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네스의 겨울은 비슷한 위도에 있는 트롬소 보다 훨씬 춥고, 적막하다. 그래서 추위를 물리치고 적막함을 활기로 채우기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키르케네스에 존재한다. 추위라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키르케네스의 즐길거리를 직접 체험해 봤다.

노르웨이 키르케네스 글·사진=박우철 기자
취재협조=노르웨이관광국 www.visitnorway.com, 스칸디나비안항공 www.flysas.com



스노우호텔 객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서는 대형 침낭이 필요하다. 오직 숨구멍으로 눈과 코만 내밀고 잠을 청해야 다음날 무사히 일어날 수 있다. 침낭의 난방효과가 뛰어나 잠을 이루기는 예상만큼 어렵지 않다. 사진은 스노우호텔 객실에서 침낭을 입고 있는 기자의 모습

▼키르케네스로 가는 합리적인 하늘길
스칸디나비안항공은 오슬로-키르케네스를 하루 2회 운항한다. 트롬소-키르케네스는 스칸디나비안항공의 자회사인 위데로(WF)가 하루 5회 운항한다. 오슬로에서 바로 환승이 어려우면 트롬소를 경유해서 키르케네스로 갈 수 있다. 02-752-5121


■키르케네스라서 가능한 하룻밤

스노우호텔은 2006년에 처음 선보인 키르케네스의 명물이다. 객실 온도는 영하 5도로 키르케네스의 밤 외부 온도가 20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간의 보온효과는 있는 셈이다.
호텔은 투숙객들의 생존을 위해 몇 가지 준비물과 대피소를 마련해 놓았다. 첫 번째로 투숙객들에게 밤중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담백의 순록(Reindeer) 소시지와 감자 등의 요리를 제공한다. 다음은 대형침낭을 사용해 영하 5도의 객실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형침낭은 1인당 1개씩 제공되는데 몸에 맞는 침낭을 고르는 게 생존의 관건이다. 소형에서 특대형까지 침낭크기가 제각각인데 몸이 작은 사람이 큰 침낭을 이용하면 숨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가 체온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침낭을 입는 방법은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이 직접 시연을 통해 투숙객에게 가르쳐 준다. 침낭을 이상적으로 입으면 ‘러시안 마뜨로시카’ 모양이 된다. 그 상태로 얼굴만 내 놓은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된다.

잠에 들기까지 혹한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준비가 필요한 스노우호텔. 그 고단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르웨이 변방의 키르케네스를 찾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한겨울 머리 위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는, 꽁꽁 얼어붙어 피오르드를 스노우모빌로 내달릴 수 있는, 24시간 어두운 하늘 아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북극권의 작은 도시 키르케네스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호텔은 매년 12월20일부터 다음해 4월20일까지만 운영한다. 더블룸은 2,350NOK(노르웨이 크로네, 우리돈 약 47만원), 싱글룸은 2,800NOK이다. 요금에는 키르케네스 시내와 호텔까지의 이동, 저녁 만찬, 사우나, 아침식사가 포함돼 있다. www.radius-kirkenes.com



■고소한 킹크랩의 처음과 끝

키르케네스에서 궁극의 고소함을 맛보는 데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키르케네스의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킹크랩. 맛에 특별함을 추가하려면 킹크랩 잡이 투어에 참가하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꽁꽁 얼어붙은 피오르드 한복판을 10분 정도 달려 킹크랩이 서식하는 곳에 도착한다. 얼음이 얼지 않도록 설치된 패드를 걷어내고 킹크랩이 가득 담긴 그물을 들어 올린다.

키르케네스 인근에 서식하는 킹크랩은 크기가 큰 놈의 경우 한쪽 발 끝부터 끝의 길이가 1.8m, 무게는 10kg에 이른다. 큰 놈이 아니더라도 키르케네스에서 잡히는 킹크랩은 종 자체가 크기 때문에 보통 성인 남성 한 두명이 함께 먹을 수 있다. 키르케네스 킹크랩의 고향은 노르웨이가 아니다. 원래는 키르케네스에서 수 천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 동쪽 북태평양 캄차카 반도 인근 바다에서 서식했다. 그러나 소련의 과학자들이 러시아 대륙 북부로 킹크랩을 이주시켜 북부 노르웨이 피오르드에서도 서식하게 된 것이다. 키르케네스에서 잡힌 킹크랩은 한 마리당 보통 100달러 정도에 거래되며,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 이 지역사람들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큼지막한 킹크랩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어부의 집(Fisherman’s house)으로 향한다. 킹크랩 잡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부의 집에 도착해 잠시 몸을 녹이는 사이 킹크랩은 껍질에 붉은기를 드러내며 먹음직스러운 킹크랩 찜으로 태어난다. 킹크랩 잡이 투어는 피오르드가 얼어붙는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진행되며 1인당 참가비는 1,500NOK(약 30만원)이다. 오후 1시에 스노우호텔에서 출발하며 최소 출발인원은 2명이다. www.radius-kirkenes.com

■짜릿한 스노우모빌 레이싱

키르케네스에서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방법은 트롬소 보다 다이네믹하다. 자동차가 아닌 스노우모빌을 타고 설원을 달리면서 오로라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르웨이-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곳까지 접근하기 때문에 이채롭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스노우모빌 오로라 투어는 참가자가 스노우모빌을 타고 직접 오로라를 찾아 나선다. 참가자는 출발하기 전에 방한복과 안전 핼멧을 착용하고, 스노우모빌 작동요령과 안전교육을 듣는다. 오로지 달빛만이 내리는 설원을 시속 30km 정도로 달려 노르웨이-러시아 국경 근처까지 도달하면 비로소 환상적인 빛내림과 조우한다. 스노우모빌의 헤드라이트를 끄면 세상은 그야말로 달빛, 설원, 사람만이 남는다. 그리고 잠시 후에 하얀 달빛이 서서히 녹색으로 물들면서 오로라가 펼쳐진다.

오로라는 주변에 인공광이 있거나 산, 나무들이 있는 곳보다는 오로지 어두운 하늘이 있는 곳에서 관찰하는 게 좋다. 한쪽 지평선에서 다른 한쪽 지평선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로라의 아름다운 곡선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모빌 오로라 투어는 매일 오후 4시30분, 저녁11시에 출발하며 요금은 2인 1스노우모빌을 이용할 경우 2,250NOK(약 45만원)이다. www.storskog.no"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