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미국 대형 여행사들의 한국 진출이 예전보다 한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점, 규모, 방법 등 그 어떤 구체적인 사항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여행사 경영자, 소유주와 직원들 사이에 대형 여행사의 한국 진출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여행사 대표나 임원, 여행 관련 협회는 대형 외국 여행사들의 진출이 국내 여행업계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구체적인 정보나 분석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군소 여행사들이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중·대형 우량 여행사의 영업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일부 직원들이 보는 외국 대형여행사의 한국진출은 여행사 대표나 협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일례로 국내 대형 여행사 근무 경력 10년이 넘는 A씨를 만났을 때, 그는 ‘외국 여행사 진출이 언제쯤 일 것 같나’라고 물었다. 대형 외국여행사의 한국 진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던진 질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의도는 완전히 달랐다. A씨는 외국 여행사가 한국에 진출하면 외국 여행사에서 일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현재 일하는 여행사는 국내 굴지의 업체이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때문에 승진은 요원하고, 전 세대처럼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경제적 보상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외국 여행사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그 조직을 움직일 팔과 다리는 당연히 한국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한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외항사, 관광청은 국적이 해외지만 지점장, 지사장 급(물론 아닌 곳도 많다) 이외 실무진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여행사 직원들은 대형 외국 여행사를 적대시 할 이유도 없다. 단지 일자리를 선택할 때 선택지가 느는 것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외국 여행사들이 물밀듯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날 경우 경쟁력은 결국 인재에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적지 않은 유능한 직원들은 그날을 기다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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