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tourlab@jnu.ac.kr

아무리 볼거리가 많고 매력적인 도시라도 관광객이 묵을 변변한 호텔이 없다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 그래서 호텔은 관광산업의 기본 인프라이며, 그 자체가 매력적인 관광상품이다. 한 해 1,000만명의 외래관광객이 한국을 찾지만 여전히 서울과 제주, 부산에 집중되고 그 외 국내 많은 도시와 지역들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유는 숙박시설에 있다. 지역별 호텔객실수를 살펴보면 전국 6만8,000개의 객실가운데 33%는 서울에 있으며, 여기에 부산과 제주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이들 세 지역에 몰려 있다. 지방 중소도시는 물론 대도시도 호텔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운영 중인 호텔들도 시설과 서비스가 열악한 실정이다. 관광객이 찾지 않으니 영업이 어렵고, 영업이 어려우니 시설과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일본 관광객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10년 88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도 96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하는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서울 지역 호텔 객실점유율은 90%를 넘어설 정도다. 관광객들은 서울을 벗어나 안양, 부천 등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린 지 오래고 심지어 러브호텔까지 잡아야 할 판이다.

이렇게 서울 도심 숙박시설이 모자라다 보니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수요가 늘어나자 중소형 오피스 빌딩, 쇼핑몰까지 잇따라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호텔 24곳이 사업추진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이 중 14곳은 공사 중이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곳을 포함하면 조만간 3,100개의 객실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매년 5개 정도의 호텔이 늘어났던 걸 감안하면 가히 비즈니스호텔의 황금시대라 할 만하다.

그러나 지방도시는 여전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부산은 중저가 호텔들이 앞다퉈 투자하지만 시장성이 불투명한 여타 지방도시에 선제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도시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여전히 50% 수준으로, 관광객이 없는데 먼저 호텔을 지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족한 수도권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민간 투자자에게 저렴하게 관광(비즈니스)호텔 부지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지원은 한편으로는 서울과 지방도시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주 전남의 경우, 전체 객실이 2,900실 가량 되지만 특급호텔은 630실에 불과하다. F1대회, 2012여수세계박람회, 2013국제정원박람회,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지만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수요가 제한되어 있는 지방도시는 특급호텔 대비 가격은 낮지만 질은 보장되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대안이다. 정부는 지방도시에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확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감면, 대출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 운영난을 겪고 있는 기존의 지방 호텔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시설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호텔사업자 입장에서도 외국계 체인호텔들과 브랜드를 제휴하는 등 변화하는 호텔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사업자들도 이제 지방으로 눈을 돌려 투자할 때다. 낮뜨거운 모텔과 낙후된 기존 호텔 외에 대안을 찾고 있는 잠재 관광수요가 충분히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에 나설 때다. 지방 호텔시장이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붐을 타고 세대교체에 성공한다면 이는 사업적으로 또 다른 블루오션이 될 수 있으며, 지역의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한국관광의 질적 성장을 달성하는 일석삼조의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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