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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래 여행객의 78%는 아시아인이었고, 유럽 관광객 비율은 7%에 불과했다. 단지 먼 거리를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세계최대의 여행시장인 독일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관광공사의 냉철한 자기 평가이며, 현지인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부임 후, 두 번째로 ITB베를린에 참여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이참 사장은 독일이 단지 모국이어서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여행시장이기에 한국 관광 마케팅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독일에서 통하면 유럽, 나아가 서양 여행객의 방문 증대에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관광·바이크투어 등 체험상품 홍보
-독일여행협회 대구 총회, 가교 역할 기대

독일 베를린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

-ITB베를린에 두번째로 참여한 소감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한국관의 모양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세련미를 더했고, 함께 참여한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바운드 여행사 등이 늘어나 현지 업체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참관객들에게 비빔밥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뿐 아니라 사찰 음식 제공, 수지침 체험, 댄스 뮤지컬과 퓨전 국악 공연 등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에 5~6개 독일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올해는 20개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모국에 온 만큼 이참이라는 개인에 대한 관심도 작용했겠지만 최근 유럽에서 관광지로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ITB에서 거둔 성과가 있다면.
ITB에서 의료관광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한국이 첫 발표국가로 나섰다. 한국관 부스에서는 관심 있는 여행사들을 초청해 한국 자전거 투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으며, 다양한 전문 여행사들의 영업 담당자들과의 미팅도 가졌다. 또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발표에도 나섰다. 한국관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최우수 전시상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에서 관광지로서 한국은 어떤 위치인가.
독일인들이 아시아를 찾는 주요 목적은 릴렉스 배케이션(Relax vacation)이다. 연중 기온이 높고, 아름다운 해양 휴양지가 있는 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중국이 인기가 많다. 문화, 역사에 대한 관심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은 9만8,119명(KTO 자료 참조)으로 상용 여행객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은 IT강국으로 잘 알려졌지만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은 태국과 같은 휴양지도 아니고, 중국과도 성격이 다른 만큼 철저하게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독일인, 나아가 유럽 여행객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의 상품 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은.
독일인들은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한국을 찾는 유럽 방문객은 아직 적지만 최대의 관광시장인 만큼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시장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ITB에서는 독일에서 의료관광 전문 여행사인 핏라이젠(Fit Reisen)과 MOU를 맺어 향후 상품 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핏라이젠은 여행코스를 직접 개발하고 있으며, 서울, 경주, 제주도 방문뿐만 아니라 유교(안동 마을), 불교(템플스테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일정을 포함시킨 알찬 일정을 선보일 것이다.

-유럽시장 공략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이번 ITB에서는 한국 관광의 한계도 봤다. 외래 방문객이 500만명에 불과한 인도의 경우, 하나의 홀을 통째로 쓸 정도로 ITB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싱가포르도 우리나라보다 관광객이 훨씬 적음에도 한국의 2배에 달하는 크기의 부스를 마련했다. 배울 부분이 많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예산이 걸림돌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마케팅 예산이 270억원인데, 싱가포르는 750억을 해외에 쓴다. 최근에는 예산이 부족한 부분을 기업들과의 공동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신세계백화점, BC카드 등과 공동 해외 프로모션을 통해 회사의 상품과 한국의 이미지를 같이 홍보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에서 귀화한 한국인이기에 양국 교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는 11월 대구에서 개최되는 독일여행업협회(DRV)의 연차 총회가 기대된다. 여행사, 항공, 호텔, 열차 등 독일 여행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약 1,000명의 관계자들이 오는 만큼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한국 여행업계(아웃바운드)에서 독일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뒤질것이 없음에도 여행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사들이 독일을 더 공부했으면 한다. 한국인들이 독일을 많이 찾는다면 한국을 찾는 독일인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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