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에 도매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각 여행사들이 경쟁적으로 협력업체 및 대리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직접판매에 주력하던 여행사가 간접판매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총판형식의 영업 방식이 급부상하고 있어 여행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도매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업체는 국일여행사와 하나투어 그리고 최근에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계명여행사 등이 도매업체의 선두주자다.
계명여행사는 주력사업을 직접판매의 조이클럽에서 간접판매의 조이월드로 전환,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총판을 펼치기 위해 법인을 두개로 분리시켰다. 광고비의 지나친 부담, 고임금과 저효율이라는 여행업의 현주소를 타개하기 위해 간접판매라는 카드를 승부수로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계명여행사의 용계명 사장은 『그 동안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함께 취급, 동일 상품의 가격을 2중으로 운영해온 것은 간접판매를 추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며 『이제는 직판가격을 현실화시키고 간접판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적인 현상은 작년부터 붐을 이루고 있는 「협력업체 및 대리점 모시기」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협력업체의 모집에 나선 삼흥을 비롯해 온누리, 롯데, 자유, 세진, 코오롱, 씨에 프랑스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여행사의 실무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광고비용의 부담을 나누고 정보와 항공좌석의 공유를 노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객의 확대와 간접판매 방식의 도매업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여행사 경영의 합리적인 원가절감과 효율적인 모객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도매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여행 업계의 현실에서 효과적인 방법론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지만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여행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도매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본사와 지점이 마진을 2중으로 챙기므로 불가피하게 가격상승요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가격을 직판업체에 맞추려면 자연히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마케팅 비용을 공동으로 관리해 원가를 효율적으로 절감시키는데 있다.
또 다른 과제는 협력업체 및 대리점의 역사가 짧아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내걸고 있는 계약조건은 협력업체의 경우 보증보험 또는 보증금을, 대리점의 경우 보증금 또는 로얄티와 마케팅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금액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도시에 유명여행사의 대리점을 설립하려면 로얄티와 마케팅비를 합쳐서 첫해에 5~7천만원 정도의 거금을 투자해야 한다.
본사에서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대리점으로부터 자금을 충당한다는 항간의 소문은 경쟁업체의 의도적인 비방으로 간주해버릴 수 있다. 또한 각 여행사들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해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의 입장에서 보면 경험적으로 검증받지 못한 이 기준은 생존에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협력업체 및 대리점 모시기가 붐을 일으켜 경쟁업체에 뒤질세라 이 제도를 급조한 업체는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대리점의 서비스 및 이미지 관리 역시 간단하지 않다. 각 업체마다 업무교육과 실내장식 그리고 정기적인 경영지도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대리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본사와의 불협화음은 물론 고객을 상대로 애써 쌓아올린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가능성도 있다.
도매업의 가능성에 대해 O여행사의 H이사는 『좋은 제도를 얼마나 현명하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의미의 도매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항공사가 도매업자에 가지고 있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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