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일본 시가현-시가 여신은 비파를 품었다
[현지취재] 일본 시가현-시가 여신은 비파를 품었다
  • 여행신문
  • 승인 2010.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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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목에 둥글넓적한 몸매가 비파의 맵시를 닮았다. 잔잔하고 맑은 물결은 그 음색과 비슷하다. 그래서 비파호다. 시가(滋賀)현은 바로 이 오래 되고 거대한 호수를 둘러싸고 형성됐다. 비파를 품에 안은 여신의 모습으로…. 아폴론의 하프가 뮤즈를 매료시켰다면, 여신의 비파는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강물도 구름도 이곳에선 걸음을 늦춘다.



■젊은 그녀들이 시가현을 즐겨찾는 이유
비와코

요즘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시가현을 많이 찾는다. 자연의 정기가 충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파워 스폿(Power Spot)’ 여행이 유행하면서, 일본 최대, 최고(最古)의 호수인 비와코(琵琶湖·비파호)가 성지처럼 된 것이다. 과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전국시대의 명장들도 해마다 비와코를 찾아 무운을 기원했다고 하며, 호수 안에 자리한 4개 무인도 중 하나인 츠쿠시마 섬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여신 ‘벤텐’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다.

호수는 총 둘레가 235km에 이르는데 물길이 좁아지는 비와코 대교를 기준으로 크게 북부
와 남부로 나뉜다. 비파의 목에 해당하는 길쭉한 부분이 남부다. 나가하마(長浜)가 호수 북부를, 오쓰(大津)가 남부를 대표하는데 두 도시는 동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느낌도 다르다. 나가하마는 예스럽고 역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반면 시가현의 현청소재지인 오쓰는 좀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호반 도시의 풍모를 보여 준다. 시간과 주머니 여유가 있다면 후쿠이현과 맞닿은 북쪽부터 남쪽까지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다. 코스 곳곳에 박물관과 신사 등 볼거리와 명소들이 산재해 흥미진진하면서도 낭만적이다.

한편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비와코에 몰입하고 싶다면 오쓰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오쓰에선 시가현의 사람들이 ‘어머니 호수’라 부르며 칭송하는 비와코를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이채롭다. 오쓰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즐기면서 비와코의 서정과 호수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도 있고, 오쓰의 명산 히에이산(比叡山) 정상에 올라 산 하나를 사이에 둔 오쓰시와 교토의 도심, 비와코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다.



■손톱만한 불씨가 천년을 살다
엔랴쿠지

정상에서 보는 절경이 아니더라도 히에이산에 가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히에이산은 예부터 ‘오미(近江)의 후지산’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영험한 곳으로 여겨졌다. 후지산에 비하면 매우 낮은 산(840m)인데도 그렇다. 아마 천태종의 본산인 엔랴쿠지(延曆寺)를 비롯해 200개에 이르는 산사와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침엽수림이 묵직한 경이감을 자아내기 때문인 듯하다. 과거에는 산사가 훨씬 더 많았다고 하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오미’는 시가의 옛이름으로 현재도 특산물 중에는 ‘오미규’처럼 ‘오미’를 붙인 것이 많다.

산 중턱의 엔랴쿠지는 일본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7~8세기 무렵에 세워졌다. 일본 불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이쵸(最澄) 대사가 암자에 직접 조각한 약사여래와 석가여래, 아미타불을 모신 것이 시작이다. 처음에는 작은 암자였지만 천태종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경내 길이만 총 4km에 이를 정도로 커졌으며 동탑과 서탑, 황천탑으로 구분돼 있다.

동탑의 근본중당은 사이쵸 스님이 처음 지은 암자가 있던 곳으로 엔랴쿠지 전체의 본당 역할을 하고 있다. 언뜻 평범한 절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본전에 들어서면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한 불상은 오간데 없고 깊숙하고 낮은 자리에 앉아 계신 부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랴쿠지의 구가모토 스님<사진>은 “사이쵸 스님은 ‘씨가 꽃이 되듯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언젠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셨죠. 속세의 사람들은 미래의 부처님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르침을 반영해 방문자와 불상의 눈높이를 맞춘 거예요”라고 말한다. 근본중당이 엄숙하면서도 평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 그런 철학 때문이 아닐까. 불상과 가까운 안쪽은 스님들이 수도하는 공간이며, 방문객들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바깥쪽 공간에서 참배한다. 천장에는 꽃과 채소 등 갖가지 그림이 모자이크처럼 나열돼 있는데, 각지의 영주들이 살아있는 꽃을 바칠 수 없어 그림으로 시주한 것이라고.

이곳에는 또 1,200년 동안 고스란히 보존된 희귀 보물이 있다. 그건 바로 사이쵸 스님이 켠 세 개의 불씨다. 창건 이래 오늘날까지 꺼지지 않았다는 이 ‘불멸의 법등’을 통해 사람들은 밤낮으로 등불을 돌보며 사이쵸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긴 제자들의 숭고한 마음을 배우고 간다.

엔랴쿠지와 얽힌 일화 중 하나는 우리와도 매우 친숙하다.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가 바로 지금의 엔랴쿠지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사이쵸 스님의 제자인 자각대사는 엔랴쿠지의 2대 주지스님이었다. 그는 수행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불교 탄압에 휩쓸려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처지에 놓인다. 이때 장보고가 자각대사를 도와 오대산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엔랴쿠지의 스님들은 “자각 스님이 중국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일본의 천태종도, 엔랴쿠지도 없었을 것”이라며 후대에 장보고를 기리는 비석을 세웠다.
동탑에서 1km 가량 떨어진 서탑에는 엔랴쿠지에서 가장 오래된 석가당이 있으며, 황천탑은 여기서 4km 더 북쪽에 자리한다. 황천사는 2대 주지였던 자각대사가 창건했다. 엔랴쿠지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입장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입장료 550엔 찾아가기 게이한 사카모토
역, JR히에이잔 사카모토역에서 사카모토 케이블 엔랴쿠지역 하차. 입구까지 도보나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 있으며 케이블카 역시 간사이쓰루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탑, 서탑, 황천탑, 가든뮤지엄 사이에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동절기(12월부터 3월 중순)에는 운행되지 않으며 일일패스 800엔 홈페이지 www.hieizan.or.jp

■비와코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미시간 크루즈

시가현의 상징인 비와코를 가까이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오쓰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면 된다. 다양한 크루즈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미시간 크루즈. 미국 미시간주와 오쓰시의 자매결연을 계기로 미시간에서 실제로 운행되던 배의 구조를 본땄다. 올해가 운항 29년째인데 일일 승객이 1,000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내부에는 모험을 테마로 한 톰소여 레스토랑(코스요리), 허클베리핀 카페(뷔페, 차)와 VIP룸, 데크, 공연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시간대에 따라 4가지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아침에 출발하는 ‘미시간 모닝’(오전 10시 출발/ 요금 2,700엔/ 소요시간 90분), ▲점심식사와 쇼를 함께 즐기는 ‘미시간 90’(오전 11시45분, 오후 1시40분 출발/ 요금 2,700엔/ 소요시간 90분), ▲가볍게 즐기는 ‘미시간 60’(오후 3시30분, 오후 4시45분 출발/ 요금 2,200엔/ 소요시간 60분),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 식사와 쇼가 있는 ‘미시간 쇼보트’(오후 6시30분 출발/ 요금 2,900엔/ 소요시간 90분)로, 코스는 모두 오쓰항에서 비와코 대교 근처까지 순회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시간 여유가 있거나 오쓰에서 나가하마로 이동하는 경우는 비와코 일주를 겸해 메구미호와 디오그란데호를 이용해 보길 권한다. 오쓰항에서 나가하마항까지 운행하며 다케시마, 츠쿠시마섬에 하선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약 4시간30분, 가격은 7,600엔(왕복 8,700엔)이다. 오쓰항에서 오전 9시30분에, 나가하마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며 하루 1편만 운항한다. 오쓰항은 JR오쓰역에서 하차 후 버스로 5분 거리. www.biwakokisen.co.jp

■일본에서 만난 모네의 정원
가든뮤지엄히에이

히에이산 정상에는 산중턱에 자리한 엔랴쿠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하나의 산 안에 가장 일본적이며 종교적인 장소와 가장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이 공존하는 것이다. 엔랴쿠지에서 걸어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가든 뮤지엄 히에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를 고스란히 옮겨 온 테마정원이다. 1년에 피는 꽃만 10만 송이에 달하는 아름다운 정원과 짙은 햇살, 정원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호수의 창연함, 그리고 이 모든 조합을 사랑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캔버스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사물 그 자체보다 번지고 변화하는 ‘빛’을 오롯이 포착하고자 했던 모네, 마네, 르누아르, 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45점이 정원 곳곳을 장식하고 있으며, 캔버스 주변에 실제 그림과 비슷한 꽃들을 심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모네의 수련 정원을 그대로 복원했다는 점이다. 모네는 말년에 정성껏 정원을 돌봤는데 특히 수련을 많이 그렸다. 같은 정원에서 그린 것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게 표현된 ‘수련’ 연작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든 뮤지엄이 그대로 재현해 놓은 연못과 수련, 징검다리가 있는 모네의 정원은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만들었는데, 연못에 하늘이 비치도록 일부러 수련을 가득 채우지 않고 여백을 살렸다. 그래서 풍경 자체로도 한 폭의 완성된 작품처럼 보인다.

가든 뮤지엄에는 이외에도 플라타너스 공원과 허브 언덕, 장미정원이 있고 프랑스제 아로마 테라피 아이템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메종 드 플라워’와 호수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간단한 식사와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드 파리’가 있다. 메종 드 플라워에서는 매일 3회(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압화나 꽃 비누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공방도 열린다.

입장료 요금 1,000엔 입장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30분(봄·가을), 오전 10시~오후
9시(여름), 동계(12월1일~4월 셋째 주 토요일까지) 휴관 찾아가기 교토에서 가는 경우┃ 게이한선 데마치야나기역에서 에이잔선으로 갈아탄 후 야세히에이잔구치에서 하차해 케이블카로 뮤지엄까지 이동. 혹은 JR교토역에서 히에이산초로 가는 버스 탑승. 오쓰에서 가는 경우┃JR히에이잔 사카모토역, 게이한 사카모토역에서 하차 후 사카모토 케이블카역에서 하차. 케이블카로 히에이잔 엔랴쿠지로 이동 후 도보나 셔틀버스(160엔)로 산정상까지 이동 홈페이지 www.garden-museum-hiei.co.jp

일본 시가현 글=도선미 기자, 사진=한윤경, 도선미 기자
취재협조=시가현 info.biwakovisitors.jp/biwakonotabi/korean,
후쿠이현 www.fuku-e.com/lang/korean, 간사이광역기구 www.kansai.gr.jp/k/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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