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인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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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행운의 편지’라는 것을 받게 되면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행여나 불행한 일이 나에게 찾아올까봐 손목이 아프도록 몇 통의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다. 그 것이 참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정도가 되어서 였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철석같이 믿었던 금언이나 교훈들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시작된 것인지를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예를 든다면 이런 것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아직 우정을 알지 못해서, 대학교는 이미 순수하지 않아서, 사회 나가서는 이익을 너무 따져서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친구가 가장 진실한 친구다.’ 나는 이 이야기를 선생님에게도 들었고 심지어는 교과서에서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는 진실한 중학교 친구가 있고, 가족들까지도 서로 친한 대학교 친구가 있다. 사회에서 만나서 내 인생의 영원한 벗이 된 사람도 있다. 오히려 특별하게 기억나는 고등학교 친구는 없으니, 최소한 내 경우에 있어서 ‘고등학교 친구만이 진실한 친구’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사람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도 꽤 오랫동안 신봉했던 경구다. 그것이 어떤 과학적, 통계학적 근거로 유통되고 있는지를 나는 의심하려 하지 않았다. 때때로 나에게 세 번의 기회가 다 왔다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천금 같은 기회가 왔다가 가버린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인지를 불안해하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가는데 기대만큼 결실은 없고, 바쁘기는 한데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내 인생에 주어진 세 번의 기회를 이미 다 써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그 말이 ‘행운의 편지’나 ‘고등학교 친구’처럼 누군가의 말장난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 것은 올해 두 개의 방송을 보면서다. 올 상반기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그중 하나이다. 임재범, 박정현, 김범수와 같은 한 물 갔거나, TV에서 외면했던 가수들이 전성기보다 더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올해 하반기 대한민국을 완전히 들었다 놓은 ‘나는 꼼수다’의 비주류 B급 4인방(그들 스스로 밝힌 대로)의 스타 등극을 지켜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낸 책들은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토크콘서트 표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으며 그들 각각은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스타가 되었다. 나가수나 나꼼수의 주인공들이 10대나 20대가 아닌 이상 살면서 여러번의 기회를 맞이했었을 것이고 이번에 찾아온 기회가 유난히 큰 여파를 그들에게 주었을 것이다.

사람에게 기회는 세 번이 아니라 서른 번도, 삼백 번도, 그 이상도 찾아 올 수 있다. 그가 가진 재능과 준비된 능력과 꾸준히 뿌려 놓은 씨앗이 때마침 찾아온 시절과 제대로 맞아떨어질 때 개인의 삶은 극적으로 반전을 맞이한다. 인생은 이런 재미가 있어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른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 낙도 없고 기대도 없을 것 같은 나날이지만 ‘나가수’의 가수들처럼, ‘나꼼수’의 꼼수팀처럼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대박의 행운이 저만큼에서 까치발로 옹종옹종 다가오고 있는 것이 인생이다. 새해가 온다. 분명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엄청난 일들이 당신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그래서 이리도 설레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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