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률에 대한 기억이 문장에 대한 기억보다 더 끈질겨서 일까. 들은 지가 벌써 몇 년은 된 것 같은데도 요즘 들어 귓가에 맴도는 가사가 있다.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최근 경기 불황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여행업계는 입시지옥 고등학교와 별 다를 바 없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꼼짝달싹 못하고 회사눈치, 상사눈치, 경쟁사 눈치만 보느라 마음 졸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 취재원은 “워낙에 주변에서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말들을 입에 달고 사니까 만들고 싶은 상품이나 추진해 보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제안하기 겁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품 가격이 낮아져서 수익률이 바닥이지만 경쟁사들이 잠자코 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설 순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 남이 문을 열어주기 전에는 결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걸까. 지금 업계를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인재들은 바로 서태지와아이들을 따라 ‘교실이데아’를 부르며 거리에 나왔던 그 세대들이 아니었나.

다행히도 모처럼 만난 한 팀장으로부터 희망을 봤다. 그는 “저가시장을 헤치고 가는 방법은 결국엔 차별화”라며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듯이 새로운 시장이나 목적지를 기다리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조금만 더 연구하면 제값을 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만들어서 판매했던 상하이-주장 1박2일 상품은 상품가가 25만원인데도 같은 상하이 지역의 3박4일상품보다 수익률이 2배 이상 높아 지난 겨울 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단다.

경기가, 환율이, 나랏님이. 주변 환경을 탓할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황을 헤치고 나가야할 주체는 결국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고 다행히도 여행업계는 아직 젊다. 젊은 날을 이토록 헤매게 놔두는 것은 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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