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찹쌀떡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아주머니, 그 손길이 대단하다. 하나 먹어 보라며 아주머니가 건넨 찹쌀떡을 입에 덥석 베어 물었는데 여느 찹쌀떡과는 차원이 다르다. 쫀득함은 더하고 단맛은 줄어 몇 개 연달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곳 찹쌀떡의 또 하나 특징은 겉에 밀가루를 묻히지 않는 대신 서로 달라붙지 말라고 하나하나 포장한다는 점. 밀가루를 묻히지 않아 찹쌀떡 본연의 맛을 더욱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 10개들이 1통 3,000원. 2통은 5,000원에 구매 가능.

-광장시장 명물 거리의 악사

시장 구경에 정신을 잃고 있는데,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모자에 턱시도까지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는 자신을 ‘거리의 악사’라고 소개한다. 60~70년간 악사로 살아왔다는 할아버지는 광장시장 상인들과 단골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존재다.

8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힘차게 색소폰 연주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할아버지라는 이름보다는 ‘거리의 악사’로 불러주고 싶다. 그는 광장시장과 함께 호흡하며 광장시장 상인들과 광장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의 색소폰 소리에 흥을 맞춘다.

광장시장을 지나다가 검은 양복 곱게 차려입고 악기를 들고 신사답게 걸어 다니는 ‘거리의 악사’를 만나거든 따뜻한 인사 한 마디 건네 보시길.

-광장시장표 순대

‘참 크다!’ 광장시장에 진열돼 있는 순대를 보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일반 분식점에서 파는 순대랑은 비교 금물. 돼지 내장에 속을 꾹꾹 눌러 담은 순대는 먹음직스럽다 못해 탐스럽기까지 하다. 대부분 주인장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약간은 삐뚤빼뚤하다. 그만큼 순대 속이 옹골지다는 증거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내어주는 동치미 국물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더 일품이다. 1인분에 5,000원.

-광장시장의 명물, 빈대떡을 소개합니다!

광장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대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빈대떡. 먹자골목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빈대떡 가게들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글지글’ 빈대떡 익는 소리와 ‘고소고소’한 빈대떡 냄새가 진동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가던 발길을 멈추고 “아줌마, 빈대떡 하나요!”를 외치게 되어 있다. 인심 좋게 큼지막하게 썰어 놓은 맛보기 빈대떡을 한 입 가득 넣은 다음 쏜살 같이 자리를 탐색해 앉아야 한다. 한쪽에서는 자동 맷돌이 정신없이 녹두를 갈아대고 한쪽에서는 숙련가 아주머니들이 쉴 새 없이 빈대떡을 부쳐댄다. 그래도 쌓일 틈 없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는 게 바로 광장시장 빈대떡이다. 큼지막한 빈대떡 한 장이 4,000원, 고기전은 2,000원이다. 두 명이서 빈대떡 한 장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 그 외 다양한 먹거리들

-손만두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빚은 맛있는 만두. 만둣국, 찐만두 등 1인분 3,500원.
매운탕 즉석에서 팔팔 끓여 먹는 대구 매운탕 맛은 광장시장의 별미 중 별미. 2인분 1만3,000원

-양푼비빔밥 양푼에 신선한 채소와 나물, 김치 등을 척척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이 단돈 3,000원. 10가지도 훨씬 넘는 풍성한 야채가 ‘정말 3,000원?’이란 의심을 품게 한다. 쌀밥과 보리밥 중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

-수수부꾸미 빈대떡집들이 즐비한 먹자골목 광장 한쪽으로 노릇노릇 익어 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수수부꾸미. 검은 팥이 든 수수부꾸미 외에도 흰팥이 들어간 찹쌀부꾸미도 있다. 1개 1,000원.

-죽 새알심이 동동 떠 있는 단팥죽, 노릇노릇한 호박죽, 고소한 깨죽 등 다양한 죽들도 맛볼 수 있다. 1그릇 4,000원.



-동대문 풍물시장

오간수교 위에서 청계광장 방향으로 마주보고 섰을 때 바로 오른편에는 동대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으며, 마주보는 왼편으로는 도로변으로 중고책서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평화시장의 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이중에서 왼편 길을 따라 평화시장을 지나쳐 군데군데 자리잡은 행상들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다 보면, 상점과 노점상이 유난히 밀집해 있다 싶은 동대문 운동장 건물의 일부와 마주치게 된다. <동대문 풍물 벼룩시장>이라는 간판과 출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지가 여기저기 어지러이 붙어 있다. 동대문운동장에서도 야구장 옆의 축구장 초입, 동대문 풍물시장의 시작이다.

-만원 한 장으로 ‘종일의 행복’을 만끽하다

출입구를 발견했다고 운동장 안으로 바로 쏙, 들어가 버리기에는 왠지 서운함이 남는다. 미처 운동장 내에 터를 잡지 못한 행상과 노점상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풍물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알록달록한 삐에로 옷을 차려입은 카세트테이프 장수가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한편, 정장용 와이셔츠를 산처럼 쌓아둔 가판대 위의 상인은 단돈 3,000원에 물건을 판다며 목청을 돋운다. 박리다매의 원칙이 철저히 존중되는 시장통 입구는, 그야말로 다분히 시장다운 활기를 가득 담고 있기에 더욱 정겹다.

-통로 따라 요리조리 ‘보물탐험’에 나서 보니

이제 발걸음을 옮겨 본격적인 풍물시장 ‘탐사’에 나서 보자. 운동장 사방(四方)으로 출입구들이 있으므로,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 내에 위치한 동대문 풍물시장은 서울 내의 유일한 풍물시장이자 규모면에서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또한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황학동 벼룩시장의 대를 이어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대문 풍물시장에 모여든 상인들은 청계천 복구 이전에 고가도로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오던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풍물시장의 법칙 하나. 바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것! 특정한 ‘주력판매상품’이 딱히 없다는 풍물시장의 특성상 가판 위는 그야말로 갖가지 물품들이 얽히고 설켜 진열돼 있어 얼핏 보기에는 잡동사니의 산(?)을 이루는 듯하다. 또한 많은 상인들이 단 하나의 가판만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여러 개의 가판을 동시에 가지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설령 ‘철물점에서 장난감을 찾더라도’ 주섬주섬 어디에선가 원하는 물건이 떡하니 나타나기 십상이다. 가장 인기있는 물건들은 역시 풍물시장답게 손때 묻은 각종 골동품들. 동대문 위치의 특성상 의류제품이나 구제 명품가방들도 새롭게 떠오른, 쏠쏠히 판매 중인 인기 아이템이란다.

-“새 물건은 외려 인기가 없당게~”

풍물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쇼핑을 하는 또 다른 팁 하나. 어느 가판대에서 특정물건을 ‘찜’했다면, 주저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사 버릴 것. 풍물시장이라는 것이 워낙에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공간이 아닌 데다가, 한 구역 내에서도 여러 통로로 쪼개져서 ‘손바닥만한’ 공간에 숨듯이 자리잡은 가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행여 나중에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그 가판을 찾는다면 길잃고 헤매기 딱 십상이다. 그리고 일단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주인과 흥정을 잘 하는 것도 풍물시장 쇼핑의 또 다른 묘미. 일단 상인들은 ‘정가’를 부른 후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예산을 훨씬 초월해(?) 저렴한 물건을 얻을 기회가 열려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때부터 가판을 벌이다가 이곳 동대문 풍물시장으로 옮겨왔다는 상인 김순희씨. 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떼다가 판매하지만, 벌이는 그다지 신통찮은 편이란다. “나 같은 경우는 새 물건만 파니깐, 장사가 잘 안 되는 편이여. 시장 안쪽에 자리잡은 상인들은 주로 중고품이나 구제품을 취급하는데, 그런 게 더 인기가 많지. 여기서는 새 물건이 헌 물건보다 대접을 못 받는다니께~.”

-세월의 변화따라 밀려드는 풍물시장의 위기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동대문 풍물시장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울시에서 공원 조성 및 지역 개발 차원에서 동대문 야구장과 축구장을 각각 올해 11월, 내년 4월까지 철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 풍물시장 곳곳에는 이 같은 정부의 철거계획을 반대하는 플랭카드가 을씨년스럽게 걸려 있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풍물시장의 시름을 대변한다.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상인 이금중씨는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밀려나 겨우겨우 이곳에 정착한 영세상인들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다”며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벼룩시장의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정부의 결정이 돌려지기만을 기대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먹거리 장터 뜨끈한 장터국밥이 익숙한 풍경

재래시장의 풍경에서 먹거리 마당을 떼어놓고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풍물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먹거리 장터’ 코너에는 옛날 시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투박한 먹거리들이 먹음직스러운 외양과 냄새를 뽐내며 굶주린(?) 쇼핑객을 유혹한다. 포장마차 형태로 줄줄이 늘어선 장터식당의 대부분에서는 안주류를 주로 판매한다. 쭈꾸미, 홍합 등 해산물류가 많으며 주류도 소주, 막걸리, 동동주 등 토속적인 메뉴가 대부분. 물론 한 끼 든든히 채워 갈 수 있는 ‘밥집’도 사이사이에 많이 포진해 있다. 잔치국수가 1,000원부터, 찌개와 간단한 반찬 몇 가지를 더한 백반이 3,000원 안팎으로 가격도 시장답게 저렴한 편. 장터국밥, 순대국밥 등 향수를 자극하는 ‘시장표 메뉴’도 인기가 높다. 밥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반주로 동동주 한잔을 걸치는 ‘흥취’를 누리는 사람들 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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