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인재들이 외면하는 여행업, 왜?
“박봉에 안정성 떨어져요”


-‘사람이 재산’이라지만 현실과는 차이 커 … 업계 인식제고와 자부심 강화 노력해야

최근 여행업에 위기가 닥치면서 여행업 진출을 원하는 학생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졸업을 앞둔 어린 새싹들은 바로 여행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피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있지만 현재 어려운 업계의 여건상 이들을 맞을 준비가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학생들은 여행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어떤 것이 현재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관심사로 자리하고 있을까. 여행업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보고 우리 업계의 현 위치를 조명해보기 위해 실습생을 포함한 관광관련 학과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 주>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여행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환경 조성 필요

현재 2년제, 4년제 대학을 합쳐 전국에 대략 130여 개가 넘는 관광관련 학과가 있고 많은 학생들이 여행사 실습을 하고 있다.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함도 있지만 학생들은 이론을 넘어 실무적인 경험을 쌓고, 자신과의 적성 일치 여부를 평가해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실습생들을 비롯한 관광학과 학생들이 가진 여행업계에 대한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여행업을 꺼리는 주요 이유로는 많은 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과 ▲직업 안정성 등이었다. 타과도 아닌 관광학과 학생들조차 현실과의 괴리에 실망한 채 여행업에 등을 돌리고 높은 급여와 안정성이 있는 금융권, 공무원, 공사 등을 선호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여행업에 진출하기 원하는 학생들조차도 앞으로의 비전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실무를 배우기도 전 학교 선배, 신문, 인터넷 정보들을 통해 업계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탓이다. 미래의 인적자원들이 이처럼 여행업에 대해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는 것은 인재 유입 차단으로 이어져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학생은 “여행사 실습을 마치고 온 선배가 가격 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는 지금의 여행업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며 “실습을 하는 도중에도 실무자들은 ‘내가 그 나이라면 다른 일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통에 맥이 빠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미 근무하고 있는 직원도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신입사원 처우까지 고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취업난이 아무리 심해도 좀 더 좋은 조건을 갖춘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취업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17일 커리어와 에듀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가 직업 선택 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첫 번째가 직업 안정성(36.7%), 두 번째는 연봉수준(20.6%), 세 번째는 흥미나 적성(17.1%)이었다.

이를 고려할 때 여행업은 안정성과 연봉수준 모두에서 낮게 인식되고 있기에 고급인력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행업 스스로가 인재들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지 않고 지원자의 열정과 의지만을 탓한다면 향후 인적 자원 유치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미래의 주춧돌인 학생들이 여행업계 진입을 꺼린다면 장기적인 여행업의 발전에서 분명 손해임이 틀림없다. 앞으로 여행업의 한 단계 더 높은 도약과 발전을 위해 지원자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은 여행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로, 개별적으로 진행됐으나 편의를 위해 같은 주제의 답변을 묶어서 재구성했다.


■ 관광관련 학과 학생 6인과의 인터뷰



-관광관련 학과는 어떤 면이 좋아서 선택했는가?

A : 관광경영전공 2학년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는 활동적인 업무를 좋아한다.”

B: 관광경영전공 3학년
“성격상 여행을 좋아하고 활동적이다. 관심분야와 맞는다.”

C: 관광경영전공 2학년
“전공은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했다.”

D: 관광학과 4학년
“여행이 즐거워서 여행업도 즐거울 것 같다. 적성과 잘 맞는다. ”

E: 관광경영학 4학년
“여행이 좋다. 관광과에 들어온 만큼 여행업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F: 관광경영학 4학년
“대학 4년 동안 배워왔고 좋아하는 것 같다.”


▶여행업에 대한 편견 ‘박봉’과 ‘업무과다’

-학교에서 여행업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다면?

B 선배들 얘기로 박봉에 일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와서 봐도 밥먹는 시간 외에는 거의 일만 하고 있다. 작은 회사는 테이블 닦기부터 시작한다고 들었다. 신입 연봉도 크게 낮다고 들어서 규모 적은 곳에는 안 가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외국어 공부, 학점 등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업은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기존 여행사도 많아 새 시장 개척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C흥미가 있는 것은 항공사 쪽이다. 그래서 여행사나 다른 여행업 분야에 대해서는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

D 지인 중 하나가 여행사에 취업해 현재 마닐라 지사에 파견돼 있다. 이를 통해 자연히 여행사에 대해 알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박봉에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 선두기업이면 모를까 여행사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타 분야에 비해 덜하다. 특히 환경적인 변화에 너무 민감한 것 같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바로 그 영향이 미친다. 이런 이유로 다소 불안하다.

E 우리 학교는 학부로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니 한 학년 당 200명이상 입학한다. 이렇게 몇 년을 이어지다보니 동기들은 물론 여행사 등 관련업계에 취업한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행업계가 ‘박봉’이고 ‘힘들다’는 인식은 만연해 있다.

F 급여 등 복리후생이 좋지 않다는 것도 그렇지만 학문으로 습득했던 것과 회사에서 보여주는 비전이 차이가 있다는 말에 실망했었다. ↗7면에 계속


-동기나 선배 등 주변의 분위기는?

A 관광학과라서 그런지 선배들이 호텔, 여행사, 면세점도 많이 가고 일본 대학 유학도 가는 편이다. 외국어 준비가 안됐다면 열심히 하라는 조언도 한다.

B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선배들 중 학업을 통해 쌓아온 이상만큼 좋은 이야기를 해준 선배는 없다. 관광과에 재학 중이긴 하지만 관련업계로의 진출을 생각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는 많지 않다.

E현재 실습중인 회사에서도 선배가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학생회 활동까지 했지만 학내 선후배 교류가 많지 않아 조언을 들은 적이없다. 단 먼저 실습을 거쳤던 친구들이 ‘재밌다’고 말해준 적은 있다.

F 솔직히 좋게 말해준 선배는 없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힘들다’, ‘오지마라’라는 말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여행업 경기 안 좋아 걱정

-선배들의 조언이나 취업현황은 어떠한가

A 교수님들이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여행업 경기가 안 좋아 어렵다고 하신다. 교수추천도 거의 없는 시기다. 취업은 언제 풀릴지 잘 모른다는 분위기다. 추석 지나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B 타 학과에 비해 특성을 살려 여행업종에 취업하는 분위기다. 교수님은 현업 출신들이 많아 현재의 산업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어려워 다들 걱정이다. 채용 공고는 많이 나지만 영세 여행사보다는 좀 더 좋은 곳에 가고자 대기하는 사람도 많다.

C 다들 경기가 어려워서 걱정이다. 올해 경기가 나빠서 어디든 채용공고가 뜨지 않는다. 교수님들도 우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하신다. 주변에서 모이면 걱정이 태산이다. 어서 경기가 풀려서 취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

D 대형 여행사들의 채용은 최근 1년 사이 자취를 감췄고, 관광공사나 호텔·리조트로의 취업도 여의치 않다. 많은 학생들이 관광학과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나 일반 대기업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추세다.

▶복리후생도 중요

-여행업 선호분야는? (호텔&리조트, 여행사, 항공사, 관광청, 랜드사 등)

A 졸업 후 더 준비해 항공사에 가고 싶다. 항공사에서도 지상직 발권 쪽에 흥미가 있다. 복리후생이나 선호도 면에서 항공사가 더 끌린다.

B 컨벤션 분야나 한국관광공사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컨벤션 분야는 전망이 밝고 유망하다고 본다. 관광공사는 안정성과 복지 등에서 좋고 관광프로그램 추진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행사도 여행업의 가장 기초이자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역시 매력이 있다고 본다.

C 항공사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행사에도 관심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에 대한 고려라고 본다.

D 큰 여행사의 경우 토익 점수도 900이 넘어야 안정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지원하기에도 벅찬 편이다. 나는 아무데나 간다는 묻지마 취업도 있어서 더 높아질 수도 있겠다. 여행업은 많은 업종 중 하나의 고려대상이기에 실습 후 결정하겠다.

E 과내 많은 학생들이 호텔·리조트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여행사를 꿈꾸고 있었지만 ‘여행사 아니면 안돼’는 아니다. 취업이 어려운 만큼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 여행사, 호텔·리조트 등의 공채에 도전해 합격하는 회사에 입사하겠다.

F 대학시절 의료관련 학과를 복수전공했다. 최근 의료관광이 붐을 이루고 있는 만큼 의료분야에 도전할 생각이다.

▶여행업은 진로 중 하나일 뿐

-실습을 하는 도중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A 여행사 실습을 나왔는데 주변에 조그만 대리점만 보다가 와서 그런지 여행사 본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처음에는 여행업의 화려함을 보고 끌렸으나 막상 경험해보니 밑에서부터 차근히 쌓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외국어도 많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발권업무 뿐만 아니라 직장 선후배간의 예의 등에 대해서도 잘 배우고 싶다.

B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서 실습도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가 최상위 목표는 아니다. 여러 고려 대상의 하나일 뿐으로 가능성은 모두 열어놓은 상태다. 다만 서비스업무의 기본인 고객응대나 직접적인 불만사항 대처방안에 대한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실습제도가 좋은 것은 자신에게 업무가 잘 맞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된다.

C 경험해보니 이론과 실무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직원들이 너무 편안하게 잘 대해줘서 적응하기에 좋다. 실습 경험을 쌓은 후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겠다.

E 여행사에 있으면서 구전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업계 선배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사 취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겠다.

F 꼭 여행사 취업을 희망해서 실습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학 동안의 경험을 통해 여행사에 대한의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업 종사자들은 오히려 여행업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줬다.

▶비전 제시하는 업체 원해

-다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B 실습을 3번 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에서 지내도 방 값만 총 40만 원은 든다. 이것저것 다 하면 실습기간동안 필요한 금액이 100만 원에 가까운데 지급되는 실습비는 턱없이 모자라다. 정부 지원 등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E 5~6년 전까지 여행업이 호황을 누렸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때문에 여행업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F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기부여가 문제라고 한다. 낮은 급여라는 이유도 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무 사이의 괴리감도 크게 작용한다. 또 여행업이 계속 발전해 나갈 거라고 믿지만, 현재 많은 회사들은 지속적 발전을 해 나갈 여력과 능력이 없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학문적으로든 복지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업체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다.


여행업 진출이유?
“여행 그 자체가 좋아요”


-여행이 좋아서 여행업 원해 …“미래 발전가능성 보여줬으면”



■업계가 지향해야 할 것은

“자격증제도 강화, 직원복리후생 개선, 알찬 패키지, 비전재시 성장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잘 알렸으면 좋겠다. 패키지여행 다양화, 학생들을 겨냥한 상품 출시 인바운드여행, 정부차원의 여행 장려, 계절에 맞는 국내여행상품 개발, 연봉, 자기 만족, 직업안정성,편리한 예약시스템 등”

경희대학교 관광학과 학생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행업에 진출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54.3%로 나타났다.
첫 번째로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호텔·리조트가 총 52.2%의 응답을 얻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항공사(10.9%), 관광청(8.7%), 랜드사(2.2%)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점은 19.6%의 학생들이 여행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원했다는 것이다. 경희대 변정우 교수는 “서비스를 배우는 과 특성상 직업 안정성과 보수가 좋은 금융권으로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에 가고자 한다면 그 이유는’이라는 항목에 대해서 ‘여행이 좋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32%로 가장 많았다. 관광학과를 선택한 이상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의견도 24%로 나타났다. 또 학업을 통해, 혹은 실습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20%를 차지했다.

반면 ‘여행업에 입문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45.7%로 나타났다. 학업과 실습 등을 거친 후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고 ‘업계의 평판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15.2%,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응답은 18.2%로 나타났다. ‘비전이 없다’는 다소 비관적인 응답도 12.1%로 나타났다.

한편 답변자 중 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업계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아쉬웠던 점을 지적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받는 낮은 연봉 등의 ‘처우 개선’을 꼽는 의견이 3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한 직장에서 근속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이 27.6%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사회에서 바라보는 ‘업계에 대한 낮은 평가’(20.7%)와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현 업계의 실태’(20.7%)도 고쳐야 할 점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이밖에도 업계에 대해 바라는 점을 가감 없이 말하기도 했다. 여행업계가 장기적으로 성장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제 위기 탓에 장점이 가려져서 아쉽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여행업 입문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하게 여행경기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