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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대기업들이 기존의 ‘갑’의 입장에서 벗어나 경쟁하듯 협력사들과의 상생경영을 꾀하고 있다.

제품개발 단계부터 중소업체들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이를 통해 연평균 1,000억 엔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비용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이 도요타의 연구개발 철학까지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데, 도요타자동차와 협력사들의 공동 특허 건수는 15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통신업계에서 소위 ‘슈퍼갑’으로 불리는 KT도 720여개 중소협력업체와 ‘갑을 관계’를 청산 및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을 지난 6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업은 이런 상생의 흐름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업계에서 ‘갑’으로 불리는 항공사의 태도에 관한 불만은 올해에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많은 여행사에서는 전세기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평소에는 좌석을 팔아주고, 성수기엔 전세기도 띄우는 여행사가 곧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그 고객이 항공사에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오히려 자신들의 편의대로 일을 ‘지시’한다는 말이 여전히 들린다.

주객이 전도돼도 분수가 있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업무 협력자이자 억대가 넘는 비용을 내는 구매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도리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다행인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담당자와 서서 이야기 하는 도중 지나가던 지점장이 자신을 가리키며 ‘이 분이 우리 회사를 위해 얼마나 많이 애쓰고 있는 줄 아느냐, 어서 자리로 안내하고 차를 대접하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항공사에게 있어 여행사도 하나의 고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업계는 이에 대해 하나의 특이한 에피소드로 느낄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화두로 자리한 ‘상생경영’이 여행업계에도 어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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