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사랑하기까지 해야 하는 세상이다. 손님은 왕으로, 종업원은 종으로 굳어진 역학관계에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감정을 숨기고 얼굴에 미소를 잃지 말아야하는 일, 즉 감정노동에 에너지를 쏟는 때가 많다.

요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마트 계산대 직원들이 겪는 감정노동이 주목 받고 있다. 사람에 지친 직원들이 대인기피증을 겪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까지 이르는 상황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막말을 듣기 일쑤고 손에 돈독이 올라도 장갑을 착용할 수 없는 이들의 고통에 사회는 무뎠다.

여행업도 감정노동의 강도가 큰 분야다. 고객 응대로 서비스품질의 고저가 결정되는 항공 승무원이나 호텔 직원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관계사나 고객을 대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여행사와 랜드사의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예약과 문의를 인터넷으로 받는 곳이 많지만 아직도 여행사 직원의 ‘육성’은 고객에게 ‘신뢰’로 다가오기 때문에 여행업의 감정노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여행업계는 감정노동을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왔다.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고객이나, 인솔자를 종 부리 듯 대하는 손님들 대할 때도 여행인에게는 더 낮은 자세에서 더 참을 것이 요구돼 왔다. 직원들 이직이 잦자 ‘성격 좋은 애를 뽑아야 겠다’는 경영진의 말이 이를 잘 드러낸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직원들이 생기면 개인의 성격이나 품성 때문이라고 치부해 온 것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을 직원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조직에도 손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가없는 일에 헌신할 직원은 많지 않다. 그만큼 손님도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회사가 감정노동을 인정해주고, 합리적인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일 때, 직원들과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다.

꼭 돈으로 보상하지 않더라도 직원의 노고를 회사가 인지하고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 지금 힘겹게 고객을 상대하고 있지만 나를 조직이 지켜준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직원의 스트레스가 낮아지면 이직률도 그만큼 준다. 감정노동에 대한 자각이 직원과 회사의 또 다른 윈윈 전략일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