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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0분.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출입사무소까지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 떨기에도 부족한 시간. 하지만 그 짧은 10분에는 분단 반세기의 무게가 잔인하게 실려 있다. 이렇게 지척에 두고 그 긴긴 시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완벽한 단절을 계속해 온 우리네 현실이 신기할 뿐이다.

10분간의 짧은 여행이 끝나면 버스는 타임머신을 타듯 전혀 다른 풍경, 다른 공기의 세상에 도착한다. 남측 군인들이 지키는 최전방 초소를 지나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비무장지대가 펼쳐진다. 버스 이동 중에 군사분계선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새로 닦은 도로에 설치돼 있는 가로등을 통해 남과 북을 가르고 있는 군산 분계선을 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측에 속한 곳의 가로등은 중간 이음새 부분이 노란색으로, 북측의 가로등 이음새는 파란색으로 구분이 된다. 가로등 이음새가 파란색으로 바뀌면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 이어서 커다란 별이 가운데에 떡하니 장식돼 있는 바리케이트가 나오고 그 뒤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북측 군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으로’ 넘어 온 것이다. 개성 여행은 출국과 입국의 개념이 아니다.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에서 표현도 출경과 입경이라고 한다. 북측의 입경 수속을 통과하고 나면 미처 환전을 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우리은행에서 나온 출장 환전소를 만나게 되는데 그 모습이 또 신기하다. 출장소라고는 하지만 하루 한번 넘어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만큼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007 가방을 들고 온 은행 직원이 관광객들에게 환전을 해준다.

다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오르면 북측 안내원이 버스에 동승한다. 동승한 북측 안내원은 이동 중에 사진 촬영 등을 못하도록 하면서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문 안내원이 관광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관광지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개성관광이 금강산 관광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북측 사람들과의 보다 가까운 접촉이다. 개성이라는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인지 안내원들의 표정과 말투는 금강산 관광의 그것보다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간혹 관광객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한다.

북측 출입사무소를 지나면 황량한 산과 들이 나오고 이내 개성공업지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버스에 동승한 북측 안내원은 ‘북측 2만1000명의 근로자와 남측 700여 명이 함께 근무하는 통일의 시험장’이라고 설명했다.



-황진이가 놀다 간 송도 3절 박연폭포

개성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박연폭포다. 개성 시내에서 북측으로 2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박연폭포는 송도삼절의 하나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3대 폭포에 꼽힐 만큼 유명세가 자자한 개성의 명물이다. 낙차 37m의 박연폭포 아래에는 직경 40m의 고모담이 있고 왼편으로는 고모담에서 방금 목욕을 마친 황진이가 젖은 머리채로 글을 남겼다는 용바위가 있다. 용바위에 얽힌 또 하나의 일화. 북측 안내원은 누구도 용바위에 남긴 황진이의 글을 풀이하지 못했으나 1957년 박연폭포를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날아 흘러 곧추 아래로 떨어진 물이 삼천척이나 되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가 의심스럽구나’라고 해석했다며 예의 그 또박또박한 말투로 설명했다. 안내원에 따르면 김 주석은 박연폭포에 왔다면 용바위에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을 정도로 이 곳에 애정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연폭포에서 가벼운 등산로를 따라 왕복 1시간30분이면 관음사를 다녀올 수 있다. 관음사가 있는 천마산은 30년 면벽 수양에도 불구하고 파계의 길을 걷고만 지족선사가 도를 닦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선죽교 또한 개성 관광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이방원에 의해 피살된 장소로 유명한 이 다리의 원래 이름은 선지교였으나 정몽주가 죽으며 다리 위에 흘린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주위에 충절의 상징인 대나무가 자랐다고 해서 선죽교로 바뀌었다. 실제로 다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주위와 색이 다른 부분이 있어 보는 이마다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한다. 이밖에 숭양서원과 고려박물관 등을 방문하게 되는데 고려시대 성균관 건물과 부지를 이용한 고려박물관은 1,000여 점의 고려 유물이 전시돼 있지만 보존 상태는 다소 열악하다. 박물관 입구에는 북측 술과 담배, 버섯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쇼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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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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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서의 쇼핑

박연폭포 관광지에는 커피나 간단한 간식 거리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 있으나 가격은 커피 1달러, 달팽이 모양의 ‘빠다빵(북측 안내원 표현)’ 3달러 정도로 저렴하지 않다. 쇼핑을 원하는 관광객은 대부분 고려 박물관에 있는 기념품점을 이용하게 되는데 개성 인삼과 버섯 등의 인기가 높다. 인삼은 수량과 상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며 박물관 안의 화공이 직접 그린 그림은 5달러부터, 놋수저 4달러, 홍삼술 12달러, 송악 소주는 2병에 1달러다. 금강산 담배와 하나 담배는 각각 한 보루에 15달러와 10달러에 판매하며 담배는 갑으로도 살 수 있다.



-방북 시 주의사항

1. 생각보다 휴대 제한 물품이 많다. 우선 PDA를 포함한 휴대폰과 신문, 잡지 등은 가지고 갈 수 없다. 10배율 이상의 쌍안경이나 망원경도 반입이 불가능하고 촬영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필름 카메라도 휴대할 수 없다. 디지털 카메라라고 해도 렌즈가 160mm 이상이거나 광학 24배줌 이상인 캠코더는 마찬가지로 반입 불가다. 휴대용TV나 라디오, MP3, GPS부착기기 또한 가져갈 수 없다.

2. 북측에 도착 후 관광 도중의 사진 촬영 규정도 상당히 엄격하다. 차량 이동 중 시가지나 주민 촬영은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버스에 내려서도 관광지 이외는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 간혹 몰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남측으로 돌아오기 전 북측 군인들이 관광객의 카메라를 일일이 검사한다.

3. 출경 수속을 할 때 내국인의 경우 여권은 필요 없지만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만 해당)은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외국인이나 시민권자(영주권자)는 여권이 필요하다.

4. 관광 중 쇼핑이나 매점 등을 이용할 때는 미국 달러만이 통용되므로 미리 환전해 가야 한다.

5. 뱀 술 등 일부 물품은 남측반입이 금지돼 있다.

6. 안내원 등 북측 관계자와 대화를 할 때는 남측, 북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7. 간혹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측 관광을 하기 전에 별도의 안보 교육 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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