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설영
에이투어스 사장
asy@atours.co.kr

리테일 여행사는 홀세일여행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권할 때마다 고민을 한다. ‘고객에게 홀세일 여행사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가에서 전혀 할인을 안 해주고 팔면 손님을 서운하게 하는 건 아닐까? 혹시 다른 여행사에서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내가 상담한 고객이 이탈을 하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런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홀세일 여행사의 모든 상품을 고객에게 팔 때는 이제, 많게는 7% 적게는 3%의 할인을 하지 않으면 어떤 고객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리테일 여행사직원들이 공들여 고객을 유치해도 기대하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회사의 존립마저 걱정해야하는 현실을 홀세일 여행사 사장님들은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가을에 그리스 터키 여행을 가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여행 상담을 진행했다. 홀세일러 H여행사의 터키 그리스 8박10일 (여행비339만원 +유류세 40만원=379만 원짜리 상품)상품을 추천했고 고객은 우리 회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모임 회장님이 영업장으로 방문하시면 여행에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드렸고 H여행사 담당영업직원과 함께 그 분들의 모임장소를 방문해 여러 차례 상담을 해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 회장님으로부터 그전에 거래했던 여행사가 5%할인을 제시했다며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리도 같은 할인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고 수익은 반 토막이 났다. 이렇게 할인으로 얼룩진 여행사 수익구조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홀세일러 여행사들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철저한 관리를 한다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막강한 맨 파워를 자랑하는 여행사에서 관리를 못한다면 리테일 여행사의 수익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13년간 클럽메드 한국지사 사장을 역임할 때의 일이다. 지방의 모 여행사에서 클럽메드의 상품을 할인한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 회사에 전화를 걸어 손님으로 가장한 뒤, 직원과 상담을 해보았고 할인을 요청했더니 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 회사 사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 동안 저희 회사 상품을 홍보하고 열심히 판매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사장님 여행사에서 우리 회사의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 소문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장님께서 3% 할인해 주시면 다른 회사에서는 4%, 또 다른 회사에서는 하물며 9% 수수료 받아서 7%를 할인 해 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할인으로 서로 피해를 입히면 저희 회사 상품을 팔면 수익이 남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저희 상품 판매를 기피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때문에 저희 회사의 장기적 운영방침과 사장님 영업방침이 달라서 앞으로 사장님의 여행사에는 우리상품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계속 판매를 원하신다면 저희의 정가판매 방침을 존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철저한 관리와 점검은 클럽메드를 퇴임 하는 날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지금의 회사 직원이 홀세일러여행사가 출시한 아프리카 12박15일 상품을 5명에게 일인당 758만원의 상품가 그대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치열하게 상담을 진행한 결과였다. 자신이 기대한 최대의 수익을 올린 그 직원은 상품 판매에 성공하고는 자긍심과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새해에는 홀세일러 여행사의 탄탄한 협조 아래 리테일 여행사들이 할인의 위협 없는 세상에서 상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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