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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역사와 신화, 난해하기만한 철학사상으로 상징되는 그리스는 우리에게 늘 과거였다. 그러나 지중해 여행이 대중화되고 ‘동화같은 마을’ 산토리니가 새로운 이미지로 부각되면서 그리스는 더욱 환상적인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그 땅을 밟아보니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인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부터 신과 인간의 합작물 산토리니 이아마을까지 그리스를 수식하는 ‘신들의 나라’라는 말이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그리스는 철저히 ‘사람들의 나라’다. 크레타와 산토리니, 지중해에 안긴 바다 에게해 섬들에는 오랜 기간 강대국의 외침과 자연의 대재해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키워온 그리스인들만의 여유와 지혜가 그득했다.

그리스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취재협조=그리스관광청 www.visitgreece.kr, 터키항공 www.thy.com/ko-KR 02-757-0280


에게해와 올리브 그리고 섬 이야기

♣산토리니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에게해만큼 쉽게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옮겨가게 하는 것은 없으리라.” 산토리니로 향하는 하늘길에 만난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카잔차키스는 내가 행운아임을 속삭여줬다.


■산토리니의 석양을 맛본 그대는 행운아

각종 매체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혔고, 최고의 석양 풍경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수십만명이 몰려들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산토리니.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섬은 한국의 신혼여행객 및 가족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여행지다. 섬의 본명은 티라(Thira)이고 5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 그리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단연 산토리니다. 그리스 본토나 에게해의 다른 많은 섬들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산토리니의 명성에 철저히 묻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홍보까지 맡고 있는 그리스관광청 일본지사도 올해 서울 시내에서 산토리니 사진전을 개최했고, 버스래핑 광고를 통해 홍보했을 정도로 산토리니는 그리스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산토리니가 대재앙의 결과로 만들어진 섬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기원전 1600년, 지금의 산토리니가 위치한 자리에서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 이뤄져 에게해 일대에 있는 섬들은 초토화됐으며 미노아문명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끔찍한 화산활동의 결과 생성된 칼데라 지형이 오늘날의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탄생된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틀란티스섬이 바로 이곳이라는 플라톤의 주장도 설득을 얻고 있다.

10월 초 산토리니로 향하는 뱃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레타의 이라클리온 항구에서 플라잉캣(Flying Cat)이라는 쾌속선에 몸을 싣고 출발하자마자 배를 삼킬 듯한 파도가 몰아쳤다. 느껴지는 파도의 높이는 족히 5m는 넘을 듯. 거친 파도 때문에 1시간이 더 소요된 2시간반 만에 산토리니의 신 항구에 도착, 배멀미로 넌더리를 쳤던 승객들은 하선 후 끔찍했던 기억을 덜어내려는 듯 시원한 공기를 급하게 들이마셨다. 다행히도 산토리니의 공기는 배멀미의 후유증을 단번에 날려 줄 정도로 쾌적했다. 산토리니를 배경으로한 CF의 음료수를 마시지 않아도 산토리니의 공기는 ‘내 몸에 흐르는 이온’이 되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정도의 파도였다면 쾌속선은 운항을 중단했어야 했다고. 산토리니로 가기 위해서는 항공편이나 쾌속선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통상 11월부터 4월까지는 파고가 높아 선박을 이용한 이동은 어려울 때가 많다.



■동화처럼 추억을 갈무리하는 섬

신 항구에서 버스로 20분 가량 이동하자 피라(Fira)마을에 닿았다. 피라는 산토리니의 다운타운으로 불리며 지중해를 운항하는 초대형 크루즈의 기항지로도 유명하다. 소박한 동화마을 같은 이아(Oia) 마을에 비해 다이내믹한 피라는 수많은 상점과 카페, 호텔, 나이트클럽 등 관광객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줄 요소들로 가득하다. 피라의 절벽 아래에 위치한 구 항구에서 마을의 번화가로 가기 위해서는 566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가파른 길을 관광객이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나귀와 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걸걸한 호객꾼과 함께.

피라마을에서 20여 분 북쪽으로 이동하면 가파른 절벽에 위태하게 붙어 있는 하얀 동화마을 이아가 나타난다. 이아는 피라에 비해 소박하다. 그러나 더욱 강렬하다. 하양과 파랑의 극적인 색 대비는 대충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엽서에 담길 만한 그림을 선물해 준다. 신과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합작품이다. 산토리니의 건물들이 하얀 것은 미학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고 해충을 방지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도 작용한다. 그래서 페인트가 아닌 석회로 매년 새롭게 덧칠을 한다고 한다. 애초에는 하얀색과 파란색만이 허용됐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는 분홍, 노랑색도 허용됐다고 전한다.

피라마을과 이아마을을 다 돌아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지만 그 풍광이 연출하는 감동을 체내에 흡수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산토리니를 다녀온 여행객들이 상사병에나 걸린 듯 섬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한국에서도 유독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것도 결혼이라는 환상이 동화같은 풍경과 함께 고이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거라 생각된다.

★그리스 어떻게 갈까?

현재 우리나라와 그리스를 잇는 직항 노선은 없다. 고로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야만 하는데 현재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 인근 지중해 국가와 연계된 패키지 상품의 경우 대한항공이나 터키항공이 애용되고, 배낭여행 및 에어텔, 허니문 상품의 경우 서유럽이나 중동을 경유해 들어가는 항공편이 대부분이다.

하루라도 더 그리스에 머물고 싶다면 환승 대기시간이 짧은 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 운항시간에 지치기 쉬우니 스톱오버가 가능한 항공편을 이용해 인근 국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리스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된다.

이번 일정에는 터키항공을 이용했는데 이스탄불에서 시내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국과 일본의 냉랭한 관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의 색다른 문화를 비교하며 여행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화폐- 유로화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종교 -그리스정교 97%
날씨- 한국과 같은 위도 38°에 위치해 우리와 날씨가 비슷하다. 단 바람은 강한 편이다.


■그리스 리조트 이야기

동남아나 남태평양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그리스 리조트. 유명 유적지 혹은 에게해와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리조트들은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뽐낸다.
이라클리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크노소스 로얄 빌리지는 이름처럼 크노소스궁전을 모사한 듯한 분위기의 빌라형 리조트다. 아기자기한 수영장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편 크노소스 로얄 빌리지의 모회사인 알데마르호텔(www.aldemarhotels.com)은 해수를 이용한 스파 테라피를 발명해, 웰빙 스파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 자극적인 동남아 스파 마사지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듯하지만 피부나 관절, 정신 건강에 있어서 훨씬 좋다고 한다. 아미란데스호텔(www.grecotel.com)은 곳곳에 물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라군을 꾸며 놓았고, 로맨틱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크레타 최고급 호텔로 신화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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