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자를 만나고 싶다. “여행업이란 본디 여행을 하는 고객을 섬기는 일”이라고 말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직원이란 언제든 팽개칠 수 있는 종이 아니라 동반자이고 가족이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바보같은’ 경영자를 눈으로 보고 싶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대기업들이 지난 25일 신입직원의 초임을 최대 28%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업무량이 줄었지만 청년실업을 방관할 수는 없기에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비해 영세한 여행업계, 이런 뉴스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살을 깎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 온 터라 신입이라도 뽑을 수 있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조처가 때론 ‘행복한 남의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행업계의 현실이 서글픈 것은 일자리 나누기나 구조조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 업계에서 ‘발을 터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물론 젊은 직원들이 대다수다. 임원 및 고참급 실무진들은 “요새 어린 애들은 인내심이 없다”고 힐난한다. 단지 인내심만 탓하는 것이 옳은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최근 한 대형여행사에 근무하는 3년차 직원은 “감봉도 좋고 구조조정도 좋은데 회사에 닮고 싶은 멘토나 롤모델(Role model)이 없다는 사실이 제일 괴롭다”고 토로했다. 임원들은, 고참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즐기라’는 군대식 구호를 앞세우기 전에 즐길 만한 고통 뒤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것이 ‘경기가 풀리고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전부라면 조금 슬픈 일이다.

지난해 여름, 한 배낭여행사 팀장은 “여행은 모두에게 꿈같은 거잖아요. 여행사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누군가의 꿈을 디자인해준다는 점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혹독하도록 추운 시기, 순박한 이상주의자가 그리워진다. 젊은 직원들이 꿈을 찾았으면 좋겠고,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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