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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하늘빛 바다와 조용한 섬이 떠오르는 그곳은 생각보다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섬, 역동적인 항구, 구성진 남도의 가락, 다양한 전시관과 박물관 등 자연은 물론 역사·문화 관광지로 손색이 없었다.
봄기운을 품고 있는 겨울 끝자락에 다도해를 품고 있는 서남해권, 목포와 신안군 도초도, 비금도를 만났다.
글=김영미 기자 사진=김영미·김명상 기자
취재협조=한국드림관광 02-849-9013







- 목포 : 오색 조명이 수놓는 목포의 밤

목포의 봄은 유달산에 만개한 꽃들과 시원하게 빛나는 푸른 바다, 그리고 항구의 역동적 몸짓이 어우러져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목포에 와서 야경을 놓치고 간다면 목포를 안 본 것이나 다름없다. 매주 금, 토, 일요일 해가 지면 목포는 빛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도로부터 산, 바다까지 오색 조명을 설치해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목포 야경 포인트를 하나하나 짚어 보자.

먼저 빛의 거리 루미나리에. 목포극장 앞 500m, 구 평화극장 앞 430m의 도로를 ‘걷고 싶은 빛의 거리’로 지정해 꾸며 놓은 목포의 루미나리에는 청계천의 그것과는 다른 맛이 있다. 찬란한 빛의 조화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긴 매한가지지만, 청계천의 루미나리에가 화려하고 도도한 여인이라면, 목포 루미나리에는 청초하고 순수한 소녀 같다. 파랑, 보라, 흰색 등 파스텔톤 빛의 터널을 걷노라면, 몇 시간이든 그 길을 거닐며 빛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어진다.

도로를 조성하느라 댕강 잘라버린 부흥산의 화강암에 만든 인공폭포는 자칫 흉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돌덩이를 도시의 랜드마크로 탈바꿈시켰다. 곧추 떨어지는 폭포수를 비추는 어여쁜 빛깔의 조명을 보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된다. 목포의 자랑인 유달산에도 야경 때때옷을 입혔다. 일등바위와 노적봉, 새천년 시민의 종각 등에 오색 조명을 밝혀 밤에도 잠들지 않는 유달산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하반기엔 이동식 바다음악분수가 완공돼 목포의 야경을 한층 풍성하게 해줄 예정이며, 목포항 30km와 인근 다도해를 순항하게 될 관광유람선은 오는 6월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관광객 맞이를 위해 끊임없이 꽃단장 하고 있는 목포. 더 곱게 단장한 목포와 재회하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건 당연지사다.

- 비금도 : 새가 날아 섬이 됐다네

생각보다 큰 규모와 깔끔함을 자랑하는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홍도행 쾌속선을 탄다. 50여 분간 타고 가는 뱃길에 작은 섬들이 알알이 박혀 있어, 다도해와의 만남을 실감케 해준다.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비금도. 그 북쪽에 십리 가까이 펼쳐진 명사십리의 하얀 백사장은 마치 비단결 같다. 태고적 그대로의 바다 풍경에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잔잔한 파도가 만들어내는 모래 위의 물결무늬는 여느 미술작품보다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낸다.

비금면 가운데 오도카니 솟아 있는 선왕산에 오르면 하누넘의 하트 해안과 다도해가 눈앞에 펼쳐져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선왕산은 산세도 험하지 않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오르기 딱 좋아 매년 11월이면 선왕산 등산대회가 열린다. 선왕산을 가로질러 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에서는 발아래 펼쳐진 비경을 보며 걸음걸음마다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선왕산 중턱에 성곽도 아니고 집터도 아닌 모호한 돌담이 쌓여 있다. 내월우실이다. 우실은 돌로 담을 쌓은 것으로 어원은 ‘울실’이며 ‘마을의 울타리’라는 뜻이다. 하누넘해수욕장에서 내월리로 가는 산둥성이에 위치한 내월우실은 하누넘에서 불어오는 재냉기(재 너머에서 부는 바람)를 막아 피해를 최소화 하고 마을의 재앙을 막았다고 전해진다.

비금도 가운데 오도카니 솟은 선왕산 산길을 따라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하누넘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트 모양 해안선을 갖고 있어 일명 하트해수욕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춥다 하여 ‘하늘넘어’라는 뜻을 지닌 하누넘해수욕장은 규모는 작지만 주변의 기암절벽과 함께 수려한 풍광을 뽐내고 있다. 사각사각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밟아 본다. 비금의 모든 모래가 그렇지만 이곳의 모래는 어찌나 고운지 운동화 속으로 모래 알갱이가 스며들어 발을 간질일 정도다. 파도가 밀려와 만들어낸 모래 캔버스에 서로의 이름을 적고 하누넘에서의 사랑을 아로새기는 연인들을 보니 부러움과 시기심이 동시에 샘솟는다.

- 도초도 : 소금밭이 빛나는 섬

도초도는 비금도와 지척에 위치해 다리로 연결돼 있다. 비금도 수대선착장에서 서남문대교를 넘으면 금세 도초도 화도선착장에 다다른다. 화도선착장 앞에는 대여섯 개의 횟집과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 선착장 풍경에 구색을 맞추고 있다.

기대했던 섬마을 풍경과 달리 골목을 돌아서니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이 없다. 바다 대신 야트막한 산이 있고, 작은 평야를 연상시키는 땅 위엔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다만 발길이 닿는 곳에는 그림 같은 해변과 청명한 백사장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을 뿐.

섬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정방형으로 끝없이 늘어선 천일염전 위에 아른거리는 물그림자는 도초도의 풍경을 거꾸로 그려낸다. 아직 소금 알갱이가 완성되는 철이 아니라 투명한 물뿐이었지만, 5월 이후에 가보면 염전에 무르익은 소금을 볼 수 있단다. 염전 주인에게 미리 연락을 하면 염전 체험도 가능하다. 신일염전 010-3114-6854

시목해수욕장에 가는 길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꽃길은 남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시목해수욕장은 아담하고 다소곳한 처녀를 연상시킨다. 둥그런 모래사장과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키 작은 산이 쓸쓸한 늦겨울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여름에는 휴식을 위해 고요한 섬을 찾는 이들로 붐빈다니, 여름 옷을 입은 도초도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게다가 8월이 오면 조용한 도초도에 활기를 불어넣는 해바라기축제가 열린다고.

찾아가는 길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면 도초도를 거쳐 비금도에 내릴 수 있다. 1만4,900원 약 50분 소요. 문의 남해고속 061-244-9915 차도선 이용하기 자가용을 배에 싣고 이동하는 차도선은 목포 북항에서 탈 수 있다. 2만7,000~3만2,000원. 약 1시간50분 소요. 문의 비금농협 061-244-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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