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한 유명 호텔예약 사이트를 통해 두 달여 전에 예약해놨던 호텔이 현지 도착 후 확인해 보니 예약사항이 없었다. 확인 메일을 출발 4일 전에도 받았었는데... 졸지에 잘 곳 없는 신세로 전락. 시즌이라 우리 조건에 맞는 호텔 찾기도 불가능한 상태. 결국 밤 10시 경에 정말 허름한 여관을, 시즌이라 가격도 무지막지. 울며 겨자먹기로 겨우겨우 지친 몸을 뉘였다...”

새해 첫날 필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후배의 사연이다. 연말연초에 가족들과 플로리다 남부 키웨스트로 휴가 갔다가 당한 봉변이다.
항공도 공항에서 체크인해보면 오버부킹이 나는 것처럼 호텔도 북아웃(book out)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바우처 들고 따져보아도 이 상황이 되면 그 호텔에는 묵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여행업 종사자들도 호텔 북아웃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항공과 호텔은 상품의 성격이 동일하다. 한정된 수량을 매일매일 팔아치워야 하는 휘발성 상품이다. 팔지 않으면 바로 손해가 나고, 더 팔고 싶어도 팔수가 없다. 따라서 두 가지 방향으로 영업이 이뤄진다. 하나는 로드율을 높이는 것이다. 즉, 100좌석(100개 객실)의 선판매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객실당 판매 단가를 높이는 것이다. 로드율이 높고 판매단가가 높아지면 당연히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호텔의 영업 채널은 직판, 여행사, 온라인, 기업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직접 판매이다. 그 다음이 기업, 온라인, 여행사 순 등이다. 여행사에는 패키지 단체용 네트요금을 제공하는데 한 번에 다량의 객실을 선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다. 온라인은 보통 GDS 혹은 인터넷 호텔예약 사이트를 뜻하는데, 체인 호텔들은 자사 홈페이지의 요금과 온라인 예약 사이트의 요금을 일치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여행사나 온라인은 커미션 혹은 할인을 제공해야 하므로 호텔 입장에서는 영업이익 면에서는 불리하다.

여행사 또는 온라인을 통해 호텔예약을 한 고객이 바우처를 들고 호텔에 체크인한다고 가정해 보자. 실수든 고의든 오버부킹 상태라면 호텔은 어떤 손님을 환영하고 어떤 손님을 내칠까? 이런 경우도 있다. A손님은 3개월 전에 수요일 1박을 예약했다. 그런데 1주일전에 B 손님이 마지막 남은 객실 1개를 월·화·수·목 4박을 예약 요청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A 손님의 수요일만 빼면 4박 손님을 잡을 수 있다. 호텔이 A, B 중 누구를 잡고 싶어할 지는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성수기일 때거나, 호텔 공급이 부족한 도시일수록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경제적 논리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호텔 객실이란 상품의 속성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호텔의 이런 처사는 몰상식이고 불합리이고 신뢰 위반이고 시장의 룰을 깨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합리적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닌 오직 호텔의 자의적 선택에 의해 상황이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자들은 필자의 후배처럼 여행을 망치고 상황은 종료돼 버리는 것이다. 사후에 남는 것이라곤 예약처에 핏대 세우며 입이 부르트도록 불평을 쏟아내고 보상을 받아내는 것 뿐.

항공 혹은 호텔의 이런 속성 탓에 여행사는 태생적으로 비극을 잉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물건이 아닌 남의 것을 팔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 주인이 내 물건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우리도 그들처럼 여행 상품의 ‘가치’를 창출해 내 물건 내 마음대로 팔아보는 여행사의 시대가 올 때를 기대해본다. 2012년 한 해도 모두 건승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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