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나 광고가 넘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는 1년에 20개가 넘는 공익광고의 지침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모든 광고가 각각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난무하는 공익광고 중 행동을 유발하거나 마음을 움직이는 공익광고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익광고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을까?

첫째, 하달하는 식의 명령어가 없다.
우리는 수많은 잔소리를 듣고 살아간다. 잔소리에 내성이 강해질 대로 강해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라’, ‘이것은 하지마라’는 식의 메시지는 그것이 단호한 반말이든 간청하는 형식의 존댓말이든 한 귀로 들어가면 한 귀로 나오게 될 것이 뻔하다. ‘기부하세요’ 라는 100마디 말보다 밥을 못 먹어 바짝 말라버린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흐르는 어린아이의 눈물 한 방울에 흔들렸던 기억이 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둘째, 행동지침을 늘어놓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있다.
전기를 절약해야 하고, 인터넷 예절은 지켜져야 한다. 쓰지 않는 코드를 뽑아야 하고, 악플은 달지 말아야 한다는 등... 특정 상황에서 광고가 가르쳐 준 행동지침을 기억하기보다 광고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기억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노약자석을 비워두게 만들었던 박카스 광고. 그곳에는 노약자석은 비워둬야 한다는 ‘행동지침’이 아니라 노약자석을 비워둔 젊고 아름다운 ‘청춘’이 있었다.

셋째, 두렵거나, 부끄럽거나, 혹은 재미가 있다.
바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반드시 바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 필요는 없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방법인 듯하다. 허나 자극적인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재미있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국방문의해 위원회에서는 외국인 환대 캠페인 광고를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외국인을 친절하게 맞이하라는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최대한 공익광고의 틀을 깨려고 노력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광고에서 한 젊은이가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한다. 도망치던 도중 또 다른 외국인을 만나 따라오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나며 한낮에 대추격전이 벌어진다. 어느새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남자가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외국인들은 능숙한 한국말로 길을 물어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또 다른 광고. 어디선가 외국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사람들은 몸을 숨긴다. 영업용 공기인형 뒤에 몸을 숨기고, 빵 봉투 속에 얼굴을 숨기고, 모니터 속으로 머리를 넣는 등 사람들과 외국인의 기발한 숨바꼭질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도록 했다. 즉, 일방적인 공익 메시지의 전달이 아니라 광고적인 과장 요소를 활용해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 내기위해 만든 광고이다.

또한,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동안 ‘안’ 친절이 아니라 ‘못’ 친절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면 어떨까라는 제안으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외국인에 대한 친절은 영어와 같은 언어가 아니라 태도와 행동을 통해서 충분히 전달되어진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깨닫게 되는 광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공익광고가 많아지는 만큼 접근방식이 다양해지고 표현방식이 새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 광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고민과 고생이 더욱 많아질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새로운 형식의 공익광고들로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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