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훈 “밥도 먹기 힘든데, 무슨 노는 소리야” … 초기 푸대접
-강동석 나가서 쓰는 돈은 많고 들어오는 외래객은 적어 걱정
-김철용 땜질식 위기 극복은 그만 … 장기적인 계획 수립 필요
-염태섭 이제 관광 분야 빼놓고 지자체 사업 추진 생각할 수 없어



“1961년 국제관광공사가 처음 설립되고 직원 250명을 뽑았다. 반도호텔에 모여 설립식을 하는데 ‘관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하나 없고, 그래서 관광이란 무엇이냐 하고 시작했다.”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여행신문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관광관련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야말로 대한민국 관광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역대관광국장 초청 간담회를 지난달 26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것. 무에서 끊임없이 유를 창조해가는 생생하고 굵직한 관광의 역사들이 하나하나 거론됐다. <편집자주>

정리=이지혜 기자, 사진=박정은 기자




김병태 여행신문 사장(이하 김병태) 여행신문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또 어제가 창립자인 고 한명석 회장의 10주기였다. 여행신문은 15주년을 기념해 뜻 깊은 행사를 잇따라 마련하고 있는데, 일전에는 자선 골프대회를 열어 복지재단에 1,100여만원을 쾌척했다. 또 오늘은 이렇게 역대 관광국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마련해봤다. 초대 관광국장인 윤영구씨는 아쉽게도 작고했지만, 관광업계의 산증인인 여러분들을 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여러 분이 함께 해 주셨지만, 우선 가장 선배인 정영훈씨의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정영훈 1974 교통부 재직했던 이들 가운데 당시 과장급 이상은 저 분(김병태) 이름을 모르는 분이 없을듯하다. 교통 부분과 관련이 가장 깊던 언론인이 아니었나 회상한다. 국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게 당시 김부총리에게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설명을 하는데 “에잇 짚어쳐. 밥도 먹기 힘든데, 무슨 노는 소리야”라며 쫓겨났던 일이다. 어디 설명하러 갔다가 쫓겨난 것도 처음이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랬던 관광이 지금은 완전히 대우가 달라졌다.

김병태 오늘 이 자리는 롯데관광에서 후원해줬다. 롯데 김기병 회장 역시(전 상공부) 국장 출신이다.

김기병 롯데 회장 선배 국장님들을 뵐 수 있는 자리에 함께 해 정말 반갑다. 1973년 당시 여행사가 23개가 전부였다. 여행사가 지금처럼 신고제가 아니고 허가제였는데, 월드여행사를 사서 상호를 롯데관광으로 바꾸고 여행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에도 상장하고, 또 최근에는 농협과 합작투자해서 100억 규모의 농협롯데관광을 설립하기도 했다.

강동석 1980 교통부에서는 교류가 있었는데, 문화관광부로 바뀐 후 국장들과는 교류가 별로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만나게 돼 더욱 값진 자리라고 여기며, 여행신문과 롯데관광에 감사한다. 요즘도 마음 한구석 염려하고 있는게, 우리 국민들 해외 나가서 쓰는 돈 많은데, 상대적으로 우리가 관광 쪽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적다. 차재에 우리 관광 사업이 국내외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내실을 다지는 전기가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권경상 2002 지금은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1980년 교통부 관광국에서 일 시작해 1994년 문화관광부 시집갈 때 인솔단 단장 맡고 정책과장으로 갔다. 당시 3개과로 관광국이 이사왔다. 이어 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관광 촉진대회를 여는데 돈이 없던 게 한이 맺혀서 한국 관광객 출국 납부금이란 것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출국납부금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았는데, 항공권에 포함시키고, 지금은 5,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 한편 관광 부분에서 수여하는 금탑 산업 훈장이 위태위태 한데, 관광진흥 확대 때 강력한 건의 필요하다.

서정배 1996 관광국장을 맡았을 때 교통부에서 문화체육부로 이관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관광 진흥발전을 위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문화 자원으로 개발하려는 필요가 있어서다. 95년도는 또한 관광진흥 10개년 계획을 세운 해로써, 정책이 아무리 잘 됐어도 재원 확보가 꼭 필요하다. 결국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됐는데, 초기에는 세금 신설이라고 조세 거부반응이 심각했다. 이해시키려고 고생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추억이다. 관광진흥 개발이 관광 정책 하나만 가지고 성과를 얻기 힘들다. 정치, 사회, 경제 모두 함께 해야지 관광 혼자서는 안 된다.

신현택 1999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간 지 2달 됐다. 교통부 시절 관광에 애써주신 선배 덕분에 관광이 많이 발전했고, 곧 2000만명 시대도 곧 올 것이다. 어렵게 만든 관광기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됐고, 들어오는 관광객이 적어서 경상 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지만, 합심해서 관광업계가 정부가 혼연 일체돼서 하면 잘돼지 않겠냐. 문화콘텐츠와 관광을 연계시키는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해외여행에서도 뉴욕을 가면 링컨 센터를 한번 가보고 현대 미술관 가고, 뉴욕에 가면 아트센터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도 난타, 비보이 공연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선호하는 프로그램 많으니까 문화관광부가 주체가 돼서 투어프로그램을 잘 개발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좋지 않겠나.

염태섭 1981 이런 자리에 함께 하니 감개 무량하다. 교통부 출신은 만나는 기회가 있는데, 문화관광부쪽은 교류가 적었다. 앞으로 계속 관광 발전이 되길 바라고.국내를 찾는 관광객 150만명이던 시절에는 나가는 것은 없었다. 지금 돈이 많이 나가서 걱정이지만 돈이야 왔다갔다 하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일하다 보니까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관광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모든 계획에 관광이 꼭 들어간다.



관광! 미래 유망산업으로 도약

-김광득 관광공사 사옥 마련하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뿌듯’
-백남근 관광 산업 육성 중요성 인식하는 새 대통령 기대
-서정배 예산 확보위해 출국 납부금 제도 도입하는데 애먹어
-신현택 문화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 기대 높아
-권경상 관광산업 기여자 장려하는 급탑산업 훈장 지속돼야



김철용 1981년 우리나라 관광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 요즘이다. 결국 아웃바운드가 점점 늘어나고 인바운드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해 국제 수지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관광을 경제 기여도 측면에서 살펴보면 세계 평균이 10.3%인데, 한국은 6.4%밖에 안 된다. 또 고용 효과도 높게 평가하는데 이 역시 세계적으로는 7.4%가 평균인데, 한국은 6.4%밖에 안 된다. 중요한 전략 사업으로 인정을 받고, 더 나아가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관광의 중요성이 실제로 나타나야 하는데,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 폭만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영세율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땜질하는 식으로 해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들지 않겠나. 뭔가 혁신적인 게 필요하다.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국 관광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백남근 1991년 교통부쪽 관광국장들은 문관부쪽 관광국장은 잘 모르는 편인데, 그래도 후에 관광정책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았던 덕분에 대체로 다 알고 있다. 반길만한 사실은 문화관광부에서도 똑똑하고 시대를 읽을 줄 아는 훌륭한 인재들이 관광국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관광부라는 지금 명칭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전에 행정부 조직 바뀔 때 정책 조정 위원장으로 갔는데, 초안이 문화체육부 내에 관광이 들어가는 거였다. 나중에 문화관광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체육 쪽에서는 아직도 불만이 많다.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관광에 관심이 많아서 발전했고, 앞으로도 관광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정영훈 나도 초기 관광 얘기를 해보겠다. 관광과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쪽 예산으로 미국에 관광 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다. 최훈씨가 프랑스에 갔다오고, 내가 미국에 갔다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관광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데, 당시만 해도 이렇다 할 교재를 만들 상황이 아니어서 배워 온 것을 그대로 담았다. 그때가 1962년도였다. 궤도는 커녕 관광이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때 관광다운 관광이라고 하면 당시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외국인이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모아서 관광단 만들어 처음으로 경주 관광을 갔다. 그나마 경주에 호텔도 없어서 침대칸 5량 연결해서 호텔을 대신했던 시절이다.

김철용 그 행사에 관광과 직원들이 다 함께 참여했었는데, 마지막에 행사 끝나고 관광단 단장이 “관광과 직원들 애썼다” 할 줄 알았는데, 서울역 요리장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하긴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양식이라고 하면 조선호텔, 반도호텔에나 가야 먹을 수 있던 시절인데, 서울역 요리장이 그래도 프랑스에서 조리하고 온 사람으로 메뉴 작성도 불어로 치고, 그게 인상 깊었다.

김광득 1983년 관광국장으로 83년에 처음 일본에 방문했는데, 유동수 사장이 KNTC 일본 지점장으로 있었다. 일본의 JNTO는 자체 건물을 갖고 있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했다. KNTC는 당시만 해도 세를 들고 있었는데, 관광공사에도 자체 건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오자마자 당시 관광공사 사장이었던 하재돈씨에게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8억이었다. 빌딩 중에 내놓은 건물 보니까 그 중 지금 관광공사 건물이 12억이었다. 83년도에 4억 만들려고 정부 예산 긁어모으는데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 때 참 잘 구했다고 생각한다.

정영훈 1961년 국제관광공사가 처음 설립되고 직원을 250명을 뽑았다. 반도호텔에 모여 설립식을 하는데 ‘관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하나 없고, 그래서 관광이란 무엇이냐 하고 시작했다. 사실 공무원을 하다보면 이권이 어느 정도 관련 된 곳도 있게 마련이어서, 관광 계통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가면 미쳤다는 소리 들었다. 내 경우는 주사 시험 보고 들어갔더니, 어디 갈거냐고 해서 영어 하는데 보내달라고 했더니 간 곳이 관광과였다. 미국무성 돈 받아 1년간 공부하고, 국제관광공사도 만들고.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직접 봐서 더 잘 알지만 관광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세기에 각광받는 3대 산업이 IT, 환경, 관광 산업이다.

정리=이지혜 기자, 사진=김기남, 박정은 기자


★ 관광 진흥을 위한 정책 제언

정부 차원 전략 육성 요구


이번 간담회에 앞서 본지에서는 참석자들에게 ‘관광진흥을 위한 정책제언’이라는 주제의 글을 부탁했다. 바쁜 와중에도 관광 전문가로써 의견을 피력해 준 내용들을 간담회 내용과 겹치지 않는 사안들로 일부 발췌했다. <편집자주>


강동석>>> 균형개발, 관광 인프라는?

지금도 완결되지 않은 셈이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대규모 관광 인프라 개발은 70년대에 시작한 경주 보문단지와 제주 중문단지가 고작이다. 반면에 도로, 철도 등 인프라는 내국인도 놀랄만큼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또 ‘주거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이름은 다르지만 신도시 개발경쟁도 자원 낭비를 염려할 정도로 뜨겁다.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산업이란 어떤 것인가? 아름다운 국토자원을 효과적으로 가꾸는 대규모 관광 인프라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처럼 보다 전문적인 한국관광공사의 역할이 발휘돼야 한다. 문관부, 건교부, 재경부, 기예처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 등 재정투자에 관련된 분들의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김철용>>> 관광혁신,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최근 아웃바운드 증가율이 인바운드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상황으로 나날이 관광수지 적자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관광 인프라, 특히 숙박시설 등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투자 대비 수익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민간투자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10년 전 아니 20년 전의 문제점이 오늘날까지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바로 관광산업의 경제효과 및 고용효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범정부적인 차원의 근본적이고 혁신책이 제시되지 않아 온 까닭이다.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R&D와 파격적인 외국인 관광투자 유치 그리고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 및 세재지원이 열쇠라고 본다.

신현택>>> 문화콘텐츠와 관광 연계개발

각국의 복합예술센터는 그 나라의 랜드마크로서 관광 명소가 되고 있고, 한국 역시 공연프로그램을 관광 상품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공연 패키지는 물론 극장 내부와 백스테이지를 일반인이 관람해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한국 역시 문화관광부 주관 하에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국립극장, 국악원 등을 여행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공연장 운영 프로그램은 1년 이상의 공연 일정이 사전에 수립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이들 정보를 활용하기 유리하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