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UP! 여행IN!
일본정부관광국(JNTO) 이주현 팀장



여행업계에서 일본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의 이주현 팀장을 모를 수 없다. 랜드사, 여행사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예산을 지원하고, 상품 개발 및 프로모션을 하는데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JNTO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일본 아웃바운드 시장의 변화상을 훤히 꿰뚫고 있다. 첫 출장을 함께했던 여행사의 평사원이 지금은 이사, 사장 등 간부가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 한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열정은 한결같다. <편집자 주>

-아이디어만 좋다면 팍팍 지원 약속
-느린 日, 성미 급한 韓 온도 차 조율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지금, ‘스펙’ 좋은 젊은이들이 관광청 입사를 희망한다. 실제 JNTO 한국사무소로도 채용 문의가 잦고, 뜬금없이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의 이력서가 날아온단다. 그러나 이주현 팀장은 JNTO 입사 당시 일본어를 전공했음에도 ‘일본어 벙어리’에 가까웠다. 이 팀장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한 번쯤 옆에서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터.

“JNTO와의 인연은 참으로 신기하고 특별해요. 원래 타 회사에서 비서로 일했었는데, 어느 날 일본 시사잡지를 구독하던 중 JNTO와 관련된 글을 봤습니다. 당시만 해도 관광청이 잘 알려졌을 때가 아니었고, 저도 일종의 호기심으로 무작정 이력서를 보냈어요.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일본어 전공자임에도 일본어를 잘 못했습니다. 뒤늦게 일본어 학원에 다닐 때도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 같아 국문과라고 속였을 정도죠.(웃음) 그런데 입사시험을 보러 갔더니 ‘관광’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적으라는 거예요. 저만 일본어 사전을 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상하게 여긴 당시 JNTO 소장님이 어떻게 자기소개서를 일본어를 써냈는지 묻더군요. 일본어를 잘 못해 선배가 도와줬다고 거짓 없이 말했거든요. 저의 솔직함을 높게 평가했다고 들었습니다. 입사 후에는 문화원에서 일본어 강좌를 열심히 들었고 일본 출장을 다니며 회화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었어요.”

인터뷰를 위해 JNTO 한국사무소를 찾았을 때도 이주현 팀장은 홈쇼핑 진행과 관련한 전화 통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책상 위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그만큼 JNTO, 그리고 이주현 팀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몇몇 일본 전문업체의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요. 이들은 유명하진 않았지만, 일본 시장에 대해 확실한 개념을 갖고 있더군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팸투어 기회를 제공하고, 프로모션을 도와주는 등 알게 모르게 밀어 드렸는데 시간이 흘러 지켜본 결과 많이 성장해 있어 기뻤지요. 처음부터 큰 회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점차 발전해 나가는 거잖아요. 어떻게 상품을 개발하고 싶은지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서 다가와 주세요.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심지어 휴대전화 문화만 들여다봐도 일본인은 공공장소에서 통화를 꺼리고, 한국인은 자유롭다. 즉, 일본은 조심스럽고, 한국은 다소 저돌적이다. 이런 차이는 여행업계에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양국의 스타일 차이로 힘든 적은 없었을까.

“일본과 한국은 외형만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양국에서 일을 해보면 처리 방식이 너무나 다릅니다. 최근 일본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서 업계 지원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서로의 온도 차를 이해하지 못해 마찰이 일어나곤 해요. 일본은 절차를 중시합니다. 처음 계획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결과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지요. 그러나 한국은 일단 일을 시작하고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데 치중하잖아요. 예를 들어 일본 측에서 어떤 지원금을 줬다면 지원금의 용도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따져야 합니다. 지원금을 준 일본 관계자는 예산 명목을 광고비로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한국 관계자는 상품가를 낮추려고 지원금을 상품에 녹여버린다면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요. 당연히 다른 체제와 역사를 가진 나라니 이런 잡음은 불가피하겠지요. 그래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JNTO 한국사무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다만, 어떤 일을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을 한번 쯤 이해해주는 것은 업계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을 배경으로 일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말한다. “일본이 좋다”고. 이상하게 끌리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JNTO에 몸을 담고 있으니 이주현 팀장에게 일본은 더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이 팀장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저에게 일본이라…. 글쎄요, 페이스북의 ‘좋아요’ 아이콘을 누르라면 아마 저는 망설일 겁니다. 무작정 ‘좋다’거나 ‘싫다’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곳은 아니죠. 앞서 JNTO 입사 당시 에피소드를 얘기했듯이 일본과 저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끈기 있는 타입이 아닌 제가 이토록 오래 한곳에서 일한 것만 봐도 일본은 볼수록 매력적인 곳이죠.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비롯해 온천, 음식, 문화 등 일본에는 재밌는 관광 요소가 무궁무진합니다. 일본은 여성 혼자서 밤하늘의 별을 세며 배회할 수 있는 나라, 쉽게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 아닐까요.”

가까운 일본은 여행업계의 버팀목과 같았다. 누구보다 정정했던 그런 일본이 아프다니. 3·11 동북부 대지진은 여행업계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별다른 홍보가 없이도 일본 여행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홍보가 절실할 때다. 당연히 JNTO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3·11 대지진은 참으로 처참했습니다. 방사능 관련한 선동적인 매스컴 보도로 지금까지 일본 방문을 꺼리곤 하죠. 가끔 가족여행을 하는데 일본이 안전한지 물어보시는 손님이 있어요. 저는 “옆에 흡연자가 있다면 간접흡연을 조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해요. 이미 한국을 제외한 중국, 타이완 등은 예전 수준으로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1월17일 일본관광청 장관님이 방한한 것도 한국만 유독 회복이 늦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일본 내에서 인바운드 점유율은 한국이 항상 컸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시장이죠. 2012년은 방일한국인을 플러스로 만드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JNTO의 문턱이 낮다는 거예요. 규모가 작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사, 랜드사 분들이 다가온다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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