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호텔앤리조트(Shangri-La Hotels&Resorts) 한국사무소 정진구 대표는 여행업계 원로이지만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나온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우연찮은 기회에 1969년 대한여행사로 여행업계에 입문한 그는 당대 최고의 호텔인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판촉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한주여행사 등에서 근무하면서 외국 파견 근무시절 배운 여행업 전문 지식들을 현업과 접목시키기도 했다. 전라도 순천의 작은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정 대표가 관광업계에 입문해 지금까지 지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연히 집어든 신문, 인생을 바꾸다

1969년 국제관광공사(한국관광공사의 전신)에 입사했지. 공사에는 반도호텔, 워커힐, 아리랑택시, 대한여행사 등의 계열사가 있었는데 대한여행사로 발령을 받았어. 사실 여행업계와 관계없는 사범대학을 나왔어.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졸업생 적체가 심해 사범대를 졸업해도 서울의 학교로 바로 발령받지 못했어. 그런데 생뚱맞게도 날더러 전라도 순천의 학교로 가라는 거야. 교수님께 항의했지만 ‘몇 년만 순천에서 근무하면 서울로 올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믿고 순천으로 내려갔어. 아무런 연고도 없던 곳이었는데도 말이야. 근무를 하다가 군대에 갔어. 인천 부평의 미군부대에서 카츄사 근무하다가 전역했어. 전역하고 나오는 길에 집어든 신문이 나의 인생을 바꿨지. 군에 있으면서 다시 순천으로 내려가서 교직 생활을 계속해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었거든. 신문에 실린 KNA(대한항공의 전신)와 국제관광공사 공개채용 공고를 봤어. 두 곳에 지원해 모두 1차는 합격했는데 69년에 김포-속초 구간을 운항하던 KNA 여객기가 납북되면서 KNA 채용과정이 늦춰진 사이에 관광공사에 합격한 것이었지.

■잘나가던 하얏트 판촉부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

대한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남산 하얏트호텔 준비를 돕게 됐지. 한국과 일본이 공동투자 한 호텔인데 운영은 하얏트에서 했던 거야. 호텔주인하고 하얏트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할 때 통역을 도우면서 관계자들과 친해졌어. 호텔 신축이 어느 정도 정해졌을 때 하얏트호텔 측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지. 호텔에서 제시한 조건도 상당히 좋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도 좋았어. 그래서 대한여행사를 떠나 하얏트호텔 판촉부장으로 근무하게 됐어. 판촉부장은 상당히 힘이 있는 자리였어. 캐세이패시픽항공 승무원 출신 여직원 4명과 함께 일했는데 승무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발랄하고 재밌었어.

그러나 고민이 생겼어. 회사에서는 나를 키워서 높은 자리를 주려고 했지만 정작 호텔관련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경험이 없어 오래 근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 또 당시 서울에 호텔이 많지 않아 앞으로의 진로도 상당히 좁다고 느꼈어. 그러던 중 회사에서 홍콩 하얏트호텔로 6개월간 파견 교육을 보내려고 한거야. 홍콩에 가서 호텔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체험하고 오라는 뜻이었어. 높은 직급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필수교육이었던 게지. 그러나 대한여행사 시절 미국 파견 근무가 너무나 외로웠기 때문에 해외 근무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어. 또 해외여행이 자유화돼 여행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상황이어서 78년, 결국 하얏트호텔을 떠나 한주여행사로 옮기게 됐지.

■항공사 직원도 모르는 비법을 배우다

대한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미국의 코리아트래블서비스(Korea Travel Service)으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됐어. 미군 참전용사들이 한국 재방문할 수 있도록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함이었지. 6개월간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중에 아메리칸항공의 공식 교육프로그램인 ITTI(International Travel Trainning institute)에서 야간에 교육을 받았는데 이때 배운 항공 발권 업무가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 지금은 단말기로 요금 조회, 항공스케줄, 예약, 발권 등 항공발권에 대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스케줄, 요금, 규정을 일일이 여행사 직원이 찾아서 발권해야 했어. 많은 여행사 직원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요금규정을 배우기 어려웠던 탓에 비싼 요금으로 발권을 했었어. 미국에 있는 한인여행사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ITTI에서 상황에 맞는 요금으로 발권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았는데 복잡한 내용을 보기 쉽게 정리해 한인여행사들에게 배포했어.

한주여행사로 이직해서 ‘한국문화답사’라는 아웃바운드 상품을 만들었을 때도 큰 도움이 됐지.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일본상품의 여정은 김포-동경-오사카-김포였어. 동경-오사카 사이는 신칸센으로 이동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 그런데 나는 ITTI에서 배운 노하우를 발휘해서 동경-오사카를 항공으로 이동했는데도 요금은 오히려 신칸센을 이용한 것보다 저렴하게 나왔어. ITTI에서 어려운 발권 규정을 배웠듯이 평소도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 카츄사로 근무했을 때도 나바론의 요새(Guns of Navaron·1961년 안소니 퀸작) 원작을 여러 번 정독했어.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가면서 영어에 자신감이 더욱 쌓였지. 이때 사전을 찾던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요즘에도 영문을 읽을 때 모르거나 뜻이 명확하지 않은 단어는 반드시 사전을 찾아서 확인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자식들에게도 이점은 확실히 교육시켰어.



■“거만함 없는 자부심이 필요”

지인의 소개로 2002년부터 샹그릴라호텔&리조트 한국사무소를 맡고 있지. 10년 간 샹그릴라 리조트를 한국에 영업하면서 호텔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한국사무소를 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의 임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어. 그 때 몇 명은 실제로 여러 샹그릴라 리조트의 GM을 맡고 있지. 샹그릴라는 몇 가지 가치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데 그중 휴밀리티(Humility·겸손)이라는 가치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 겸손을 쉽게 풀어내면 ‘거만한 없는 자부심’으로 쓸 수 있어. 일부 세계적인 체인호텔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차가 보잘 것 없거나 옷차림이 남루하면 깔보는 경향이 있지. 그것은 호텔직원이 바로 거만하다는 뜻이지. 마치 자기가 호텔의 주인인듯 말이야. 그러나 여행업계는 서비스 직종인데 어떤 경우에도 거만함을 갖고 소비자를 대하면 안되는 것이지. 지금도 휴밀리티의 중요성을 마음에 세기고 있어.

여행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까 전문적인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돼. 예전에 어떤 팸투어를 갔는데 여행을 이끈 가이드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이었어. 여행업에 오래있는 사람들 대번에 저 가이드가 초보이거나, 프로정신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샹그릴라호텔앤리조트
Shangri-La Hotels&Resorts
한국사무소(유진레져)
대표자│정진구
주소│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456
르네상스 빌딩 1405호
홈페이지│www.shangri-la.com
대표번호│02-6377-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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