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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본부장/ 관광학 박사
katiehan@visitkoreayear.com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주민들은 여행에 대한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방문지 주민들의 따뜻한 미소, 배려, 친절은 이국에서 온 낯선 외래객들을 쉽게 감동시키기도 하고, 금세 그 여행지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오랫동안 관광업계에서 종사하며 출장이나 개인적인 휴가로 외국 여행지를 많이 방문했다. 초기에는 여행지가 지닌 수려한 자연 풍광이라든가 탁월한 관광시설 등이 여행에 대한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었지만 여행의 횟수가 늘어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떠한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여행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해 전,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꿈의 여행지로 각광받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보라보라 섬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만난 보라보라 섬은 기대 이상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섬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배타적인 모습과 호텔 직원의 불친절한 서비스는 그 여행을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만난 사람들이 관광업 종사자나 주민들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여행을 통해서 여행지 주민들의 태도와 행동이 외래 관광객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일본의 홋카이도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기차를 잘못타서 기차역을 헤매고 있었다. 다행히 그곳에서 만난 주민의 도움으로 목적지의 기차로 갈아탈 수 있었고 미팅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일본 여자 분은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내게 안내를 했지만 진실된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매우 추웠던 홋카이도는 일본어와 손짓발짓으로 열심히 나를 도와주려 했던 그 분 때문에 어떤 곳보다 따스한 여행지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2010년부터 2012년은 ‘한국방문의해’다. 이 기간 동안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관광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외래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는 880만 명에 육박하는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2011년은 1,0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외래 관광객들에 대한 환대 수준은 어떤가? 2009년도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광친밀성은 115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싶지만 영어를 못해서 다가가기가 망설여진다고 한다. 영어를 못하면 어떤가?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영어가 아니라 따뜻한 미소와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가볍게 웃으며 인사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를 생각해보면 방문하는 나라의 인사말 정도는 기본이다. 그리고 그 나라의 사람들과 배운 인사말을 나누면서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려고 온 외국인들이라면 우리의 대표적인 인사말 “안녕하세요!” 정도는 알고오지 않을까? 1,000만 외래 관광객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이제 우리가 좀 더 당당해졌으면 한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우리말로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고, 길을 못 찾는 외국인들에게 손짓 발짓으로라도 길안내를 해주는 친절을 베푼다면 우리의 진심이 가슴가득 전해져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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