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수
롯데관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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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 유동수 사장은 1967년 한국관광공사(당시 국제관광공사)에 입사해 워커힐호텔 판매촉진과, 일본지역 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 퇴직시까지 한국관광공사 경영본부장직을 맡았다. 이후 롯데관광 대표이사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으로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평생에 단 한번의 만남’, 또는 ‘생애에 단 한번뿐인 일’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말은 통상 ‘사람’과의 만남이라든지 어떤 ‘일’과 마주 할 때 그것이 자신의 생애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라 생각하고, 소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 하라는 의미의 비유로 쓰여 지고 있다.

이 말의 유래를 더듬어 보면 원래 일본의 다도(茶道)에서 연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전국시대의 다인(茶人)으로서 일본의 다도를 완성했고 지금까지도 일본의 다성(茶聖)으로 추앙 받고 있는 ‘센리큐’가 다도를 즐기는 다인으로서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 가운데에서 일기일회를 가장 으뜸으로 생각한 데서 유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과 마주 하고 있는 이 순간은 내게 있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단 한 번의 만남일지 모른다. 그러기에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으로 당신을 대하겠다’는 자세가 바로 다인의 가장 소중한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깊은 뜻을 가진 말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길을 걷다 옷깃만 스쳐도 그것은 ‘오백 겁(劫)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일 겁’이란 천년에 한번씩 천상의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집채만 한 바위를 잠자리의 날개 같은 옷깃으로 스치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는데, 이 작업을 반복해 그 바위가 닳고 닳아 모래알만 해지는 시간을 이른다고 하니 그 과장된 비유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은 일천 겁의 인연이며, 하루 동안 같은 길을 동행하는 것은 이천 겁의 인연’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매일 같이 서로 얼굴 마주보며 여행을 상담하는 고객과는 도대체 몇 겁의 인연이며, 우연히 만나 며칠씩 함께 여행하는 길벗과의 인연은 또 몇 만 겁의 인연이었는지 생각할수록 놀랍고 두려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연 많았던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또 새롭게 희망을 기약하는 새해를 시작하면서 특히나 우리 여행인들은 사람과의 만남이나 일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그야말로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으로 다가서려는 다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것이 ‘사람’과 ‘만남’으로 시작되는 여행의 세계야말로 ‘이 순간이 내 일생에 오직 한 번뿐인 만남이자 기회’라고 하는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이 우리가 간직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자세는 우리와 고객과의 거리를 조금은 더 좁혀 줄 수 있을 것이고 여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도, 그리고 여행의 질도 조금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관광의 세계에서 평소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는 이른바 ‘환대(Hospitality)’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그 뿌리는 바로 이 말의 정신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와 고객과의 관계는 물론이려니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가 조금만 더 진지해지고 따뜻해진다면 우리사회는 보다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뀌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일기일회!
그래서 나는 올 한해 이 말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아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서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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