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해보니, 현장의 일과는 상관 없는 부분이 시험과목에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관광법규 같은 과목은 33년째 관광통역안내사 업무를 하면서 거의 응용한 적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구태균 부회장(일본어 가이드)이 느낀 자격시험 내용과 현장 간의 괴리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현역 가이드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괴리감을 해소하고, 관광통역안내사의 양적, 질적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자격시험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5일 서울 명동유네스코회관에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개최, 자격시험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발주로 올해 4월1일부터 시작됐으며, 9월까지 최종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자격시험 제도 개선안을 결정, 이르면 내년부터라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가이드 현장 직무능력 평가에 미흡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제도는 지난 1962년 도입된 제도로, 외국어 시험과 필기시험, 면접시험의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대상 외국어는 확대 과정을 거쳐 현재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탈리아어, 태국어로 구성돼 있으며, 공인 어학시험으로 대체 운영되고 있다. 필기시험은 국사(40%), 관광자원해설(20%), 관광법규(20%), 관광학개론(20%)의 4개 과목이며 각각 25문항씩 출제된다. 합격기준은 과목별 40점 이상, 총점 60점 이상이다. 마지막 면접시험은 외국어 시험과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국가관, 사명감, 전문지식, 응용능력, 예의, 품행, 의사발표력 등을 평가한다.

그러나 현 자격제도는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현주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필기시험의 경우 4개 과목 중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과목이 관광통역안내사가 수행하는 직무와 연계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학시험은 공인된 언어시험별로 합격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문법 및 독해능력 평가에 치중돼 있어 관광통역안내사에게 요구되는 회화 능력 검증기능이 미흡한 상태다. 면접시험 역시 평가 방식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관광통역안내 업무수행에 필요한 직무역량 검증 기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질적인 능력을 평가하고, 현장 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격시험으로서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김현주 박사는 “관광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역량 있는 관광통역안내사 배출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관광통역안내 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자격시험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관광통역안내사의 직무분석을 토대로 시험과목을 개선하고, 관광통역안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연계성 중시…사후교육 강화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된 자격제도 개선안의 골자는 현장과의 연계성 강화와 자격 취득 후의 사후관리 강화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외국어 시험의 경우 현재 각 외국어별로 공인된 어학시험별로 합격 기준점수를 제시하고 있지만 회화 능력에 대한 검증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회화 시험 중심으로 인정 대상 어학시험 종류를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진입장벽 완화 차원에서 2011년 2월17일부로 인정 대상 어학시험 범위를 확대한 바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필기시험의 경우 직무 연계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된 관광법규와 관광학개론 과목을 폐지하는 동시에 직무 연계성이 높은 과목 위주로 과목 수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현재의 4과목에서 ‘국사(60%)+관광통역안내실무(40%)’의 2과목으로 축소하는 방안과 ‘국사(60%)+관광자원해설(20%)+관광통역안내실무(20%)’의 3과목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과목 수 축소에 대해서는 이날 공청회에서 넓은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과목별 출제비중 등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최종 결과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사후관리 강화를 통한 관광통역안내사의 역량 강화다. 신규 자격취득자의 실무역량 강화를 위해 면접시험 합격 후 현장연수 중심의 실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도출됐다. 면접시험 역시 여행사, 현역 안내사 등 현장 전문가 중심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하고, 시간도 확대해 관광통역안내사로서의 자질을 다각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어 무자격 가이드에게도 기회

이번 공청회는 중간발표의 성격으로 진행됐던 만큼 가이드 등급제 도입, 가이드 고용환경 및 관광행태 변화상 반영, 매뉴얼 도입을 통한 면접시험의 객관성 강화 등 다양한 추가의견이 나왔다. 때문에 최종 개선안은 여기에서 수정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화관광연구원 김현주 박사는 “9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가급적 더 많은 학계 및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자격시험 제도가 개선되면 관련 업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중화권 무자격 가이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과목 축소 및 현장성 강화가 이뤄지면 무자격 가이드들의 자격취득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시험과목을 축소해 자격시험을 현재보다 완화시키는 대신 현장실무교육을 강화해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제도가 완화되면 그만큼 중국어 무자격 가이드들의 자격취득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며,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자격 가이드들의 자격취득을 돕기 위해 관련 교육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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