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여행사들이 관광청 혹은 항공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사연을 들은 적이 여러차례 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공동 프로모션이나 홍보 협조 등을 제안했는데 단지 소형 여행사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것이다. 인터넷 용어로 ‘듣보잡’취급을 받았다는 말이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는 ‘전문병원 vs 대학병원’이라는 기획기사를 다뤘는데 의술, 서비스, 저렴한 진료비 등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가진 전문병원이 대형 병원의 틈바구니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정 지역 혹은 테마에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 여행사는 홀세일 여행사, 색깔 없는 패키지 여행사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단지 자본력이 약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을 뿐이다.

우리 여행업계에서 전문 여행사라 할 수 있는 곳들은 특정 지역을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허니문, 성지순례, 트레킹, 골프, FIT, 스키, 오지 탐사, 열차여행 등의 테마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곳들이다.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곳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이들 여행사에는 매우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청이나 항공사는 ‘규모’를 이유로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높은 탑승률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항공사는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관광청은 존재 목적상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성과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관광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려운 여행사를 돕는 게 관광청의 임무는 아닐 뿐더러 오랜동안 도움을 줬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지쳤을 수도 있다. 허나 관광청의 기본 임무는 단순히 해당 국가로 많은 관광객을 보내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여행사들이 양질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혜안’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말에서 호화로운 호텔을 빌려 식사 한 끼 대접하느니 경쟁력 있는 전문여행사와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 것은 어떨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경쟁력 있는 전문업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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