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하 비행기 매일 뜰 때까지
한-체 교류에 최선 다하겠다 ”


-그땐 KE 알리는 게 한국 알리는 것…
-이젠 체코의 관광·문화 홍보에 앞장

새로운 시장 개척에는 열정과 모험심이 수반돼야 한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자리 잡는 데엔 대한항공 1세대들의 피와 땀이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32년 간 대한항공에 몸을 담은 후 은퇴, 현재 체코관광청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이유마케팅의 최수명 회장도 그 1세대 중 한 사람이다. 대한항공 글로벌화의 최전선에서 일했던 그는 이제 한국과 체코의 관광 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편집자주>

■KE공채 1기, 글로벌 현장에 서다

대한항공이 민영화됐던 1969년 대한항공 공채 1기로 입사했습니다. 국제업무실에 근무하며 항공협정을 담당했어요. ROTC 통역장교 출신이었던 만큼 영어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윗분들 눈에 띄어서 해외 회의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래서 1971년엔 비서실에서 일하기도 했다가 1973년부터는 해외 주재 업무를 맡았습니다. 런던에서 1년, 독일에서 3년, 프랑스에서 2년 근무하며 대한항공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을 만들어 놓으면 다음 사람이 와서 운영했습니다. 경험이 있고 모험심이 있는 사람 아니면 못하잖아요.

당시는 대한항공은 물론 한국 기업들이 막 세계화되던 때였습니다. 현대조선과 현대자동차가 배와 자동차를 만들면서 모든 부품을 영국, 북유럽에서 가져갔거든요. 때문에 나는 화물 장사하기가 아주 좋았고 재밌게 근무했어요. 1974년 현대조선 최초의 유조선 리바노스가 울산에서 명명식을 할 때 현대조선에서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영했습니다. 나는 보잉707기를 110명 정원의 올 퍼스트클래스로 만들고, 기내식도 최고급으로 준비했습니다. 유럽 손님은 런던으로 모으고 미국 손님은 알래스카에 모아서 서울로 데려와, 울산에서 박정희 대통령 참석 하에 성공리에 행사를 치렀습니다.

유럽 주재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언어였습니다.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를 빨리 익히고 관습과 풍습을 잘 알도록 노력했지요. 그런 후엔 현지의 여행업계와 한국과 비즈니스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알리는 것이 결국 한국을 알리는 것이니까요. 현지의 큰 여행사에 가서 한국 패키지 상품을 만들도록 프레젠테이션 하기도 했고, 당시 독일에는 한국인하면 광부와 간호원 밖에 없던 시절이라 한국에서 무용단이 오면 대한항공에서 꼭 공연을 열어서 현지인들에게 선보였지요.



■세계 곳곳의 길을 닦는 역할해

1978년 한국으로 돌아와 객실 승무원 기내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그땐 승무원들도 외국 음식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라서, 치즈·빵·와인 등의 개념을 승무원에 알리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최초로 외국인 승무원을 채용해 승무원들에게 글로벌 감각을 키워줄 수 있었지요. 이전에는 1년만에 바뀌던 자리였는데 나는 윗분들의 신임 덕에 7년을 맡았지요.

1983년에는 한진해운에 발령을 받아 타이완 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나라 언어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니까 중국어를 배웠지요. 그러다가 대한항공의 중국 선점이 중요해지면서 다시 대한항공에 발령을 받아서 홍콩에서 화물과 여객, 한진해운의 업무를 겸하는 동남아 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올림픽 구경도 안하고 회장님 이하 20여 명이 중국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한 달에 두 세 번은 중국을 찾았지요. 또 그때 동남아가 막 뻗어나가는 시기였어요. 호주, 뉴질랜드, 인도, 피지 노선이 열렸지요. 그렇게 홍콩에서 8년, 도쿄에서 1년, 오사카에서 1년 근무하고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한국공항에서의 2년 근무를 마지막으로 2003년 대한항공을 그만뒀습니다. 대한항공에서 32년 근무하면서 상무를 역임하고 임원만 12년을 했어요. 항공사 경력 빼고 나면 다른 재주가 없지만, 항공사에 대해서는 잔뼈가 굵고 모든 것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광업에 외국어와 문화 이해는 기본

관광업은 안목이 넓고 외국어를 다양하게 배워야만 하는 업종입니다. 시간 있을 때마다 외국어를 배워야 하고 타국의 문명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계발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일에든 원웨이는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취항함으로써 이민, 교포 사회가 활성화되고 양국의 교류가 늘어나는 것에 특히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아웃바운드만큼 인바운드도 밸런스가 맞아야 하지요. 우리나라에 호텔을 더 많이 짓고 한국 서비스 수준이 향상돼야 합니다. 일례로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데 중국 음식점이 별로 없어요. 여행에서 음식이 안 맞으면 그게 제일 힘들거든요.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해서 중국 식당을 많이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체코 관광·문화 널리 알리고파

2003년부터 체코관광청 한국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체코항공 총대리점을 맡고 있는 김성배 사장과 함께 체코관광청 입찰에 참가해 따낸 것이지요. 한국은 체코의 4대 교역국입니다.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한국 기업이 체코에 진출해 있으며, 옆 나라 슬로바키아에 기아자동차가 들어가 있는 등 체코는 한국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항공사를 그만둔 후 관광청 업무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아주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봄·가을에는 체코관광청 팸투어에 한국 대표단을 참가시키고, 서울·대전·부산·일산 등에서 열리는 국내 여행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해 홍보자료 제공 및 체코 맥주 시음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체코의 도시와 경치를 알렸지만 요즘은 음악과 건축 등 체코의 문화를 한국에 홍보하려고 합니다. 체코에서의 숙박 일수를 3~4박으로 늘리고 체스키크롬로프, 카를로비바리, 필젠 등 프라하 외의 다른 도시를 알리는 것도 목표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현재 주3회 운항 중인 대한항공의 서울-프라하 노선이 데일리로 운항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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