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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위기의 인바운드’ 도쿄 주재원 좌담회

인바운드업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전체 방한 관광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일본인 관광객의 유치가 지난해 ‘일·중 관광교류의 해’, 올해 ‘일·중 문화스포츠 교류의 해’ 등을 계기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크게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을 비롯해 변함없는 과당경쟁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 부재, 한풀 꺾인 한류열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도 풀이하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없의 재도약을 위한 변화의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본지는 지난달 26일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에서 일본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며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주요 인바운드 업체 도쿄 주재원과 관광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위기의 한국 관광 현황 및 과제’를 논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한국관광공사 오용수 도쿄지사장, 세방여행 남기영 도쿄사무소장, 서울동방관광 서현관 도쿄사무소장, 세일관광 권혁찬 도쿄사무소장, 한나라관광 김영민 도쿄사무소장, 한비여행사 전상근 도쿄사무소장, NTS인터네셔널 타마쿠시 테페 도쿄지점장 <가나다 순>등 7명이 참가했다.

일본 도쿄=김선주·방금숙 기자

“도와 주는게 전혀 없다”
환율도, 한 풀 꺾인 한류도, 중국 열풍도


-환율하락 직격탄, 중국 급부상 속 한류열풍도 시들
-패키지 적자행사 한계점 … 과당 경쟁도 정화해야

□ 2001년에도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에서 좌담회를 개최한 바 있지만 그 때와 지금 인바운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때도 인바운드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처럼 ‘위기’에 선 것은 아니었다. 최일선에서 느끼는 일본 현지 분위기가 궁금하다.

한국관광공사 오용수 도쿄지사장 (이하 오 지사장)
일본의 해외여행자수가 2000년도부터 1700만명대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문제는 여행객은 늘지 않는데 이 하나의 파이에 한국은 물론 대만, 중국, 하와이 등에서도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가 한정된 파이를 많이 가져가느냐 인데 중국이 많은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한류 붐에 따라 2003~2005년 상대적으로 건투를 했지만, 올해 일·중 문화교류의 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 모든 시선이 중국에 쏠려있다. 이렇다보니 현상유지를 해오던 한국관광 성장세도 올해 들어서 마이너스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올해 일본인 유치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오 지사장 근본적으로 환율 문제다. 한국에 많이 갔던 젊은 여성들이 2~3년 전에 비해 물가가 2배 이상 올랐다고 느낀다. ‘한국이 비싸졌다’는 구전효과가 재방문객을 줄게 한다. 또 한 가지는 한류의 역작용이다. 한류로 인해 한류 스타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많았지만 올해는 거의 없다. 수십 수백 배 오른 연예인 개런티 때문이다. 아울러 한류스타들이 지난 주에만 10여명이 오는 등 거의 매주 일본에 와서 공연하고 있어 굳이 한국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세일관광 권혁찬 도쿄사무소장 환율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가는 이유는 싸고 가깝고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인데 저렴한 이미지가 사라졌다. 원화 강세로 쇼핑 매력도 잃었다. 중년의 일본 여성들이 주로 찾던 에스떼, 마사지도 일본에서 1만엔이면 받을 수 있다. 그간 시설이 낙후되고 옵션을 강조하며 관리에 소홀했다. 또 돌솥비빔밥, 갈비 등 한국 음식도 인기였지만 일본내 한국 음식점이 늘어 일본에서 직접 먹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요금 경쟁도 문제다. 일본의 큰 여행사가 3월이면 2~3만장의 항공 티켓 판매달성을 위해 요금을 갑작스럽게 내려 시장에서 요금에 대한 감각도 무감각해졌다. 한국 여행 요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

□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한계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세방여행 남기영 도쿄사무소장(이하 남 소장)
쇼핑센터가 사람 수에 따라 쇼핑 커미션을 줬는데 계약을 ‘두당’으로 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원수를 많이 보내면 좋았는데 이제는 팀도 골라서 받는 분위기다.

그간 여행사가 패키지를 받으려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 아니었다. 패키지는 마이너스만 안보는 수준으로 행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체, 인센티브를 받아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체들도 한국 거래처에서 행사를 맡아 여행사가 들어갈 틈이 줄고 있다. JTB 등 일본 여행사에서 가이드 없이 행사를 하거나 호텔과 직접 거래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오는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게 수익부분에서 낫다. 더 이상 적자나는 행사를 받을 수 없다. 옵션 발생도 떨어지고 두당 계약도 안 돼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거나 가이드가 없는 상품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다.

호텔들의 늑장 요금도 시정돼야한다. JTB는 연간 16만명을 보내는데 내년까지 상품가가 다 나온 상태다. 1월달 견적을 내야하는데 호텔 요금이 안 나와 주재원들이 예상가를 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갑자기 시행되는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도 크게 도움이 안 된다. 1월에 예상 요금을 냈는데 호텔 요금이 오르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한비여행사 전상근 도쿄사무소장(이하 전 소장)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음식에 많이 질려있다. 요즘은 굳이 한국에 안 가더라도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일본 신주쿠, 아카사카 등지의 음식점은 맛도 뛰어난 편이다. 한국의 음식과 쇼핑 부분을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가장 근본적으로 돌아가면 한국 관광은 한류 포인트보다 먹거리와 쇼핑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먹거리가 일본에서 소화가 되고 있는 현재, 줄서서 기다리는 맛있는 음식점을 포함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인 관광객이 눈물을 흘리면서 먹을 것이다.
또 요금 경쟁에 업체들이 여러모로 ‘피’를 흘리고 있다. 정부가 나서든 담합을 하든 어떤 식으로든 정화가 필요하다. 호텔비, 차량비, 가이드비 등을 얼마에 하자고 룰을 정하면 어느 정도 피해를 막을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 소장 인터넷 발달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다 보기 때문에 상품을 두 패턴으로 팔고 있다. 여행객이 직접 지정 장소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는 것과 조금 비싸더라도 가이드가 필요한 고객의 경우 직접 호텔로 데리러 가는 상품 등이다. 수지타산이 안 맞고 인터넷이 발달해 가고 있어 향후에는 주재사무소도 점차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질 개선 더불어 구조적 문제 되짚어야

-지자체·호텔 등 늑장 정책 개선 절실, 단합 필요
-지방연계 상품 활성화 한 목소리…내부개선 노력도



□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에 식상해하는 부분도 많다는 지적인데, 새로운 상품 개발은 현재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

한나라관광 김영민 도쿄사무소장
본사의 경우 지난해 7~8만명을 유치했는데 올해는 그 두 배인 15만명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일본 여행사 영업본부에 가면 가장 목말라하는 게 관광 정보다. 상당히 좋은 지방 축제들도 많은데, 2개월 후 행사인데 홈페이지 조차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10월에 열리는 세계불꽃축제의 경우에도 테마는 나와 있지만 참가 부스, 위치, 공연, 게스트 등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올라와 있지 않다. 빨리 정책이 나와서 빨리 팔아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시장에 저가 상품이 범람한 게 사실이다. 2박3일에 2,000엔이라는 지상비가 나올 정도다. 반면 서울나비처럼 가격이 싸지 않은데도 원하는 호텔을 지정해서 찾는 고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에서 행사, 이벤트를 진행할 때 빨리 정보를 오픈해서 관광활성화를 이끌고, 특히 단카이 세대를 위한 상품을 구성해 고가 상품으로도 승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동방관광 서현관 도쿄사무소장(이하 서 소장)
한국에 갈 동기 부여가 안 되고 있다. 상품의 질, 내용면에서도 일본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도쿄 롯본기 등지에 새로운 쇼핑몰이 많이 생겼다. 쇼핑이 도쿄에서 자체 충족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문화와 역사를 위주로 한 한국 상품이 개발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경쟁에 의한 과다 출혈은 올 때까지 왔다. 내부적인 문제를 다시 되짚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옵션투어 요금이라도 여행사들 끼리 하한선을 정했으면 한다.

여행사마다 상품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한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 필요하다. 정말 단합이 안 되는 것 같다. 현지 소장들이 수익확보를 못하니까 다 힘들어하고 있다. 인바운드는 분명히 숫자적으로 많이 줄어들 것이다. 빠른 시일 내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는 여행사는 다 문 닫지 않을까.

□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지방 연계 관광 활성화가 거론되고 있다. 지방연계상품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오 지사장
서울에서 지방을 하다보면 여행경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여행사에 인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자제해야한다. 여러 지자체가 하다 보니 효과가 떨어진다. 오히려 교통비 등을 보조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지자체마다 하는 일본 관광설명회도 하나의 병폐다. 지난 2주 사이에 4번이나 지자체 설명회가 진행됐다. 각 사마다 한국 담당이 몇 명 안 되고 공사에서 오라고 하니까 관련 없는 사람들이 체면상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한 지자체만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코스로 구성해 어려울 때 일수록 힘을 모아야한다.

또 대부분의 일본 지방 노선이 서울과 연계돼 있다 보니, 지방 관광을 주장해도 일본인들이 결국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인프라도 한계다. 우리 지방 공항도 일본의 주요공항과 연계를 시키는 장기적인 대안도 같이 마련해 가야한다.

전 소장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판매가를 낮춰주는 현실적인 지원도 가능한가. 예를 들어 동해안은 설악산 등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서울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해 정부 차원에서 코스를 만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오 지사장
단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과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을 나눠서 봐야한다. 각 사에서 판매한 패키지를 어떻게 혼합을 해야 하는 지가 관건이다. 일본의 경우 하토버스처럼 영어, 일어 안내서비스가 지원돼 2~3명부터 갈 수 있는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셔틀버스 코스를 개발할 경우 고객에 대해 발생하는 쇼핑 커미션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가 어디에서 왔는지 매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행사 대표들의 의견만 모이고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에서 통일화되면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그러한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 실제로 국내에서는 여행사와 지자체가 MOU를 체결하고 축제 기간에 지자체에서 차량을 지원하는 등 협력해가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관광객 유치 효과를 고려한다면 인바운드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 소장
그 부분에 빨리 눈을 떴어야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지방에서 전문성을 갖춘 여행사와 업무제휴를 하다보면 전반적인 비용이 내려가는 부분이 있다. 단지, 지방 여행사와 협력을 하는 게 일본 여행사 입장에서 또 다른 계약사를 두는 식이 돼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오 지사장
각 업체의 수익부분과 연계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 KATA와 JATA(일본여행업협회)가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지역여행사와 협의를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지방 수요가 적은 이유는 수익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많다. 지방을 연계하면 10만엔이 넘게 되는데 상품가 상승은 모객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사실상 ‘잘팍’ 이용이 늘고 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0만엔 이상의 잘팍 상품이 지난해 대비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NTS인터내셔널 타마쿠시 테페 도쿄지점장
일본여행사의 한국 담당자들이 세대교체 되고 있다. 새 담당자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정보 제공이 안 되고 있다. 소비자가 세대교체가 된 동시에 여행사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담당자들도 교체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오 지사장
공사와 지자체에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연수를 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또 한국 관광에 대한 광고와 언론 기사도 많이 필요하다. 한류 중심에서는 어떠한 기사를 봐도 한국 관광이 아니라 연예인을 위주로 취재가 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수 관광 문화 약간 축소가 됐다. 미디어 홍보 강화와 함께 현실적인 여행사 모객 광고에 더 중심을 두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에는 여행과 관련된 대략 50여개 업체가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업체마다 파견된 주재원들이 관광객 유치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여행사, 호텔, 면세점 등으로 이뤄진 이들은 ‘도쿄주재한국관광업자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매월 마지막 화요일 모임을 갖고 최신 정보 교환과 시장흐름 등을 나눈다. 지난달 26일,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에서는 20여명의 주재원들이 모여 공사에서 준비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사회 = 김선주 기자/ 정리=방금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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