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론이 또 다시 유행하고 있다. 최후의 날은 2012년 12월21일로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됐으며 헐리우드는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다. 기존에도 지구 종말론은 있었으나 노스트라다무스 등 유명 권위자에 의지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과학적, 역사적 근거에 따른 주장에 힘입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2012년 이후에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이들끼리 활발히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 모습에서 여행업계의 과거가 떠올랐다. 업계에는 제로컴 정책이 시행되는 2010년을 ‘군소업체 종말의 원년’으로 보는 이가 많다. 단순히 항공권 발권에 따른 수수료로 먹고 살던 업체에게 2010년은 가히 잔혹한 시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차이가 있다면 알 수 없는 지구 종말론과 달리 제로컴 체제는 분명히 다가올 미래였다는 것이다.

물론 거대 자본들의 횡포에 희생되는 것은 주로 소규모 여행사이며 이들에게 충분한 배려가 없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것처럼 현실은 냉혹하다. 어차피 시장은 정글과 같아서 강자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왜 날 잡아먹느냐고 묻기보다는 도망가거나 맞서 싸울 힘을 기르는 게 현명하다.

업계에도 제로컴 체제를 적극 대비한 회사들이 있다. 어렵다며 타사가 사람부터 정리할 때 오히려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력충원 및 콘텐츠 구축, 사업 다변화 등을 시도했다. 이들은 위기라기보다는 올해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생존을 넘어 날아오르는 시기가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2012년 종말은커녕 오늘 당장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점쟁이가 아니라도 제로컴의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운명은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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