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tourlab@jnu.ac.kr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한우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한우와 관광을 연계해 성공적으로 지역마케팅을 펼치는 곳도 있다. 강원도 영월에 가면 연간 150만명이 방문하는 한우관광 1번지가 있으니 바로 영월군 주천면에 있는 ‘다하누촌’이다.

영월군 주천면은 인구가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이렇다할 특산물도, 농산물 생산량도 많지 않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농업회사법인인 다하누촌이 운영하는 영월 본점외 60여개의 식당과 정육점이 집성촌을 형성하고 성업 중이다.

사실 작은 산골마을 주천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7년 8월 한우전문점 다하누촌이 개점하면서부터다. 지역한우 사육농가들이 모여 ‘다하누촌’이란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한우를 직거래로 저렴하게 파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전남 장흥이나 정읍 산외, 횡성 등 전국에 이름난 한우촌들이 있지만 강원도 산골마을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격 파괴로 대도시 매장은 물론 대형 할인점과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지만, 막상 멀고 험한 강원도 산골짜기라는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다양하고 정기적인 이벤트 개최와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결국 오늘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성공 뒤에는 바로 다하누촌의 ‘캐시백 서비스’라는 독특한 마케팅전략이 있었다. 핵심은 이렇다. 영월에 위치한 18개 박물관과 관광지를 이용한 후 입장권을 다하누촌으로 가져오면. 고기 구입과 관계없이 입장료 전액을 환불해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물론 그 금액만큼 고기로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관광객들이 환불을 위해 마을을 찾아오면 주변엔 온통 군침 도는 고깃집이다. 그냥 현금을 바꿀까? 아니면 고기를 먹을까? 그렇다. 자동으로 한우매출은 오르게 돼 있다. 반대로 다하누촌에서 한우를 구입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영월군 내 박물관에서 30% 할인받을 수 있다. 지역관광지와 먹거리 마을을 연계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두가 이기는 윈윈(win-win) 마케팅인 셈이다.

여느 한우촌처럼 만약 한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것만 강조했다면 다하누촌은 실패했을 것이다. 주민들은 영월이 천혜의 관광지라는 데 주목하고 관광지와 연계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차피 서울에서 먼 시골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으면 매출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니, 지역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많은 지역에서 관광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지역 농산물, 특산물과 연계는 미미해 결국 지역주민들의 소득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영월 다하누촌과 박물관, 지역관광지의 연계마케팅을 통한 이러한 성과는 관광이라는 3차 산업 육성과 1, 2차 산업이 어떻게 연계돼야 하는지, 지역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 좋은 사례이다.

진정한 지역관광개발은 지역이 가진 자원과 장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장점에 주목하고 남다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이벤트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또한 관광은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으고 역량을 모아 너와 나의 에너지로 매력을 발산하고 고객을 끌어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 협력(collaboration)이 새로운 경쟁력이다. 우리가 작은 산골마을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를 위해 창조적인 생각과 실천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과 폭넓은 지역주민 참여에 집중해야 한다. 외부에서 다양한 배경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인 주민 교육으로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높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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