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해
(주)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kyonghae@commkorea.com

얼마 전 필자가 즐겨 보는 모 방송의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최영진이라는 생소한 인물이 소개돼 무심코 시청하게 됐는데 감명 깊어 소개하려고 한다. 최씨는 한국인 최초의 유엔 특별대표라는 직함으로 2007년 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로 발령을 받아 부임하게 된다. 2004년 유엔이 코트디부아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면서 군의 통수권자의 임무를 맡아 유엔특별대표라는 직함으로 이미 4명이나 파견이 됐으나 아무도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어 공석이었던 자리에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아프리카 출신을 원했고 유엔에서는 유럽 출신을 보내려고 갈등하는 사이 아시아 출신 특별대표를 대안으로 삼았다. 이에 이미 14년 동안 유엔에서 근무 중이던 최영진씨가 낙점이 돼 부임하게 됐다.

솔선수범을 삶의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그에게도 커다란 시련이 시작됐다. 정치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던 코트디부아르 정부의 비협조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0년 10월 코트디부아르 민주화의 초석이 되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인구의 40% 이상이 서류상으로 등재가 돼있지 않은 난민이거나 불법체류자 등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최 대표가 처음 한 일은 전 국민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일이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바탕으로 공정한 선거가 치러 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다. 선거에서 패배한 당시 집권 여당의 현직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반대파와 내전이 발발했고 이로 인해 3,500명의 사망자와 30만명의 난민 발생했다. 커져가는 민간인 피해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 대표는 결단을 내리고 직접 장갑차에 올라 유엔 평화유지군을 진두지휘하며 반군을 도와 정부군을 진압하고 대통령을 체포해 하야 시켰다. 이로서 4개월에 걸친 내전은 종식되고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당선된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에 평화적 정권교체의 메시지를 전했다. 2011년에만 아프리카 대륙의 18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유엔의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물러설 수 없는 결단이었다.

유엔 내에서도 지난 60년간 평화유지군이 직접 내전에 개입해 승리를 이끌어내고 정권교체를 이룩한 첫 번째 쾌거로 기록됐다. 그것을 지휘한 수장이 한국인이며 또 그 뒤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확고한 신념이 그러한 쾌거를 가능하게 했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단군 이래 한국이 낳은 최고의 글로벌 지도자인 반 총장은 재선에 즈음해 국제 사회에서 유엔이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결심을 천명했다.

지난달 21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임 안건이 주요 의제였던 유엔 총 회장은 3초 만에 192개국 대표의 만장일치로 연임이 통과됐다. 북한 대표도 박수를 보내 본국의 뜻을 알렸다. 재선 수락 연설에서 반 총장은 더욱 강한 유엔을 주창하며 능동적인 리더십을 역설했다. 그리고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이 문제가 생기면 어느 한 국가가 해결 할 수 없는 다자시대에 돌입했으며 모든 문제는 모든 국가가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통합과 상호 연결의 시대임을 강조했다. 그 상호 연결을 유엔이 선도하겠다는 이야기다. 반 총장의 재선을 위해 반사모를 조직하며 온몸으로 선거운동을 펼친 월간 외교전문지 ‘디플로머시’의 임덕규 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남북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반 총장의 탁월한 역할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글로벌 리더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의 여행업의 진정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크게는 문화관광부에서 직접적으로는 한국관광협회, 한국일반여행업협회 등이 우리의 여행업을 리드하고 있지만 과연 진정한 리더가 있는지. 국경이 사라진 여행시장에 외국계 여행업체들이 속속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협회간의 이해관계로 표류하는 여행업 법을 보며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더욱더 기다려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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