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업계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발 빠르게 세우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내년도 전망을 “나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성장치는 높게 잡고 있었다. “시장이 좋지 못한데 왜 이렇게 성장치를 높게 잡느냐?”고 물었더니 “마이너스 성장률을 잡는 사람이 어딨냐”는 대답이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이왕이면 성장치를 보기좋게 높게 잡고 퇴보보다 전진을 기약하는 것이 희망적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막연한 그 ‘희망’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동안 하나가 잘되면 잘되는 쪽으로 다같이 쏠리고 못되면 못되는 대로 함께 손해를 보곤했다. 전세기 사업만 하더라도 일단 성수기 항공좌석부터 잡고 보자는 심리로 일단 ‘지르고’, 시장의 상황에 따라 급하게 사후 수습하는 패턴이 관성화됐다. 게다가 재해, 환율 등의 악재가 거듭될 때마다 잘 될 거라 예상했던 지역도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등 여행업계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얼마 전 한 아웃바운드 업계 임원은 “솔직히 말해서 여행업은 계획이 필요없는 업종”이라며 “여행인은 전망이라는 것을 모르는 무모한 사람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자신도 여행업에 몸을 담고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뽀족한 전망도 전략도 없이 근근이 회사를 꾸려가기가 어렵다는 한탄의 목소리였다.

개인의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듯이 개개인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기업이라는 조직은 당연히 뚜렷한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다. 일례로 경제 전문가를 끼고서 회사를 운영하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조차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한다.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계획에 힘을 빼기 보다 차라리 ‘마무리’에 더 주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도 높은 평가가 있어야 제대로 된 계획도 설 수 있다. 2011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장이 좋지만은 않았던 올해 우리 회사가 그나마 선방했던 분야는 무엇이었는지, 직원들의 큰 변화는 없었는지, 고객들의 냉혹한 혹은 따뜻한 평은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다지고 또 다져야 한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는 업체는 분명 내년에도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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