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지진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는 베어링 부품을 일본으로부터 조달받지 못해 거래선을 다른 나라로 변경한 중장비 제조업체, 일본 주문업체로부터 납품 무기한 연기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한 막걸리 제조업체의 사례가 실려 있었다. 일본 대지진이 업종을 불문하고 사회 곳곳에 상처를 남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을 ‘여행업’이라 꼽고 있다. 피해발생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도 여행업은 피해 평균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부품 조달과 수출로 큰 피해를 봤던 관계자들이 피해상황을 최소 4.8%에서 22.2% 정도로 응답한 것과 달리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72.2%라 응답을 했다.

보고서는 여행업이 어떤 업종보다 외부 변수에 취약한 산업이며, 실제 직원들이 체감하는 피해수준도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치, 경제, 환경 중 어느 한 부문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타격을 입는 곳이 바로 여행시장이다. IMF와 미국발 금융위기, 사스, 연평도 등을 겪으며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외부의 ‘위험 요인’은 가장 많이 안고 있지만 위기 관리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잘 될거야’라는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이야기, 일단 좌석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블록을 잡았다가 좌석 소진에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 등 ‘일본 변수’에 허둥지둥하는 모양새다. 그저 폭탄 할인가를 내세우며 마이너스 물량만 채우는 여행사도 많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는 ‘기업 복원력’이라고 한다.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작은 변수에도 폭삭 내려앉는 회사가 많지만, 위기 관리 능력이 강한 회사는 화재로 건물이 사라져도 다음날 꿋꿋이 영업을 재개할 정도로 대처에 능하다. 기업 복원력을 기르는 방법은 무조건 막대한 자원을 넣으며 대박을 기원하지 않고 회사 전체가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IBM, 질레트 등 외국의 기업들은 위기 대응 전담 부서를 상시적으로 가동하고 부서에 주요 의사 결정권까지 쥐어주고 있다. 여행업계 역시 “일본 지진만 아니었으면 올해 ‘대박’이었을텐데…”라는 무의미한 한탄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위기’까지 내다보는 혜안을 이번 기회를 통해 길러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