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품귀현상 인바운드 수익성 악화
-국내 관광인프라 일본대비 경쟁력 뒤져

■호텔은 ‘방긋’…여행사는 ‘울상’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바운드의 계속적인 성장세는 신종플루에도 아랑곳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환율로 인해 저렴해진 쇼핑 매력과 상품가를 보고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많아졌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동남아권 수요도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일본인바운드는 블록버스터급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0월21일 발표한 ‘2009년 9월 관광통계’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4.9% 증가했고, 이중 막대한 비중(35.6%)을 차지하는 일본관광객은 37.4%나 늘었다.

신종플루도 조기에 회복해 7월에 이미 전년 대비 29.1%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은 성수기를 맞이한 일본 인바운드 뿐 아니라 통상 비수기에 속하는 동남아 인바운드도 수요가 폭증한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가을 시즌 동안 한류스타들의 국내 팬미팅과 국제 회의 등 인센티브 단체 방문이 더해지면서 외래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들어온 것. 자연히 각종 행사와 여행객 단체가 집중된 서울 지역 대부분 호텔들은 10월 한달 간 만실을 채웠다. 신라호텔의 경우 역대 최대 객실 점유율인 94%를 기록했고, 지난 9월 중순 오픈해 한달을 갓 넘긴 영등포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호텔도 숙박률이 92%가 넘은 것으로 전했다. 호텔업체들은 대체로 G20을 비롯해 굵직한 국제행사와 인센티브 단체가 남은 11월 중순까지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 봤다.

하지만 호텔들이 만실 행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암담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방잡기가 이미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버렸다. 여기에 외래객이 급증하면서 호텔 측에서 여행사에 사전 블록을 주길 기피하하면서 여행사 각각에 돌아오는 블록 수가 현저히 적어졌다. 게다가 상품은 3개월 전에 세팅하는 반면 호텔확정가는 점점 늦게 공시돼 한달 전에나 나오는 것이 대부분. 요금도, 블록도 없어 숙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여행객들을 받고, 뒤늦게 남는 객실을 찾다보니 웃돈을 주고 방을 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많이 팔수록 손해 ‘아이러니’

일부 호텔에서는 이 같은 객실 품귀 현상을 악용해 막무가내 요구를 하기도 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호텔 측에서 13만원짜리 단체가 들어왔으니 8만원인 우리 단체는 빼달라는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며 “호텔에서 부르는 게 값이 되버려서 적정가, 상한가 의미도 없어졌다. 심지어 FIT가격보다 그룹가가 높아지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호텔 측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으로 3~4만원이었던 객실이 하루새 2만원이 더 뛰어 5~6만원에 형성되기도 하고, 특2급 호텔 경우는 가격이 2배 이상 뛰는 경우도 빈번하다.

울며 겨자먹기식 호텔 업그레이드도 적지 않다. B여행사 관계자는 “한 호텔에 18개 객실을 블록으로 잡아놓았는데, 10월에 생각보다 큰 단체가 들어와 객실 2개가 부족해졌다. 한 단체를 나누어 숙박시킬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일반객실이 없어 결국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전체 물량의 20~30%는 웃돈을 얹어 비싼 클래스를 사거나, 호텔을 교체하는 대신 식사를 업그레이드해준다”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여행사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행사를 취소할 수도 없다. 에이전트의 신뢰를 잃어 거래가 끊기면 손실이 더욱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행상품이 저가 위주로 형성돼 대부분의 인바운드 업체들이 지상비 없이 쇼핑과 옵션, 환차익으로 보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손해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특히 환율이 서서히 안정되가면서 올해 초만큼 환차익이 많지도 않은데다 이 같은 '웃돈 행사'가 더해지면서 10월에는 적자를 본 여행사도 생겨났다. 내년에는 관광호텔에 적용됐던 부가가치세 영세율 면제도 폐지된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10%의 할인혜택이 사라지게 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관광 호텔 부족 ‘근본적 원인’

관련업계에서는 객실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류가 동아시아 문화권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고, 내년부터는 정부에서 ‘한국 방문의 해’를 다시 추진하는 만큼 수요가 쉽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올해 이같은 ‘호텔 대란’을 겪으면서 회의적인 반응이 크다. C여행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여행 수지가 흑자라고 좋아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야할 여행사는 적자를 보고 있다”며 “서울 시내 객실 수가 너무 부족해서 일본관광객이 조금만 넘쳐 들어오면 호텔가가 뛰고 난리가 나는데 준비없이 맞는 한국방문의 해는 전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호텔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관광숙박업체는 총 570개로, 객실 공급이 5만7,748개에 그친다. 서울에는 이중 121개호텔, 2만548개 객실이 있다.<표2 참조> 이는 가까운 일본에 도쿄에만 647개 호텔(8만9280객실), 1317개 료칸(3만6986객실)이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단위면적 당 숙박업체 수와 객실수가 약 4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표1 참조>



여행사들은 특히 외국인 이용률이 현저히 높은 특1등급, 특2등급, 1등급 호텔과 방한외래객들이 선호하는 쇼핑 명소인 명동과 동대문의 객실 공급이 충분치 않은 점을 지적했다. 모두투어 장유재 사장은 “특2급 호텔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명동 부근에 레지던스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을 개조한 호텔 등을 지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왕조여행사 이선영 부장 역시 “레지던스 호텔이나 호텔급 모텔은 부대시설과 서비스가 부족한데도 일반 특급호텔 가격을 호가한다”며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호텔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관광이미지가 쇼핑으로만 각인돼 다양한 관광지가 개발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극심한 것. 한비여행사 한정희 이사는 “숙박 자체보다는 관광 스팟이 고르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아무리 여러 가지 상품을 내놔도 쇼핑 이미지가 강해 명동만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 문화의 매력이 잘 안 알려졌을 뿐더러 깔보는 경향도 있어 박물관이나 고궁을 원하는 수요는 매우 적다. 다양한 관광지를 개발하고 홍보해 지역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투어 장유재 사장도 “서울 수요를 지방 등으로 유도해 1박 정도는 서울에서 하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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