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환
지역문화관광연구센터 대표이사/관광학박사
esera1995@hanmail.net

요즘은 모든 게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짧게 기억되고 반짝 조명 받는다. 특별한 관광지와 볼거리, 튀는 숙박시설 등이 저마다 최고를 외치며 출현하지만, 더욱 창조적인 콘텐츠로 무장한 것들이 속속 생겨나다보니 금세 인기가 시들해진다. 급성 소비 사회의 아픔은 관광산업에서도 어김없는 것이다. 많은 관광 명소와 명물이 관광소비자를 위해 정겨운 스토리와 치열한 서비스를 전달하지만, 관광객 역시 감동의 격을 지속적으로 높이다보니 그저 탄성만 있을 뿐 가슴으로는 새기지 않는 게 지금 관광의 ‘현실 소비’다.

‘참한’ 명소는 오랜 세월에 더욱 자극돼 멋스러워지는 법인데 우리 시대의 관광 명소는 관광소비의 기쁨을 담아내지도 관리하지도 못하는 어눌한 것이 됐다. 단절의 정책, 극성스러운 자본의 논리, 공간 기획만을 잘하는 사람들의 자극적인 감각 등만 우선시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전국의 많은 관광지 중 몇몇은 스타급 명소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소비’와 무한경쟁에 막혀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그동안 공공과 민간 모두 공간의 대형화와 단기적 수익성만을 따질 뿐 지역의 정체성과 ‘추억 정감’을 살리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단순 복제한 콘텐츠, 이름이나 모양만 살짝 바꾼 시설, 대중 소비에 막연히 기대기만 하는 사업주체자의 고장 난 의식, 과거의 명성에만 매달릴 뿐 어떠한 콘텐츠 보강도 혁신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의 탓이다. 이제야말로 ‘참한’ 명소를 만들기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고, 관광의 ‘현실 소비’ 문제와 함께 일대 구조조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울긋불긋 배치된 전국의 무수한 관광지 중에서 과연 몇 곳이 백 년, 수 백 년 동안 일등 명소가 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우리 땅에 펼쳐진 보석 같은 명소들을 틈틈이 발견하고 또 대견해 하지만, 소통의 부재로 행정과 정책에 밀리고 개발기획가의 무리한 콘셉트에 밀리고, 트렌드에 밀리는 곳들을 보며, 우선 관광의 과거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관광 일대기의 맨 앞에 서 있는 곳, 관광의 역사를 시작한 곳, 과거의 명성만 있을 뿐 현재는 주목 받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다시 찾아 나서고 그곳을 먼저 응원하고자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안보 와이키키, 부곡하와이 등이 바로 그런 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추억의 관광지이며, 어쩌면 관광 도서관이자 유물관 같은 곳이다. 1970~80년대의 여흥과 정감을 담아내고 추억관광을 재편성할 수 있는 곳들이다.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가칭 ‘7080 관광지 재생 프로젝트 사업’과 같은 정책적 지원과 노력으로 새로운 백 년의 명소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도 70~80년대 대한민국의 일등 관광지였던 수안보 온천을 응원하기 위해, 또 수안보온천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최근 3년 동안 100회 정도 방문했다. 꼭 20년 전에 다녀왔었고, 10년 전에 두세 번, 그리고 최근에 100회 방문하면서, 비로소 수안보의 부흥과 쇠락을 이해하게 됐다. ‘현실 소비’와 ‘자존 있는 정비’의 균형을 그려보게 됐다. 그들의 부활을 열렬히 응원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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