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정부관광청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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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관련 서적이 하나의 장르가 될 만큼 리더십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가 있다면, 어떤 유형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든, 혹은 어떤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달성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가?

최근 한국형 리더십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연구가 국책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종 리더십’이다. 성군이셨던 세종대왕의 탁월한 리더십을 배워, 현실 경영에 접목해보자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세종실록을 배우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인재경영 부분이다. 이른바 ‘공적(功績)으로 허물을 덮게 하는’ 방식을 세종대왕께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병조판서, 영의정 등 최고위직에 있었던 핵심 인재들은 청탁 비리와 금품 수수, 살인사건은 물론 흉년이 들면 고리대금업으로 ‘백성들의 솥단지까지 빼앗아’ 재산을 불리는 등 각종 비리 사건들로, 언관들의 탄핵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럴 때마다 세종은 해당 관리를 파직시키거나 귀양을 보내서 일단 죄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직시켜서 공적을 이룰 기회를 다시 주곤 했다고 한다. 몇 번이나 파직과 복직의 과정을 거쳤던 관리 중 몇몇은 실제로 담당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상왕 태종과 세종 두 임금을 모셨던 황희 정승도 스스로 청백리로 거듭나기까지는 오랜 기간 다양한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지만, 24년간이나 재임한 기록을 남겼다.

세종실록의 이 기록은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일화와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한다. 아끼던 부하 마속이 군령을 어기자, 제갈량은 마음 속으로는 울면서 부하의 목을 단칼에 베었다. 조직의 질서와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비리 재상들의 반복적인 복직과 기용에 대한 부분은 세종실록강좌 도중 수강생들 간에 유난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인 까닭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인재가 있는데,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어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인데, 비윤리적인 행동과 위법행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직에 피해를 준다면, 그 인재를 계속 중용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쉬워도 버려야 하는 것일까? 요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맞닥뜨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혹자는 탈탈 털어도 먼지 안나는 사람을 찾았는데, 무능력하다면 요직에 기용할 수 있겠느냐 하고, 어떤 이는 이제는 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아나가기 위해서라도 윤리적으로 흠이 있는 사람을 리더의 자리에 앉혀서는 안된다고 한다. 뭐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는 많은 회사에 준법감시부가 설치돼 있기도 하고, 인사부서에는 임직원들을 위한 윤리규정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다. 능력을 논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될 잣대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나, 많은 사람을 이끄는 리더로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요구되는 자격조건은 당연히 까다로워야 할 것이다. 오래전 TV 드라마화 된 <대왕 세종>의 대사 한마디가 절실하게 들린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 그들의 비범한 노력을 아낌없이 바치는 리더들이 필요하다”. 리더들에게 능력뿐 아니라 인격적인 자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에 의해, 필자와 같이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안위가 좌지우지되는 까닭이다. 얼마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한 글로벌 금융 위기도 아이비리그 출신 천재들의 기본적인 윤리의식의 부재에서 시작됐다는 자성의 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았던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의문이 하나 남는다. 리더십은 이토록 강조하면서, 왜 리더에 대한 직원들의 적절한 자세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모르겠다.

■참고문헌: 세종학 개론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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