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나라였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첫 대목처럼 목이 빠지게 기다려 온 설국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보더와 스키어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이 겨울, 색다른 이국의 설원에서 한층 짜릿한 낭만을 한번쯤 맛보는 건 어떨까.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면 새하얀 설국의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으며, 때로는 설국으로 통하는 국경의 터널도 그리 길지 않다. 캐나다와 일본이 그런 곳이다. 대자연의 매력이 넘치는 캐나다, 그리고 오감이 짜릿한 일본의 눈밭으로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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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여행칼럼니스트 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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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의 설원에서 즐기는 짜릿한 낭만



-대자연의 매력과 세계 최고 시설을 누린다

스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캐나다. 스키 마니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캐나다로의 스키 원정을 꿈꾼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최고의 설질과 최고의 시설을 누리며 스키를 즐길 수 있으니, 스키어들에겐 그야말로 지상낙원 같은 공간이다. 거침없이 자유로운 대자연 속에서 스키를 즐기고 밴쿠버, 로키산맥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일석이조.

-천상의 눈밭 휘슬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휘슬러는 2010년 동계올림픽의 주무대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북미 최대 규모이면서 가장 긴 시즌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휘슬러’라는 명칭이 일반적이지만 실제 리조트는 1966년 개장한 휘슬러(Mt. Whistler, 2182m)와 1980년 개장한 블랙콤(Mt. Blackcomb, 2440m) 두 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각각 100개 이상의 정규 슬로프를 갖추고 있으며 곤돌라로 베이스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만 무려 45분이 소요된다. 휘슬러는 스키장에서 가장 중요한 적설량과 수직고도차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평균 9m 이상 쌓이는 천연 파우더는 환상 그 자체다. 이른 아침에는 가끔씩 눈사태 방지를 위해 눈 쌓인 곳에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기도 한다. 그만큼 눈이 풍부하다. 1500m 이상의 수직고도차는 구름 위를 질주하는 즐거움도 가져다준다. 두 개의 산을 오가며 기호에 맞게 골라서 즐길 수 있는 것도 휘슬러-블랙콤이 가진 장점이다. 휘슬러는 높이가 조금 더 낮은 반면 펑퍼짐해서 슬로프가 넓고, 블랙콤은 조금 더 높고 코스도 역동적이다. 휘슬러-블랙콤의 묘미를 만끽하려면 정규 슬로프보다 광활한 보울(Bowl) 지역이 제격. 휘슬러-블랙콤에는 모두 12곳의 보울이 있는데, 그중 최고는 블랙콤의 ‘세븐스 헤븐(7th Heaven)’과 휘슬러의 ‘하모니(Harmony)’이다. 최상의 샴페인 파우더에 저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경치 또한 아름답다.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인천-밴쿠버 직항편을 운항한다. 밴쿠버공항에서 휘슬러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되며, 밴쿠버 퍼시픽센트럴역에서 매버릭 코치(Maverick Coach Line, 604-482-8747), 그레이하운드(www.greyhound.ca)가 수시 운행된다. 2시간30분 소요. 기차는 노스밴쿠버(North Vancouver)에서 오전 7시, 휘슬러에서 오후 6시10분 출발. 2시간30분 소요. 5월에서 10월까지는 밴쿠버-휘슬러간 관광열차 ‘휘슬러 마운티니어(Whistler Mountaineer)’가 운행된다.

-대자연의 경이를 맛보다 캐나다 로키산맥



발길 닿는 모두가 입이 딱 벌어지는 신비한 경치. 위풍당당한 캐나다 로키산맥을 마주하면 대자연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캐나다 스키 리조트로 휘슬러를 첫손에 꼽지만, 풍경과 설질은 캐나다 로키산맥의 밴프와 재스퍼에 위치한 리조트들이 더 뛰어나다. 선샤인빌리지는 최상의 샴페인 파우더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설질을 자랑한다. 고트아이(Goat’s Eye, 2,595m)와 룩아웃(Lookout, 2,730m) 등 거대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광활한 지역에 초보자 코스에서 최상급자 코스까지 100개 이상의 슬로프가 펼쳐져 있어 마음껏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밴프타운 북쪽 60km 정도에 위치한 레이크루이스는 캐나다 로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레이크루이스 스키장은 로키산맥 최대 스키장으로 스키어를 압도하는 광활한 슬로프와 보이는 것 모두가 그림이 되는 절경을 자랑한다. 정상에 서면 레이크루이스가 또렷이 보인다. 장대한 만년설 봉우리를 이고 표고차 1,000m의 천연 슬로프를 타고 내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짜릿하다.

레이크루이스에서 다시 캐나다 로키의 대자연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300km를 달리면 캐나다 로키의 보석으로 불리는 재스퍼에 닿는다. 밴프보다 규모는 작지만 곳곳에 놓인 호수와 산, 계곡이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재스퍼 국립공원 내 자리한 유일한 스키 리조트가 마못베이슨인데, 선샤인빌리지 못지않은 환상적인 설질을 자랑한다. 특히 마못베이슨은 접근하기 쉬운 보울 주변에 듬성듬성 나무가 놓여 자유로운 파우더 라이딩과 트리 라이딩을 모두 즐길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밴프나 재스퍼까지는 직항이 없고, 에드먼턴에서 자동차로 밴프 혹은 재스퍼까지 이동한다.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인천-에드먼턴을 운항한다. 캐나다관광청 웹사이트(www.travelcanada.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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