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과 재인수 … 마음 고생 털고 새출발

한때 식품회사 홍보 담당자로 일했던 이술한 회장은 토산품점을 운영하면서 여행사와 인연이 닿았다.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초반, 한남여행사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한남여행사는 한국 대표 여행사로 자리매김했으나, 2007년 매각 이후 잡음에 시달렸다. 다행히 2009년에는 분리 후 처분됐던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이 다시 한남여행사로 통합됐다. 모진 바람을 이겨낸 한남여행사는 내년 인바운드 여행객 1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행업의 활기 한남여행사 인수

내가 1983년도에 한남여행사를 인수했어. 한남여행사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토산품점은 1988년도까지 계속 병행해서 했고. 여행업에 뛰어들고 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하더라고. 1987년도에 여행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문턱이 낮아졌거든. 1989년도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면서 여행붐이 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남여행사는 1978년도에 설립된 회사야. 원래는 진기식이라는 사람이 사장이었어. 진기식 전 사장은 국회진출에 뜻이 있어서 연기군 쪽에서 출마를 했지. 당시 국회의원 되려면 공화당 공천이 곧 당선이었잖아. 그런데 윗선에서 “공천 포기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던거야. 이 사람은 “공천 포기 못한다”고 강경하게 맞섰고, 결국 안기부 조사를 당했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당시 일본 관광객의 90%가 한국에 기생관광을 왔거든. 당연히 한남여행사도 관련이 있었던거고. 엄청 고생하고 형무소 끌려갈 판이었는데 벌금을 70억원인가 내고 풀려났어. 지금 시세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그 당시에 쏟았으니 망할 수 밖에. 내가 거기에 돈을 댔지. 한 7,000만원을 댔는데 부도 직전에 사장이 일본으로 도망을 가 버렸어. 사장이 떠나고, 회사는 빚만 떠안은거야. 빚을 2억원 안고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인수하고 보니까 빚이 수없이 나오는거야. 공소시효 피해서 빚쟁이들이 계속 소송을 해왔지. 10년에 걸쳐서 그 많은 빚을 다 갚았어.

■우여곡절 시작…한남여행사의 분리

인수할 때부터 빚으로 고생하더니 최근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지. 인바운드업이란 게 전염병이나 내란 등에 굉장히 취약하잖아. 2002년에는 사스가 발발하고 환율까지 나빠지면서 속앓이를 했지. 그러다가 다행히 2007년부터 회복이 되기 시작했어. 이때 M&A로 먹튀하는 MK픽처스가 회사를 팔라며 접근해 온거야. 국내여행과 전세버스 사업을 담당한 한남여행사는 그대로 두고, 인바운드용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을 65억원에 팔기로 결정했지.

2007년 10월18일자로 인수가 됐어. 그런데 인수 후 몇 달이 지나 돈이 모자란다고 나오는거야. 특히 은행에 잡혀있는 40억원을 갚지 않아서 담보해제도 안됐고. 정말 죽겠더라고. 2년을 지켜보다가 강하게 “갚아라”고 하니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거야. 결국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은 2009년 9월말에 부도가 났어.

■직원들 우르르 몰려와

“여행사 다시 하시라”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이 부도나기 직전 한남여행사를 일반여행업에 등록해 뒀거든. 여행업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여행업으로 구색을 갖춰 나중에 한남여행사도 팔 생각이었어.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이 부도가 나고 2009년 10월14일에 직원들이 내쫓겼어. 회사가 망했으니 단체로 해고시켜 버린거지. 당시 한남여행사와 한남여행인터내셔널이 같은 건물을 썼는데, 해고당한 직원들이 다 몰려와서 “우리 받아달라. 한남버스가 일반여행업에 등록돼 있으니 다시 여행업 하시라”고 간곡하게 말하더군. 직원들이 한남여행인터내셔널 J 대표에게 ‘해고통지서’를 정식으로 받아왔고. 직원들이 복귀하면서 한남여행사를 다시 키우게 된거지. 부정경쟁방지법이 걱정돼 변호사를 통해 물었더니 이미 부도난 회사고 직원들도 제 손으로 모두 해고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J 대표가 7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나를 고소했어. 한남여행사가 한남여행인터내셔널과 동종업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거지. 민·형사 고발에 부동산까지 압류해뒀어. 소송 때문에 1년간 경찰·검찰 등에게 이래저래 불려다녔지. 그런데 다행인 것은 검사가 이 사건을 보더니 고소인이 오히려 사기꾼이라는 거야. 40억을 값아야 하는데 되려 고소를 했으니까 말야. 결국 J 대표는 지난 11월23일 무고죄로 법정 구속됐어.

■여행업 최소 “10년은 더 하겠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회사 팔아먹고 다시 회사 차려서 거래처 다 가져간 사람으로 보일 거 아냐. 그런데 내가 피해자야.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이미 2년동안 업계를 떠났으니까 기존 일본의 거래 여행사들이 돌아올리 만무하다는 거였어. 모험을 시작한 셈이지. 우려와 달리, 80%의 업체들이 손을 잡아줬어. 여행업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한남을 맡아서 늘 불안했는데 다행이라고 하더군. 올해는 나머지 20%도 다시 계약을 해 줄 것 같고.
분리되면서 회사가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다시 일어서고 있어. 얼마 전에는 CJ가 만든 한류 전문 TV채널과 우리 회사가 ‘엠투어나우텍’이라는 이름으로 제휴를 맺었어. 이름과 로고를 모두 같이 써. 본격적으로 한류 전문 사이트를 만들고 한류 여행객을 유치해보려고. CJ 홍보팀에서 일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거지. 지난달 9일에는 아내가 홋카이도 전문 일식집을 냈어. 일본조리사협회 추천을 받아서 주방장도 현지 사람이야.

앞으로 10년은 더 여행업에 몸담고싶어. 한해가 지났으니 9년인가? 최근에 연평도 때문에 인바운드가 주춤했지만 내년에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 지난해는 6만5,000명 정도를 유치했고, 올해는 10만명을 예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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