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는 우리나라와 대척점을 이루는 어마어마한 거리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의 꿈만 꿀 뿐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곳이다. 나 역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는 지역이었는데 실제로 여행을 하게 되니 꿈만 같았다. 16일이라는 긴 시간, 자리를 비워도 될지 고민도 했지만, 우리나라 해외 여행패턴의 발전 속도 및 변화를 고려해 봤을 때 남미는 미래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결코 포기 할 수 없었다. 거리상의 간극만큼이나 풍경과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낯설기만 한 남미의 실제 모습은 의외로 정겹고 흥미로웠다. 가는 곳마다 신비한 풍경으로 가득했던 16일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글=하나투어 권희석 대표이사 사진=여행신문CB



■남미의 관문 산티아고, 그리고 와인

서울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산티아고까지 25시간이상 비행을 했지만 란항공의 180도 평면 좌석과 엔터테인먼트 시설, 훌륭한 기내식과 와인 덕에 힘든 줄 모르고 남미의 관문에 다다랐다. 여행을 했던 당시는 큰 지진이 난 직후라 출발하면서부터 일행 모두가 걱정을 했지만 여행업계 종사자로서 손님을 남미로 보내는 입장에서 솔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우려를 버리기로 했다. 산티아고는 칠레 안에서도 지진 피해가 적은 지역이었는데, 칠레 국민이 모두 합심을 해서 자연 재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남북으로 약 4,2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이 동시에 존재하고 사막부터 빙하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나라, 특히 우리나라의 첫 FTA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다. 사실 칠레 한 나라를 제대로 보려면 1달로도 부족하지만, 일정상 산티아고와 그 근교의 태평양 연안 휴양지인 ‘비냐델마르’ 만을 들렀다. 평소 칠레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칠레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 중 한곳으로 꼽히는 꼰차이토루를 방문하고 나서 그들의 예술에 가까운 정성에 칠레 와인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 일반 포도보다 당도가 훨씬 높은 와인 농장의 신선한 포도를 맛본 것은 잊지못할 기억이었다.

■노천카페서 즐긴 즉석 탱고쇼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사람이라는 의미와 멋있는 도시인이라는 의미로, 그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포르테뇨’라고 부른다. 일행은 탱고의 발상지이자 애수의 항구마을인 보카 지구로 가서 오색창연한 도시 풍경과, 노천카페 앞에서 펼쳐지는 수준급의 즉석 탱고쇼를 관람했다. 즉석에서 무용수와 탱고를 춰 볼 기회가 있었는데, 미리 좀 배워놓았더라면 멋지게 일행들 앞에서 춤솜씨를 뽐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후 영화 ‘에비타’에서 봤던 대통령궁, 도시 한복판의 아름다운 공동묘지 레꼴레타 묘지, 국회의사당을 거쳐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프로 축구팀 보카주니어스의 메인 스타디움을 들러봤다. 이후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인 이과수 폭포로 향했다. 최근 수량이 많이 줄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세상의 모든 강물이 모인 듯 장대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그리고 파라과이에 걸쳐있는 웅장한 폭포로, 울창한 삼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을 이끄는 곳이다. 특히 12개나 되는 폭포들이 하나로 만나 떨어지는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바라보기만 해도 공포와 전율이 느껴질 만큼 섬뜩한 풍경을 연출했다.

쌈바의 본고장,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를 거쳐 다음 목적지로 향한 곳은 페루의 이끼또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아마존의 눈물’을 관심이 높아진 이곳은 상업화된 브라질의 마나우스 지역보다 아마존의 때 묻지 않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핑크고래를 보며 자연의 위대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아마존 풍경, 잉카 문화 모든 게 ‘신비’

아마존을 나와 도착한 곳은 잉카제국의 마지막 수도인 쿠스코였다. 예상했던 대로 잉카인들의 신비로운 문명과 함께 침략자 스페인의 문화가 뒤엉킨 묘한 분위기의 땅이었다. 쿠스코는 그 자체로 볼거리가 많지만 잉카 유적지 마추피추를 오르는 베이스캠프로도 유명하다. 해발 3,800m. 고산병을 대비해 전통차인 코카잎차를 틈 나는대로 마셔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마추피추는 쿠스코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에 위치해 있는데, 높고 험준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40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동안 조용히 묻혀 있다가 1911년 예일대 교수 하이람 빙엄에 의해 발견됐다. 그의 이름을 딴 하이람 빙엄길을 통해 버스를 타고 올라가 마추피추에 들어선 순간, 당시 발견자였던 빙엄이 얼마나 충격에 휩싸였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험준한 산 속 그 높은 꼭대기에 이렇게 고요에 묻혀있는 마을이 존재하고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쿠스코에서의 또 한가지 잊지 못할 추억은 음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꾸이(Cuy)라는 쥐과 동물의 통구이요리가 그것이다. 햄스터 혹은 토끼와 닮은 꾸이는 페루인들에게 단백질 섭취를 위한 중요한 ‘요리 재료’인데,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들에겐 보통 낯선 것이 아니었다. 평소 전통 음식 체험이야 말로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믿고 있고,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교훈처럼 편견 없는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체험이었다. (사실 맛은 토끼고기와 흡사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은 나스까 라인(Nazca Lines)이었다. 6~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수수께끼 같은 풍경은 외계인의 암호, 혹은 고대인들의 달력으로 추정되는데 광대한 지역에 걸쳐 새겨진 거대한 동물 문양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나스카라인에 대한 근거 없는 폄하 방송으로 한국인의 취재가 금지당한 사례를 보면서 타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화인의 자질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16일 동안 14회 비행기 탑승, 총 65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그리고 약 3만마일의 거리를 날아서 광활한 대륙 남미의 아주 일부분을 경험했지만, 다양한 문화, 아름다운 대자연의 신비를 동시에 체험하고 감동할 수 있는 남미 대륙은 이제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관광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면을 통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란항공사와 아메리카라인투어스에 감사를 전한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