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에는 규칙이 있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일정한 룰이 존재한다. 법이라는 이름의 엄정한 성문법이 있는 가하면 각자의 양식과 교양에 맡기는 공동체의 불문율도 있다. 이 모든 게 조화로우면 문명사회라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덜 성숙한 사회나 국가로 낙인 찍힌다. 우리 여행업도 많은 이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대한민국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한 사회집단이다. 그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긍지와 자부심이 넘치는 모범적인 곳인가?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 집단이 상생을 도모하고 서로 협력할 때 게임의 법칙이 유효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그렇다.

우리는 업계 곳곳에서 신의와 상호존중을 저버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어느 여행업 단체장 선거에서 나온 막장드라마가 그 한 예다. 여행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판에 반목과 갈등을 빚어 낸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기보다는 당시 리더 격에 속했던 분들이 좀 더 긴 안목으로 타협과 개혁을 도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

최근 타업종의 대기업들이 상생을 외치며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적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향락적인 접대라던가 불공정한 거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지금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항공권 커미션 문제도 되짚어 보자. 어느 누가 항공사 수수료가 사라지고, 또 수수료 폐지 예고 후 실행까지 그렇게 짧은 시간이 주어질지 짐작이나 했을까 싶다. 인터넷이 여행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항공사의 판단과 경영전략이 맞물려, 커미션 폐지는 여행사의 존립 기반까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특히 외국과는 달리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른 대한민국 여행자들을 상대로 취급수수료를 받아야 하기에 여행사들은 더욱 힘이 부치기만 한다. 이러고도 항공사와 여행사가 상생관계라 할 수 있을까?

최근 특정지역의 여행업자들이 공동명의로 낸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지상비를 현실화하자는 요청이 취지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면 큰 일 날 사안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호소로 그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뒷감당은 돼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IMF 환난을 거치며 등장한 대형 홀세일러도 마찬가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군소여행사들의 절대적인 성원이 그것이다. 굳이 군소여행사가 대형 홀세일러를 도와준 걸 내세우지 않더라도, 반드시 갚아야 할 큰 빚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주중에 한 홀세일러와 협력사 간의 업무 협약식장에 간 적이 있다. 여행사 측과 40~50명쯤 되는 협력사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는데 놀랍게도 협력사 관계자의 상당수가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었다. 공적인 모임에 참 안 어울리는 복장으로 보이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모임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여전히 ‘진 패션(?)’을 뽐내며 입장하는 모습에선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슬로건은 ‘다이나믹 코리아’다.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없으리라. 그러나 혹자는 이걸 비틀어 ‘다이나마이트 코리아’라고 부른다. 게임의 법칙이 훼손되고 신의와 예법이 실종 된다면 이렇게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신용이 때로는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간과하며 이미 확약한 사항을 뒤집고도 모른 체하는 관행이 업계에 잔존하는 한 우리에게 다이나믹 코리아는 없다. 우린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G20 국격에 걸맞는 여행업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이나미이트 코리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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