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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여행은 지난 11월18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이라는 말은 단지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지금도 1초, 1분이 지날 때마다 세방의 존재 자체가 여행업계의 역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민간 여행사로 영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세방여행 오창희 사장을 만났다.


■“여행사가 창립 50주년이라고?”

지난달 창립 50주년 행사 때 타 업계 지인들은 ‘여행사가 50주년?’이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외여행자유화가 실시된 게 1989년이었던 탓에 사람들은 그 때부터 여행사가 생겼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민간 여행사로 가장 먼저 탄생한 세방여행이 50주년이 됐다하니 곧 여행업계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을 겁니다.

나머지 반세기 역시도 세방여행에게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민간 여행사로는 최초로 설립된 세방을 100년, 200년 이끌고 가야한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단지 세방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행업계를 대표해 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유명 주조회사인 월계관의 14대 경영자가 저의 친구입니다. 이제 곧 창업 500년이 된다고 하더군요. 우리 사회는 비교적 근대화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월계관처럼 수 백년 이어온 기업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기업들이 많으면 그 나라의 산업 성숙도는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방여행을 잘 이끌어 여행업계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인-아웃바운드 양쪽의 전문가

지금은 일본 인바운드, 한국 MICE 행사를 위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인바운드의 경우 64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해왔기 때문에 높은 숙련도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일본에서 수 천명이 방문하는 인바운드 행사를 수차례 경험했습니다. 이런 노하우를 거꾸로 MICE 아웃바운드에도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AIG나 삼성생명 등 한꺼번에 수 천명씩 나가는 행사를 여러번 치렀습니다.

사장 직함을 달았을 때는 유감스럽게도 IMF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침체됐을 시기였죠. 경영에는 위험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시기였죠. IMF가 터졌을 당시 세방여행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비슷한 비중으로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경제 상황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에 만약 아웃바운드만 했었다면 그 때 사라졌던 여행사들과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었죠. 그렇지만 일본 인바운드는 환율 상승으로 오히려 상황이 좋았습니다. 인바운드 덕분에 살아남은 셈이었죠.

반대로 인바운드가 어렵고 아웃바운드가 좋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때도 인-아웃바운드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 어려운 상황을 잘 버텼습니다. 이렇듯 경기라는 것은 부침이 있어 그 때 느낀 위험분산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도 마음 깊이 세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도래 속의 생존

60년대에만 해도 해외여행을 위해서는 고객이 여행사에게 모든 과정을 맡겼습니다. 여권, 비자를 받는 것,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권발급이 가능하고, 입국할 때 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국가도 많아졌습니다. 항공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행업계는 예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문화, 세분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이제는 여행사들이 패키지, 중국인바운드, 일본인바운드, 트레킹만 하는 업체들로 특성화 되고 있습니다. 세방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방은 아웃바운드에서도 MICE 분야를 특화시켰습니다. 예전에는 여행사가 백화점이 었다면 지금은 어떤 제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여행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세방은 인바운드, MICE 아웃바운드, 해외 인턴사업 등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호텔인턴사업, 새 분야에 도전하다

한 업계에 오래 적을 두고 있으면 인적 네트워크가 확장되기 마련입니다. 세방여행은 인바운드 분야에 오랫동안 전념했기 때문에 한국 내 유명 호텔의 지배인들과 공·사로 친분이 많아졌습니다. 이를 이용해 젊은 사람들에게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세방여행은 기업으로서 수익도 창출하는 호텔 인턴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던 지배인이 세계 각지 호텔·리조트로 자리를 옮기는데, 지배인들과의 친분으로 그 호텔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일입니다. 이에 호텔과 인턴생 양측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해외 호텔은 한국인 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을 확보한 것이고 인턴생에게는 해외 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일본 로얄파크호텔의 경우 세방을 통해 인턴으로 활동하던 3명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취업하지 못해도 그동안 체득한 노하우로 한국에서 유능한 호텔리어도 될 수 있겠죠.

■개척자를 아버지로 둔 행운

어려서부터 선친은 저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씀에 따라 관광과 다소 먼 경제학을 전공했죠. 그러나 대학시절 아버님을 따라 하와이에서 열린 관광회의에 참가한 이후 여행업계에 몸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계 여러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서였죠.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데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 개척자 정신을 아버지를 통해 배웠습니다. 한국의 여행사 경영진은 자기 회사의 성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 대외적인 여행업계의 위상, 해외에서의 한국 여행업계의 위상 향상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회사 경영만으로도 신경쓸 게 한두개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60년대부터 ASTA, PATA 등 세계적인 관광협회 활동에 적극 나서 ‘한국 관광’이라는 개념을 세계 여러 나라에 심었습니다. 저는 이를 개척자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저 역시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해외 관광 관련 협회 활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여러분들의 노고와 함께 최근에 2012 스콜 한국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었죠. 6년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PATA나 스콜의 회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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