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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Toledo·Murten
유럽의 작은 마을을 누비는 재미


이탈리아의 로마, 프랑스의 파리,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영국의 런던 등은 그야말로 거대한 제국을 호령했던 유럽의 과거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언제나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여행지다. 화려하고 복잡한 유럽의 정취에 숨 돌릴 틈 없이 감탄했다면 보물처럼 숨어있는 유럽의 작은 도시, 마을에서 한 박자 쉬어 가는 것도 좋다. 놓치면 아까운, 부지런한 사람만 찾아서 가는 유럽의 작은 마을에 주목해 보자.

유럽 글=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사진=여행신문CB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
이토록 아름다운 호수! 꼬모

밀라노에서 기차로 40분이면 닿는 호수의 도시 꼬모. 험난한 산세들 틈에 자리잡은 마을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집들의 다채로운 색상,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호수의 푸르른 빛깔까지. 이곳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풍경으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평화로운 꼬모 호수는 협곡 사이를 흐르며 폭이 좁고 기다란 호숫가의 형태 자체만으로도 특징이 뚜렷하다. 마치 갤러리에 들어서서 그림들을 감상하듯 찬찬히 호수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천혜의 전시물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꼬모 호수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선착장 하나 하나, 호수 양옆으로 언덕배기를 따라 자리잡은 마을들은 예외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호숫가에 그 색까지도 그대로 비추는 아름다운 마을풍경은 둥실둥실 눈을 즐겁게 하며 묘한 평온함을 준다.

거리 곳곳에 즐비한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유쾌한 시간도둑이다. 중세에 지어졌던 건물을 그대로 쓰는 독특한 가게도 더러 있다. 각 상점마다 파는 물건도 다양하다. 특히나 실크나 스카프 등 견직물 종류가 무척이나 많은 이유는 예로부터 꼬모가 견직물 산업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서라면 밀라노에서 하루 일정을 잡아 여행하는 것이 좋다. 평화로운 꼬모 호수에서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1박 이상으로 일정을 잡아 보다 여유롭게 꼬모를 누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위스 베른 근교
스위스 의 쉼터 무어텐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기차로 30여 분 거리에 고풍스런 중세 분위기와 아름다운 호반 풍경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 무어텐이 있다. 대도시와 알프스 위주로 스위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무어텐이라는 이름은 그저 낯설지만 주말이면 가족, 친구,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스위스 사람들이 무어텐을 가득 채운다.

무어텐의 풍경은 언덕 위 아름다운 중세의 성과 고풍스런 마을이다. 중세풍의 석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길 끝에 시계탑이 서 있는 풍경은 베른의 구시가지와도 닮았다. 언덕 위 구시가에서 건물들 사이 작은 샛길로 비껴나니 ‘비밀통로 끝 지상낙원’처럼 너른 호수와 들판이 어우러진 별천지가 펼쳐진다. 계단 몇 개 밟으며 언덕을 내려왔을 뿐인데, 자그마한 중세풍의 구시가는 마치 환영이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
뚜벅뚜벅 중세로 걸어 들어가기 톨레도

톨레도는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도로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다. 널찍한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도시를 타호강이 에워싸며 흐르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안전지대, 방어지대라는 라틴어 ‘톨레툼(Toletum)’에서 파생됐다는 도시 이름이 이해가 된다.

반대편 언덕 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에는 대사원을 중심으로 교회탑 지붕이 곳곳에 솟아 있고 알카사르와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톨레도는 우리로 치면 고려의 개성이나 신라의 경주 같은 곳이다. 그만큼 오래된 유적과 삶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현세의 사람들을 유혹한다. 수도 이전의 역사까지 친다면 도시가 가진 나이는 약 3,000여 년. 고대 로마에서부터 고트, 이슬람 정복시대와 가톨릭 군주시대까지 거친 그야말로 도도한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중세가 보존된 도시와 그 건너편을 이어 주는 다리는 마치 현대와 중세의 시간을 잇는 다리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다리를 건너 쉬엄 쉬엄 마을의 위를 향해 미로를 헤치듯 고불고불한 길을 올라간다. 톨레도를 둘러보는 데 있어서 가장 흐뭇한 감동은 오래된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작은 골목길을 누비다 발견하는 오래된 건물과 아담한 성당, 작은 광장, 가꾼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창가의 발코니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또 알카사르를 한켠에 둔 광장과 조우하거나 광장 한 켠의 노천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나 맥주 한잔을 마시는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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