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에만 신경쓸 때 기업은 자멸한다. 고객에게, 거래처에게 그럴 듯한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 못지않게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 함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위기가 올 때마다 직원들에게 투자되는 비용부터 삭감한다. 정작 경기가 회복됐을 때 가장 늦게 책정되는 것도 인재개발 비용이다. 지금 여행사들은 잠시 걸음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당연히 직원 교육, 인재개발은 뒷전이다. 경영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의 여행사들이 색깔 없이 비슷비슷한 것은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닌지. <편집자주>

-교육, 인재개발도 복지 차원에서 이해해야
-내부마케팅 소홀한 여행사…악순환 되풀이

■직원 이직 두려워 투자를 꺼리나

여행신문이 18주년을 맞아 진행한 다양한 설문조사와 특집 기사를 보면 여행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하지만 인력 경시 문제가 팽배해 있는 여행업계의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장 이직 및 퇴사하고 싶을 때’를 물은 결과, 35%가 열악한 급여 및 복지, 9%가 비전 및 적성 때문에 이직하고 싶다고 밝혔다. 업무 자체보다 직원으로서 속한 회사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원을 고객처럼 생각하는 ‘내부 마케팅’에 소홀하다는 얘기다.

주요 여행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회사 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 이외에 인재개발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교육, 인재개발을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한 여행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업무와 직결된 CS(Customer Satisfaction)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여행사들이 늘고 있는 정도다. C여행사 관계자는 “CS교육이야 당장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원들이 2~3년 일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복지 차원에서 그 이상의 혜택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교육 찾아 직원들은 떠돌이 신세

하나투어, 모두투어, 레드캡투어, 비티앤아이 등의 대형 여행사들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실무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비하고 있고, 일부 여행사만이 복지 차원에서 영어, 오피스 프로그램, 독서 교육, 마케팅 및 재무 관리 등에 대한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인재개발팀을 갖추고 있는 하나투어의 경우, 사내 인트라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형태의 장을 마련해 직원들이 정보를 나누고 참여가 우수한 직원에게 포상 혹은 사회기부를 유도하는 방식은 매우 이채롭다.

그러나 일부 대형 여행사들을 제외하고 시스템이라 할 만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여행사 직원들은 GDS 업체, 관광청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직원 10명 이하 규모의 여행사에 근무하는 S과장은 “회사 내부에서는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며 “결국 관광청 스페셜리스트프로그램이나 직업전문학원 등을 찾아 외부로 떠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여행사 직원들이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는 팸투어 참가 기회마저도 제한하는 여행사도 부지기수다. 인력이 부족하니 자리를 비울 수 없고 팸투어에 다녀온 직원들의 이직률이 유독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관광청 관계자는 “회사가 자체 비용을 들이는 것도 아닌데 항공사나 관광청에서 주최하는 팸투어에 직원을 보내는 것을 포상휴가처럼 생각하는 여행사가 많다”며 “특히 해외 업체들과 중요한 사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관광박람회를 그저 직원들의 해외여행 체험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의 자세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부 마케팅에 주력할 시점

직원 복지와 교육에 투자를 꺼리는 경영자들은 그동안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어려울 때 투자를 늘린 회사도 있으며,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비코티에스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씩 오전 8시부터 1시간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서 신청자를 받아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강의를 마련해주고 도서비를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거래 여행사들이 느껴질 정도로 비코티에스 직원들의 전문성은 정평이 나 있다.

H여행사 관계자는 “비코티에스에서 진행한 설명회에 참석해보니 직원들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회사가 교육을 잘 한 결과라 느껴졌다”며 “거래 여행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자신감 넘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코티에스 이미순 대표는 “직원들이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는 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익에 급급하고 외부에 비쳐지는 회사의 이미지만 관리할 뿐 속으로 곪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여행업계에서는 숟하게 목격했다. 창간특집으로 진행된 CEO 대담에서 비티앤아이 송경애 사장은 “직원 한명이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원 한명이 곧 회사다”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부에서 결속력을 다지고 직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결국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